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의 메시아
2024. 10. 8. 22:32

메인

GM

▸ 🎕 ┈┈┈┈ 🎕 ┈┈┈┈ 🎕 ◂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이 있을까.
다시 만나게 되는 날에 너는 나를 사랑스럽다고 여겨줄까.
그래서 어느 날엔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황정은, 계속 해보겠습니다

▸ 🎕 ┈┈┈┈ 🎕 ┈┈┈┈ 🎕 ◂

도입, 병실.

당신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정리하며 문득 바깥으로 통하는 병실 창문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몇 주 전부터 내도록 하늘이 어둡더라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도 벌써 나흘 째입니다.

한참 창밖을 내다보고 있노라면 별안간 닫혀 있던 병실 문이 열립니다.

환자들에게 점심 약을 처방하기 위해 들어온 간호사입니다.

당신의 순번은 맨 마지막입니다.

올 때 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마저 짐을 챙겨보도록 할까요.

당신의 자리에는 창문, 침대, 사물함, 붙박이 책상, 간병인석, 커튼이 있습니다.

서유일

(주섬주섬 침대 더듬는다.)

GM

[침대].

얼마 되지 않는 짐들을 꾸려 넣은 가방이 놓여 있습니다.

딱딱하고 신경질적인 백색 매트리스는 이제 물리다 못해 질릴 지경이에요.

서유일

(이제 푹신한 곳에 누울 수 있겠다 생각하며 창문 본다.)

GM

[창문].

빗물이 새어 들어올까 문을 꼭 닫아놓은 창문 너머로 비가 쏟아집니다.

창틀에는 국화꽃 세 송이가 꽂혀 있는 화병이 놓여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벌써 세송이 째입니다.

당신은 이 시점에서 나흘 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 그 날부터 하루에 한 송이씩 자신의 병상에 국화꽃이 배달되어 왔음을 떠올립니다.

게다가 의아하게도 발신자의 존재는 오리무중.

차마 버릴 수 없어 화병에 한 송이 두 송이씩 모아 두었지만 께름칙한 기분은 져버릴 수 없었죠.

서유일

(국화꽃 툭 건드려보다 사물함 연다.)

GM

[사물함].

미처 챙기지 못한 옷가지 몇 벌이 걸려 있습니다.

계절이 지나 시기상 입지 못할 법한 옷들도 몇 장 보입니다.

서유일

(다시 닫곤 간병인석으로 몸 돌린다.)

GM

[간병인석].

크게 오가던 사람이 없어 좀처럼 위치가 바뀔 줄 모르던 간병인석입니다.

서유일

(금방 시선 떼고 커튼 건드린다.)

GM

[커튼].

버석버석한 면 재질로 가공된 커튼입니다.

바깥쪽엔 당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핀으로 꽂혀 있습니다.

서유일

(살살 흔들어보다가 붙박이 책상으로 향한다.)

GM

[붙박이 책상].

마시다 남은 병쥬스와 함께 1회용 세면도구 따위가 놓여 있습니다.

언젠가 읽다 만 책도 한 권 기울어져 있네요.

서유일

내가 책을… 읽었었나. (언젠가 제 연인이 보던 책을 떠올려 읽어본 것 같기도 하다. 괜히 훑고는 도로 내려둔다.)

GM

팔랑, 책갈피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서유일

(책갈피 주워든다.)

GM

책갈피에는 글귀가 적혀있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게 원래 이런 내용이었던가?

짐 정리를 대강 끝마칠 무렵, 의료카트를 끌고 각석 병상 환자들에게 약을 나누어주던 간호사가 곧 당신의 자리로 다가옵니다.

간호사

오늘 두 시 퇴원이시죠?

준비 다 끝나셨으면 바로 퇴원하셔도 좋아요.

GM

그렇게 말한 간호사는

간호사

아, 맞다. 여기요. 오늘도 도착했더라구요.

GM

사족을 덧붙이며 곱게 포장된 [꽃 한 송이]와 [편지봉투] 하나를 건네준 뒤 돌아갑니다.

서유일

(뱉으려 했던 감사인사는 간호사가 건네준 것을 보고 미처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건네준걸 받아들고 꽃 한송이 살핀다.)

GM

[꽃 한 송이].

종이로 된 포장지에 곱게 싸여있는 꽃 한 송이.

흰 국화입니다.

포장한지 얼마 되지 않은 걸까요?

꽃잎 사이로 송글송글 물기가 맺혀 있습니다.

…이로써 네송이 째.

서유일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이상하네. (편지봉투 살핀다.)

GM

[편지봉투].

손으로 만져보면 제법 두툼한 감이 있습니다.

서유일

(봉투 열어본다.)

GM

카드 한 장과 반으로 두 번 접힌 종이 한 장이 들어있습니다.

서유일

(카드 먼저 이리저리 훑는다.)

GM

「때로 극렬한 염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문이 되는 법.」.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GM

카드의 뒷면에도 메시지가 적혀 있음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이미 소중한 것을 되돌려 받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서유일

?… 나한테 온게 아닌가? (머리 긁적이며 접힌 종이 펴본다.)

