코끼리무덤
2025. 2. 28. 22:27

메인

GM

어느 날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의 생명체들이 절멸했지요.

시작은 하늘이 부쩍 흐린 날이었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돌연 각자의 타이밍에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호소하더니, 수 초 내로 그 몸이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불과 며칠에 걸쳐,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죽임당했습니다.

재난은 우리에게 징조도 대처할 틈도 주지 않았습니다.

지금껏 그러했듯 말이에요.

그렇게 허무하게 멸망한 세계에서, 서유일은 유일한 생존자였습니다.

왜 나만이 살아남았는지, 세상을 이렇게 만든 것은 무엇인지, 어딘가에는 나 외의 살아남은 생명체가 있진 않을지…….

대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되뇌며 서유일은 홀로 이 1년을 버텨왔습니다.

녹다 만 시체가 가득한 거리.

열매 맺지 않는 땅과 길짐승 하나 나다니지 않는 텅 빈 세상.

거처를 옮겨가며 통조림 따위를 주워다 연명하는 생활에, 오늘도 달라진 바는 없어요.

그래요, 말마따나 오늘도,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일과를 모두 마친 밤중, 누군가가 서유일의 집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는요.

?

아무도 없어요?

GM

1년 만에 들어보는 사람의 목소리는, 서이무의 것과 똑 닮아있었습니다.

<이성> 판정(0/1d5).

서유일

CC<=55 [ 이성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보통 성공

GM

이어,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 지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6 > 56 > 보통 성공

GM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야 머리가 녹아 사라진 채 길가에 버려진 서이무의 시체를, 내 눈으로 똑똑히 본 기억이 있는걸요.

서이무는 작년의 그 재난 속에 분명히 죽었습니다.

그럼 지금 문밖에서 말을 걸어오는 건 누구?

다시 <이성> 판정(0/1d2).

서유일

CC<=55 [ 이성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보통 성공

?

문 좀, 열어봐...

GM

서유일이 여러모로 심란한 와중에도 문밖의 소리는 끊일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할까요, 서유일.

서유일

(문 밖의 소리에 안절부절하며 입만 벙긋대다 결국 뒤 돌아선다. 형이 살아돌아올리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 들면 집 안 풍경 눈에 들어온다.)

GM

얼마 전 새로 옮겨온 탓에, 집 안은 낯설고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비좁은 컨테이너 박스.

문 옆에는 살이 달린 창문이 하나 나 있습니다.

상자 몇 개, 담요가 올려진 매트리스, 그리고 집 안을 비추는 캠핑 랜턴 하나가 이 집 안의 유일한 가구입니다.

서유일

(상자 안 들여다본다.)

GM

유랑 생활 중 모아온 식량이나 생필품 따위가 들어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

서유일

CC<=55 [ 관찰력 ]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9 > 49 > 보통 성공

GM

서이무의 만년필을 발견합니다.

서유일

(만년필 손에 쥐어 만지작댄다. 기억이라도 하겠다는듯 놓지 않고서 매트리스로 향한다.)

GM

푹신한 매트리스입니다.

서유일

(랜턴 살핀다.)

GM

현재 이 방의, 아니, 이 근방의 유일한 광원입니다.

태양열 전지로 작동되며, 버튼으로 끄고 켤 수 있습니다.

끈다면 밖과 다름없이 어두워지겠지만요.

서유일

(랜턴 들고서 창 밖 살핀다.)

GM

밖은 어둡고 안은 밝은 탓에, 얼비쳐서 외부의 풍경은 보이지 않습니다.

서유일

(가만 멈춰서 집 밖의 소리 들어본다. 아직도?)

GM

집 밖에서는 여전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서유일

(푹, 문에 고개 기대어 말 걸어본다.) 형, …형이야?

?

...유일아, 너야? 문 좀 열어볼래?

서유일

지금까지 뭐하다 이제 왔어? 걱정 했는데..

?

정신을 차려보니 나 혼자 있었어. 떠돌다보니 여기까지 왔고... 문이 안 열리네. 잠가놨어?

서유일

(제가 문을 잠가뒀던가? 떠올려본다.)

GM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 지능 ]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2 > 92 > 실패

GM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서유일

그랬나? 안 잠가뒀던 것 같은데. (제가 원하는 사람일리가 없는데도, 그 목소리가 그리워 몇 마디 더 붙인다.) 형.. 보고 싶었어.

?

...유일아. 뭐가 불안해?

서유일

난, 문을 열었는데 형이 없을 것 같아서…

?

왜 그런 생각을 해. 오랜만인데 형 안 반가워?

서유일

아니, 반갑지. 근데.. 내가 형을 볼 꼴이 아니라서 음, 해 뜨면 다시 찾아와 줄 수 있어 형?

?

왜 그래?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란 거 알잖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핑계를 대려면 좀 더 성의 있게 대야지.

서유일

(대화를 나눌수록 문 밖의 존재는 그저 목소리만을 흉내내고 있을 뿐이란게 확실해졌다. 그런 동시에 문을 열면 이 재미없기만 한 삶을 이만 끝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형은 나 안 보고 싶었어?

?

보고 싶어서, 찾아왔어.

서유일

하지만 형은, 그때 죽었잖아… 아니야?

?

그래, 나도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왜 다시 살아났는지는 모르겠어.

서유일

(잠깐 다시 창 밖 흘긋이고.) 문 열어주면 뽀뽀 해줄 거야?

?

원하는 만큼.
못 본 새 어리광이 늘었네.

서유일

(시선은 바닥으로 향한다. 이대로 무시하면 후회가 남을 것도 같고, 고민이 길어지면 좋지 않으니까. 속는셈이라 생각하고 문고리 당겨 작은 틈 만든다.)

GM

문고리를 돌리는 찰나, 서유일은 깨닫습니다.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요.

알고서도 이런 행동을 선택한 걸까요?

어느 쪽이든 별 상관없습니다.

이미 늦었으니까요.

문이 열리고 머리 없는 시체가 서유일의 품으로 왈칵, 쏟아집니다.

서이무, 오랜만이에요.

간만에 안은 서이무에게서는, 지금의 그가 가질 리 없는 체온이 느껴졌습니다.

곧 격통이 서유일의 전신을 덮칩니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GM

꺼져가는 의식 속, 서유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며, 다만 생각합니다.

지구 최후의 생존자의 말로가 이러하다니.

아니, 오히려 최후의 생존자였기에 기꺼이 속을 수 있었던 거짓말이었을까요.

사냥꾼의 사기 공작,

END A [코끼리 무덤] .

서유일 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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