GM

펼쳐보면 약도입니다.

약도에 표기되어 있는 최종 목적지는 여느 외딴 도로로, 당신의 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장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관찰/자료조사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GM

모서리에 적혀 있는 아주 작은 글씨를 발견합니다.

「…것들과… …염원 네 송이를… …반드시 지참하여 주십시오.
단, 다시 돌아올 때 최소 한 송이의 …을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서유일

뭐야?
(눈만 깜빡이다 약도 챙긴다. 퇴원까지 뭘 해야하나… 침대에 걸터앉았다.)
(시계를 확인하곤 일어선다.) 좀 일찍 가도 되겠지. (약도를 펼쳐 확인하며 병원 나선다.) 일단 짐은 집에다 두고..

GM

집에 도착하면, 텅 빈 공간이 당신을 맞이합니다.

서유일

(있어야 할 사람이 없자니 새삼 다시 잃은게 떠올라 짐은 현관에 대충 던져두고 국화꽃 네송이와 약도 챙겨 다시 집 나선다.)

GM

국화꽃을 버리지 않고 화병에 꽂아둔 데에는 많은 의미가 있지 않나요?

국화꽃 네 송이를 소중히 쥐어들고, 당신은 집에서 떠나 약도를 따라 걸어갑니다.
도로, 의문의 버스 정류장.

빗줄기의 세력이 약해져 금세 비가 그칠 줄 알았는데, 온전히 멎을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산을 조금 들어올려 사방을 살펴봅니다.

평소에 종종 지나다니던 길이라서일까요.

헤매지 않고서 약도에 적힌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9 > 79 > 실패

GM

그야말로 황량한 도로입니다.

듬성듬성 심어진 가로수만이 유동객 없이 쓸쓸한 거리를 장식하고 있을 뿐이에요.

특이점을 찾기 위해 조금 더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저 멀리서 [버스 정류장]을 발견합니다.

BUS STOP이라 쓰여있는 푸른색의 표지판이 돋보입니다.

서유일

(버스 정류장에 들어가서 우산을 접고 살핀다.)

GM

-버스 정류장.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구조의 버스 정류장입니다.

노선도는 보이지 않고 그저 멀끔한 벤치와, 빗물이 새어 들어 올 수 없도록 덧대어둔 플라스틱 천장이 구성의 전부입니다.

고장이 난 모양인지 전원이 차단된 전광판이 천장에 붙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협소하고 덧없군요.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GM

특이점을 하나 발견합니다.

정류장 벽면이 조각되어 있네요.

이건 마치 교회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연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 아래 음각으로 짧은 메시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메시아를 위한 정류장'.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0 > 20 > 어려운 성공

GM

그런데, 이 버스 정류장.

처음 보는 정류장입니다.

입원하던 사이에 새로이 노선이 들어선 걸까요.

위화감이 듭니다.

서성이던 당신은 얼마 있지 않아 도로 저 끝에서부터 희뿌연 헤드라이트가 훅 끼쳐 오는 것을 봅니다.
바퀴가 물웅덩이를 헤치고 돌아가는 소리.

모로보나 버스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겠네요.

빗길을 맹렬히 가르고 달리던 버스의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이내 당신이 서있는 정류장에 정차합니다.

넘어지면 닿을 거리에 멈춰선 버스의 개폐구가 열립니다.

서유일

(개폐구 바라보다 우산의 물기를 털어내고 안으로 발을 들인다.)

GM

운전석을 살피면 …언젠가 그러했듯 운전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꿈일까요?

정말 꿈이라면 당최 언제부터 시작된 꿈이란 말입니까.

기묘한 느낌에 SANc 0/1.

서유일

cc<=55 이성체크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GM

버스는 일견 평범한 시내버스의 외양입니다.

번호판따위는 달리 부착되어 있지 않고, 그저 전면에 달린 와이퍼가 쏟아지는 빗물을 바삐 닦아내고 있을 뿐입니다.

내부에 승객은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고, 운전석 옆자리에 요금을 지불하는 플라스틱 박스 대신 네모나고 길쭉한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서유일

(앞에서 망설이다가 유리병에 국화꽃 한 송이 꽂아넣는다.)

GM

유리병 속에 가지고 있는 국화 중 한 송이를 꽂아 넣으면 잔돈 지급기 아래로 작게 접힌 쪽지가 툭 떨어집니다.

서유일

(쪽지 집어들어 펼쳐본다.)

GM

「염원은 한 번 지고나면 다시 피어나지 않으니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사용할 것.」.

곧 개폐구의 문이 닫히고 버스가 출발합니다.

참 기이한 일입니다.

이 버스는 어디로 향하는 버스일까요.

최초에 당신은 죽음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버스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요.

도로, 연옥演獄의 버스 정류장.

한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온전히 정차할 무렵 정신이 들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배경이 바뀌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강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꽤 오래간 달려왔다는 것 정도일까요.

서유일

(정신이 들자 창 밖 살피다 밖으로 걸음 옮겨서 발 딛고 선다.)

GM

당신이 내리고 나면 버스는 저 도로 너머로 금세 종적을 감춥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자니 어둑한 먹구름이 전부인지라 시간을 유추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적어도 밤은 아닌 것 같네요.

서유일

…여기가 어디지. (무작정 내리긴 했으나 걱정이 앞서 주변 둘러본다.)

GM

별다를 것 없는 시시한 정류장 어귀에 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연옥입니다.
지정된 저승으로 이동해야하는 망자 여러분들께서는 마을에서 필요한 절차를 끝마친 이후 환승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GM

연옥이라니.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요.

그러고보니 연옥이라는 장소에 대한 지식을 어디선가 접해본 것도 같습니다.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요.

정확한 것은, 적어도 이곳이 당신이 살던 이승은 아니라는 것.

SANc 0/1.

서유일

cc<=55 이성체크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7 > 97 > 실패

system

[ 서유일 ] SAN : 55 → 54

GM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9 > 99 > 실패

GM

버스에 올라타 미지의 장소에 도착하기는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다음 버스는 오지 않고 그저 저 너머에 이어진 보도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유일

(잠시 안절부절 그 자리를 빙 돌다가 이어진 보도로 걸음 옮긴다.)

GM

쭉 이어진 인도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드리워진 안개 너머로 희미하게 마을의 형태가 눈에 들어옵니다.

길 위를 바삐 걷는 사람들, 마을 특유의 작은 소음들.

투박하나마 단조롭게 이어진 상가며 도로를 오가는 차도 몇 대 종종 보이네요.

역시 그저 다른 마을로 흘러들어온 것 뿐이려나.

안일한 생각을 하며 기계적으로 주변을 둘러보거나 걷고 있을 때쯤….

▶민첩/행운 판정.

서유일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8 > 18 > 어려운 성공

GM

휙.

어디선가 날아온 돌이 가까스로 뺨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하마터면 큰 일 날뻔 했어요.

아찔한 불청객의 기습에 반사적으로 돌이 날아온 근원지를 찾아봅니다.

???

저 자식, 저 자식을 잡아!

GM

허나 눈보다는 귀에 날카롭게 꽂혀 오는 고함이 먼저였습니다.

골목에서 튀어나온 무뢰한 무리가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서유일

저요? ?.?

GM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위해 마을 어귀를 쭉 둘러보면, …어째서일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도끼눈을 뜨고 그저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수 십 개의 시선이 폭력이 되어 당신의 목을 조릅니다.

소름이 끼칩니다.

SANc 1/1d3.

서유일

cc<=54 이성체크 (1D100<=54)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ㅜㅜ? ?ㅜ?

system

[ 서유일 ] SAN : 54 → 53

GM

어디로 도망쳐야 할까요.

저 자들은 무슨 이유로 당신에게 악착같이 달려드는 걸까요?

당장 영문을 따질 시간은 없습니다!

우선 무뢰배를 따돌려 달아나야겠어요!

▶민첩 판정.

서유일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6 > 16 > 어려운 성공

GM

천천히 뒷걸음치던 당신은 그대로 뒤를 돌아 건물이 밀집되어 있는 마을 안쪽으로 전력질주합니다.

???

저 자식 잡아!

GM

등 뒤로 따라붙는 무뢰한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거리를 울립니다.

그 타이밍에 맞추어 무뢰한 하나가 당신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틀어쥐고 흔듭니다.

???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GM

▶근력 판정

서유일

어딘데요?! ?ㅜ?
cc<=60 근력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보통 성공

GM

당신은 가까스로 무뢰배의 손을 뿌리치고 달아납니다.
곧 당신의 눈 앞에 두 갈래의 골목이 나타납니다.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서유일

어…왼쪽?

GM

다 낡아 간판이 꺼져가는 좁은 상가의 골목을 헤치고 달립니다.

무뢰배의 고함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점차 가까워짐을 느낍니다.

달리고 달리던 그 끝에, …아차.

담벼락으로 막혀있는 막다른 길 끝에 당도합니다.

서유일

저… 저희 대화를! 대화를…! (퍽이나 통할 것 같은 협상 시도하며 주변 둘러본다.)

GM

▶오르기 판정.

서유일

cc<=20 오르기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대실패

GM

턱.
담벼락의 모난 부분을 쥐고 올라 넘어서려던 찰나에 손이 미끄러집니다.

뒤를 돌아보면 골목에 들어선 치들이 소리를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오고 있습니다.

이대로 끝인 걸까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지던 그 찰나에 누군가 당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힘껏 잡아 당깁니다.

무릎에 힘을 넣어 가까스로 담벼락 너머로 이동합니다.

당신을 붙잡은 사람은 당신의 발이 땅에 닿자마자 잡은 손을 강하게 이끌고 저 너머의 골목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뛰어 인적이 드문 도로에 도착합니다.

그제야 두 사람은 숨을 돌립니다.

흐트러진 머리칼, 밭은 호흡이 지속되고… 당신의 구해준 사람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서이무입니다.

한 번의 삶을 건너 지독했던 죽음의 강을 반대로 횡단해 두 사람은 이 연옥에서 또 다시 조우했습니다.

도망쳐오며 우산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씌워줄 우산 하나 없이, 비내리는 삭막한 도로에서 얼굴을 마주합니다.

서이무

이곳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GM

어떤 대화가 오가기도 전에 서이무가 화를 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연옥.

산 자가 들어올 수 없는 장소입니다.

서유일

형, 아니. 난…버스가 와서 탔다가…

서이무

무슨 버스가 와. 제대로 말해.

서유일

오늘 퇴원… 했는데 누가 약도를 보내서 거기를.. 따라갔더니 버스가, 와서… 근데 형은, 왜… 화 먼저 내? (서운한듯 네 손 툭 건들다가 잡아본다.)

서이무

서유일. 어리광 부리지 말고... (이어지려던 말은 닿아오는 손에 끊겼다. 잠시 물끄러미 잡힌 손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쉰다.) 여기서 나가.

서유일

(손 꾹 쥐고는 매정한 상대의 태도에 눈썹 끝 올렸다.) 나는, 형이 보고싶어서 매일매일 형 생각만 했는데.

서이무

고집 부릴 일 아니야. 그때 너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잖아. 알면서 이러면 안 될 텐데. 어리게 구는 것도 적당히 해야지.

서유일

형! 우리 방금 만났잖아… 잠깐 정도는, 같이 있어도 되는거 아냐?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은데 난…

서이무

언제 어떻게 될 줄 알고. 나는 이 곳의 법칙을 몰라. 일정 시간 이상 머무르면 너 역시 여기에 종속될지도 모르지. 나가겠다고 해. 그러면 나 역시 도와줄 테니까.

서유일

(받아주지도 않자 어지간히도 불만인듯 비죽 입 내밀었다.) 싫어. 안 가. 평생 형이랑 여기서 살거야! 집에는 아무도 없단 말이야.

서이무

서유일.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는 굳어있었다. 한 번도 네게 낸 적 없던 목소리였다. 혼낼 때조차도. 화를 눌러참는 듯 그는 고개를 젖혀, 팽팽히 당겨진 턱 근육을 움직여 숨을 길게 내뱉었다. 다시 너를 바라보는 이는 손을 움직여 네게서 빼내었다.) 네가 이러면 안 되지.

서유일

(굳은 목소리에 잠시 주춤이다 고개 숙였다. 그저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새나올 것도 같아서 눈가만 만지작 거린다. 혼나고 서러운 와중에도 네가 너무 반가워 이 상황에서까지 꼬리를 살랑이며 빠져나간 손을 다시 붙잡는다.) 형은… 형은 이래도 돼?

서이무

내가 지금 너에게 잘못하고 있어? (너를 두 번이나 거절하지는 않는다. 다만 붙잡은 손을 바라보지 않을 뿐. 다시금, 한숨. 그는 너를 다시 만난 이후로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나가겠다고 말해.

서유일

날 혼자 보냈잖아. 아무도 없는 곳에. 저쪽에 있는 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한줄 알아 형? 입원한 동안 몇 명이 온 줄은 알고? (두 손으로 붙잡은 손을 만지작 거린다. 제게 이승은 외롭기 짝이 없었다. 제 편이 있는듯 하면서도 없었다.)

서이무

널 혼자 보냈지. 목숨이 붙어있는 채로. 그래, 내가 너를 죽였어야 했어? 혼자 죽지 못하고 널 잡아끌고 같이 죽었어야만 했을까? 어리고 남은 것이 많은 애를? 병문안보다는 조문이 사람은 더 많이 끌어모았을 테니, 그러면 네가 만족했을까?

서유일

그래! 차라리 같이 죽지 그랬어! 나한텐 형이 제일 소중한데 목숨만 달랑 붙어있으면 뭐해? 행복하지도 않고 외롭기만 하다고! 그래서, 가기 싫다고 했잖아. 나는 형 옆에 있는게 뭣보다 좋은데. 형은, 왜 가라고만 해. …형 나는 진짜, 다 필요 없단 말이야.

서이무

다시 제자리네.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 (이어진 말은 한층 차분해져 있었다.) 나는 그때 이 얘기가 끝난 줄 알았는데. 너도 충분히 납득했고, 가겠다고 했잖아.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의미 없는 헛 짓을 할 필요도 없었지.

서유일

아니, 나는… 난, 납득한게 아니야. 떠밀렸던거지 그저… ( 꾹 쥐고 있던 손을 놓고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다.) 나 같이 아무것도 못 하는, 애한테 무슨 기대를 했어? (네 낯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바닥을 딛고 있는 자신의 발만을 노려본다.)

서이무

유일아. (한 번의 호흡, 그 이후에야 그는 평소같은 목소리를 내었다. 조용한 다정함이 담긴 호명은 너를 부른다.) 서유일. (물러난 거리를 적은 걸음으로 다가가 고개를 떨군 이를 감싸안았다.) 나는 늘... 너를 사랑해. 그래서 기대하고.

서유일

(제 몸을 감싸는 상대에게 고개를 기대어 얼굴을 파묻는다. 져줄 생각이 없는 연인에게 이길 수 없다는 건 자신도 잘 알았기에 약간의 우울감이 감돈다.) 미안해 형. 나는, 형이 기대하는 그런 사람이 아냐.

서이무

내가 기대하는 네가 어떤 사람인데? 나는 네가 어떠한 사람이기를 기대한 적 없어. 내가 바라는 건 늘 행동과 태도였지. 사람 자체가 바뀌기를 요구한 적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

서유일

돌아가도 형이 바라는 삶을 취하지 못할거야. 평생을 형 생각만 하고 그리워 하며 외롭게 떠돌다가 혼자 죽겠지. 병원에 있는 동안 많이 생각했어 형. 후회도 하고… 아니면 형이 원하는게 이런거야?

서이무

(대답은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도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결국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네가 돌아가겠다고 말하게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서야 비로소 하게 된 말이었다. 동시에 지독히 고집스러운 말이기도 했다.) 다행히 연옥의 모든 영혼들이 네 정체를 눈치챈 것 같지는 않아. 늦기 전에 빠져나가자. 도와줄게.

서유일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올렸다. 동공은 커져서 잘게 떨리는 손으로 네 어깨를 꾸욱 밀어냈다.) 형이, 날 숨겨주면 되잖아. 안 간다니까? 형. 날 보내지 마…

서이무

너는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야. (밀리지 않도록 네 팔을 붙들고는 조곤조곤 말을 이어나갔다.) 아까 전에 그 사람들도 그걸 알고 쫓아온 거고. 여기 계속 있다가는 어떻게 될지 몰라.

서유일

잡히면 어떻게 되는데? 쫓겨나려나… (머리를 굴렸다. 만약 제가 떼를 써서 여기 남는다 하더라도 쫓겨난다면 겨우 만난 연인과 헤어지는 꼴이 되는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돌아갔다가 죽어서 다시 오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식으로 결론은 내려졌다.) 알았어. 가자.

GM

연옥演獄.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마을.

연옥은 한적하고 평범한 마을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신문배달소년

속보예요! 속보!

GM

키 작은 신문배달소년이 [전단지] 한 뭉치를 허공에 흩뿌리며 바삐 지나갑니다.

서유일

여기에도 이런게 있구나~ (전단지 주워든다.)

GM

전단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의 !

「최근 이승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열린 것을 발견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이 있으니, 모쪼록 빨려들어가지 않도록 유의할 것.」.
※육체 없는 영혼이 적법한 경로로 환생하지 않고 이승으로 빨려들어가면 그대로 이승의 어딘가에 붙어 지박령이 된다는 소문이 있음.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어려운 성공

GM

'목격자의 증언' 대목에 신경이 쓰입니다.

이승과 연결되는 연옥의 통로라면 당신이 연옥으로 들어온 것을 발견한 목격자가 있다는 소리가 됩니다.

하지만 그 도로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이상하네요.

다른 곳에도 이승과 연결되는 정류장이 존재하는 걸까요?

서이무

증언을 한 목격자를 만나보는 게 어때?

서유일

찾을 수 있을까?

서이무

찾을 수 있을 거야. 우선 전단지를 발행한 곳부터 찾아가면 되겠지.

서유일

그럼 만나보는게 좋겠네~ 형은 어딘지 알아?

서이무

아니. 하지만 신문을 판매하는 사람은 알지 않겠어?

서유일

(방금 전단지를 뿌리며 지나간 소년의 이동방향 보며 고개 기울인다.) 잡아와야 하나?

서이무

그럴 것 없어. (손가락의 등으로 네 뺨을 쓸어내리며 만류한다.) 굳이 직원 하나를 잡을 것 없이, 움직이지 않는 판매소가 있으니까.

서유일

그래? 사실, 이런건 드라마에서나 봤지. (네 쪽으로 고개 돌리곤 자연스레 손 잡는다.) 그럼 거기로 가면 되겠다.

GM

광장.

이동하면 몇 골목 지나지 않아 중앙이 탁 트인 마을 광장을 맞이합니다.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 수 없는 기다란 도로 중앙에 [버스정류장] 하나가 설치되어 있는 한편, 제법 가까운 곳에 [간이 신문 판매소]가 존재합니다.

정신 없이 얽힌 [상점가]도 눈에 띄네요.

서유일

(일단은 간이 신문 판매소로 향한다.)

GM

[간이 신문 판매소].

말 그대로 그 날 들어오는 신문을 파는 간이 판매소입니다.

굉장히 협소한 크기로, 세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안을 늙은 노인이 지키고 있습니다.

서유일

저, 할아버지. 혹시 신문 발행처가 어디인지 아세요?

노인

이 곳에서 전단과 신문을 발행하는 곳은 그 곳밖에 없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 세 블럭 앞으로 나아가면 신문을 발행하는 건물이 보일걸세.

서유일

아~ 감사합니다. (꾸벅 숙여 인사하고 중앙 버스정류장에 걸음 옮겨본다.)

GM

[버스정류장].

정류장에는 버스가 한 대 정차하고 있습니다.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는 다소 험악한 인상이네요.

그 인근은 저마다 생김새가 다른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다만 특이한 점이 있다면 버스에 탑승하는 자들이 모두 포승줄에 묶여 있다는 점입니다.

마치 죄수처럼 하나의 밧줄에 묶여 줄줄이 연행되어 들어가고 있습니다.

관리자인 모양인지 삼단봉을 든 사람들이 차례차례 그들을 인계합니다.

서유일

형. 나도 잡히면 저렇게 돼?

서이무

아니. 너는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니까.

서유일

그럼 죄를 지은 사람들은 저러고 오는거야?

서이무

여기는 죄를 씻어내는 곳이야. 그런 이 곳에서 다시 죄를 저지른 사람들만 저렇게 끌려가는 거지.

서유일

끌려가는거면 저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데?

서이무

글쎄, 모르겠네. 가본 적이 없어서.

GM

포승줄에 묶여 들어가던 망자들이 동시적으로 당신을 뚫어져라 바라봅니다.

망자

맞지?

맞을 거야.

저 자식을 잡아야 해.

산 인간이다. 죽은 인간이 아니야.

서유일

(도리도리)

GM

저마다 수근거리던 망자들이 한데 뒤엉켜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관리자들이 모여 그들을 저지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민첩 판정.

서유일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2 > 42 > 보통 성공

GM

서이무와 함께 가까스로 정류장 먼 곳으로 달아나는데 성공합니다.

서유일

(헥헥대며 숨 고른다.) 왜 자꾸 날 잡으려고 하지?

서이무

연옥에는 정해진 영혼의 수가 존재해. 한 사람분의 영혼이라도 모자라거나 넘치게 된다면 연옥의 균형이 비틀리지. 더군다나 너는 산 사람이니 모두가 경계하고 몰아내려 구는 거야.

서유일

아니 어차피 저 사람들은 곧 떠날거면서. (그런건 모르겠고 불만스런듯 꿍얼인다.) 형은 여기 있어서 다행이다. (굳이 따지자면 다행은 아니지만… 말 끝 흐트리며 상점가로 향한다.)

GM

[상점가].

대부분의 상점은 문을 닫았지만, 듬성듬성 노점상이 열려 있습니다.

갖가지 음식 냄새가 풍기는 한편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비를 피하기 위한 우산도 이곳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서유일

형. 우산 필요해? 이미 다 젖긴 했는데…

서이무

하나 살까? 감기 걸리겠다.

서유일

난 괜찮은데… 그러자.

GM

노점의 주인은 검은 장우산을 건넵니다.

서유일

(습관적으로 계산을 하려 주머니를 뒤적이다가, 여기에선 무엇을 값으로 치나 하여 제 옆에 선 이를 보고 쿡 찔렀다.)

서이무

응? 왜 그래? (말하는 이는, 바깥과 동일한 지폐를 꺼내 값을 치뤘다.)

서유일

(빤히 보다가.) 여기서도 똑같네… (중얼이곤 우산 챙겼다.) 이제 신문사에 가자

GM

건물 앞에 도착하면 간판이나 현수막따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군데군데 부식되어 떨어져나가거나 박살난 벽돌의 잔해가 건물이 꽤 노후했음을 알릴 따름입니다.

문이 열려 있습니다.

서유일

(예상과는 다른 모습에 끔뻑이다가 안으로 들어선다.)

주인

어머, 이 구석진 곳까진 무슨 일로 오셨나요?

GM

내부로 들어서면 주인 부부내외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두 사람은 꽤 호의적입니다.

당신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한 걸까요?

주변은 신문의 발행소라기에 난잡하고 비좁기 그지 없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말라 붙은 잉크 통과, 잡다하게 널려 있는 [서류뭉치]가 가득합니다.

서유일

(테이블 위의 서류뭉치 눈으로 훑는다.)

GM

눈에 띄는 종이를 한 장 발견합니다.

제목은 <메시아의 존재에 관하여> 입니다.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주인

어쩐지 이곳 저곳이 떠들썩 하더라니, 여러분 중 한 분은 연옥의 사람이 아니군요.

과거에 아내를 살리기 위해 위대한 옛 것과 거래하여 스스로 연옥에 걸어들어왔습니다. 결국 실패해 함께 연옥에 귀속되고 말았지요.

위대한 옛 것, 그 신에 대한 기억은 커다란 두꺼비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 정도입니다.

그 종이의 기록은 연옥에 들어오기 전 고서적에서 발췌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저는 아내와 함께 이승으로 돌아가는데 실패하고 말았지만요.

필요하시다면, 「영혼의 무게를 줄이는 약」의 제조법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서유일

아, 필요해요! 알려주세요.

서이무

그래, 일단 이걸 만들어야겠네.

서유일

(순간 같이 돌아갈 수 있는걸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성당 먼저 가야하나?

서이무

그래야겠지. 가자.

서유일

감사합니다 아저씨!! (허리 숙여 인사하고 네 손 잡아끈다.)

GM

두 사람이 나서기를 택하면 내외가 배웅해줍니다.

만일 다시금 뒤를 돌아본다면 노후된 건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SANc 0/1.

서유일

cc<=53 이성체크 (1D100<=53)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GM

연옥의 동쪽, 마을의 가장자리.

이동하면 이동할 수록 길 위에 얼마 보이지 않던 인파마저 그 모습을 달리합니다.

바닥에 난 잡초며 갖가지 식물들은 암갈색 내지는 암적색을 띠며 죽어가고 있네요.

두 사람의 것을 제외하고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만큼 고요한 곳에서 당신은 고성과 같은 [성당]을 발견했습니다.

서유일

(성당 향해 걸음 옮긴다.)

GM

말라가는 인기척만큼이나 오간 사람이 없던 모양인지, 날카롭고 투박한 덤불의 똬리로 빼곡히 덮여 있습니다.

어쩐지 기묘한 색을 가진 담쟁이 넝쿨 또한 벽을 온통 점령한 채 즐비합니다.

어찌나 빽빽히 차지하고 있는지 입구는 커녕 창문 하나 제대로 찾아보기 힘듭니다.

아무래도 이 방해꾼들을 끊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떠올렸다면, 주변을 먼저 둘러볼까요?

서유일

(들어갈 방법은 없나, 성당 주변 죽 훑어본다.)

GM

넓은 공터 가장자리에 수풀이 우거져 있고, 암갈색 풀잎들은 바람이 불 때마다 풀피리 소리를 냅니다.

멀지 않은 곳에 성당과 마찬가지로 관리되지 않아 쓰러져가는 [폐가] 한 채와 폭삭 망해 버려진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군요.

서유일

(폐가 쪽으로 먼저 향한다.)

GM

-폐가.

몽창 박살나 그저 구색만 갖추고 있는 문을 열면 뽀얀 먼지가 일어납니다.

태풍이라도 휘몰아쳤던 걸까요?

기둥에는 금이 가있고, 과거에 방과 방을 구분지었을 벽은 무너져 바깥 풍경을 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찰/행운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실패

GM

불특정 다수의 가구가 이루어낸 잔해 아래서 날이 벼려진 도끼를 발견합니다.

서유일

(도끼 주워들곤 살핀다.) 챙기면 좋으려나?

서이무

다른 마땅한 게 없다면 별 수 없겠지. 형이 챙길까?

서유일

어? 응. (순순히 도끼 상대에게 넘기고 도서관으로 향한다.)

GM

-도서관.

겉보기에 상대가 영 좋지 않던 도서관입니다.

허나 내부로 들어서면 깨나 양호한 모양새가 드러납니다.

물론 어딘가 하나 다리가 박살났거나, 사라져 있거나, 가운데가 반으로 똑 부러져 주저앉은 테이블 따위가 보이긴 하지만요.

손을 대서 무언가 얻을 수 있어보이는 곳은 [책장]과 [중앙 테이블] 정도가 있겠네요.

서유일

(책장 살핀다.)

GM

[책장].

한발짝 내딛기만 해도 바닥에 눈처럼 쌓여있던 먼지가 떠올라 부유합니다.

사방에 마치 안개가 끼어있는 듯 하네요.

쓰러져있거나 박살나있는 책장들 가운데 멀쩡히 서있는 책장 쪽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자료조사 판정.

서유일

cc<=10 자료조사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실패

GM

눈에 띄는 책을 두 권 발견합니다.

<연옥의 약물 대백과>, <원석을 가공하는 법>.

서유일

(연옥의 약물 대백과 펼쳐본다.)

GM

*연옥의 약물 대백과.
표지에는 '禁書'라고 적혀 있습니다.
펼쳐보면 대부분 사용할 수 없거나, 사용할 필요가 없는 약물 제조법이 적혀 있네요.
재료가 터무니 없어 제조 시도조차 하지 못할 법한 레시피도 잔뜩 적혀 있습니다.

모독적인 기분에 SANc 0/1.
▶자료조사 판정.

서유일

cc<=53 이성체크 (1D100<=53)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보통 성공
cc<=10 자료조사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8 > 18 > 실패

GM

「영혼의 무게를 줄이는 약」레시피를 발견합니다.

서유일

(원석을 가공하는법이라 적힌 책 펼쳐본다.)

GM

다른 책을 펼치기 위해 <연옥의 약물 대백과>를 꽂아넣으면 책장 틈새에 꽂혀 있던 부록 카드 한 장이 팔랑팔랑 떨어집니다.

*원석을 가공하는 법.

이곳에 적혀있는 원석의 가공 방법은 이승의 것과 사뭇 다릅니다.

당신은 그 틈새에서 「연옥의 다이아몬드」에 관련된 내용을 발견합니다.

서유일

그럼~ 다이아몬드는 형이 갖고 샘물은 내가 가지고 있으면 되겠다. (말하며 도서관 빠져나와 다시 성당으로 향한다.)

GM

성당에 도착하면 도끼로 넝쿨을 자르고, 덩쿨이 잘려나감과 동시에 도끼의 날도 함께 부러집니다.

어딘가에 더 사용할 수는 없어보이네요.

이후 성당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서유일

(성당 안으로 걸음 옮긴다.)

GM

-성당.

아득하게 눈부신 빛이 천장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투과하여 형형색색 부서집니다.

벽을 적시는 빛은 하늘에 자욱히 자리한 먹구름 사이를 헤치고 산란하는 것일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겉보기와 다름 없이 꽤 방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성당 중앙에 놓여있는 커다란 [십자고상]과, 새카만 바닥이 드러난 [구덩이].

서유일

(십자고상 살핀다.)

GM

[십자고상].

세계가 말하는 이 세상의 구세주, 성서 속의 메시아.

부름을 받은 자.

…신의 형상이 존재합니다.

허나 신께 기도 올릴 드넓은 성당에 이상하게도 신자석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샘을 위한 공간처럼요.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2 > 82 > 실패

GM

석상 아래에 [깨끗한 유리병] 하나가 놓여있습니다.
성수를 담는 데 사용하는 걸까요?

서유일

(유리병 주워들고 살핀다.)

GM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서유일

(유리병 챙겨서 구덩이 쪽으로 걸름 돌린다.)

GM

[구덩이].

필시 '허무의 샘'이라 불렸을 웅덩이는, 이제 그저 시꺼먼 바닥을 드러낸 하나의 커다란 구덩이일 뿐입니다.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 > 4 > 대단한 성공

GM

웅덩이를 자세히 살피면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는 비탈진 경사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유일

(몸 낮춰서 조심히 내려가본다.)

GM

밑바닥에는 다행히 얕게 찰랑이는 샘물이 고여 있습니다.

서유일

(유리병에 샘물 담는다.)

GM

딱 세 스푼가량의 분량이 유리병에 담깁니다.

▶지능 판정.

서유일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3 > 73 > 실패

GM

…그러고보니, 허무의 샘물에 어떤 효과가 더 있다고 했었죠?

서유일

(올라와서 찰랑이는 샘물 눈에 담다가 상대 본다.) 형. 이거, 마셔볼까?

서이무

네가? 왜? (진심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투. 손은 이미 너를 말리기 위해 반쯤 허공에 향하여 있었다.)

서유일

아니, 궁금하기도 하고… 나한테도 고통으로 잊은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서이무

잊지 않아야 할 일이라면 어떻게든 기억했겠지. 굳이 불필요한 고통을 감수할 필요는 없어.

서유일

(고민하듯 미간 찌푸렸다.) 그래도 형… 내가 모르는 기억이 있다는건 좀 이상해. (중얼이고서 유리병에 입을 대고 샘물 흘려넣었다.)

GM

샘물을 삼키자, 머리가 찌르르 울리는 듯한 두통과 함께 처음 보는 장면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타고 스쳐 지나갑니다.

죽음의 여로 끝에서 서이무를 잃은 당신은 혼자서라도 그 삶을 이어나가길 선택했습니다.

허나 크게 다쳐버린 마음은 의지의 갈피를 잃었고, 또 다시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 당신은 곧 광기와 집착에 발을 들입니다.

당신은 그 악몽의 테두리에서 간절한 염원을 마주했습니다.

[네가 가지고 있는 강한 염원과 광기를 보았다.
때로 극렬한 염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문이 되는 법.]

[네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 …를 …하는 대신, 너의 염원을 이루기 위한 네 가지 도움을 주겠다.]
어둠의 한구석에 파묻혀 있던 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 당신의 몸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느낌과 함께-.

…끔찍한 두통에서 벗어납니다.

정신을 차리면 서이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안아받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시간이 흐르고 있으니, 어쩌면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서유일

…형. 미안. 이럴시간이 없는데. 다음은 절망의 숲이었지? 가자.

서이무

서유일. (호명, 그 이후에는 침묵. 그는 말을 고르듯이 침묵했으나 결국 그 바깥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서유일

(작게 앓는 소리를 내곤 자신을 안아받치고 있는 제 연인 껴안았다.) 화 났어?

서이무

(툭, 머리를 기댄다. 색이 다른 머리카락이 섞이는 것은 시야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으나. 말은 한숨과 같이 나온다.) 놀랐어.

서유일

미안해 혀엉. (고개 들어 가까운 거리의 낯 마주보다 쪽, 가볍게 입 맞춘다.) 다음부턴 안 그럴게.

서이무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는 게 아니야. (책망이라기에는 담백한 말투였다. 두통이 이는지 낯을 옅게 찡그리고는 감싸안던 팔을 풀었다.) 가자.

서유일

응… (멋대로 굴어놓고 눈치는 보이는지 조용히 답하곤 절망의 숲으로 걸음 재촉한다.)

GM

연옥의 서쪽, 절망의 숲.

서쪽을 향해 트여진 길을 걷고, 걷고, 또 걷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숲의 입구에 다다릅니다.

숲으로 통하는 입구에 이 빠진 낡은 표지판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주의, 여기서부터 절망의 숲이므로 절대 들어가지 마시오!」

길 잃은 영혼을 돌려보내기 위해 누군가 설치해둔 모양입니다.

서이무

유일아,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서유일

(저도 불안한지 숲의 안쪽 힐긋이며 네 손 잡았다.) 형 근데 나는… 형이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

GM

그의 말마따나, 이 근처를 얼쩡이는 자는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변은 다 쓰러져가는 폐가 뿐이며 이따금 까마귀 우는 소리만이 불길히 들려올 뿐입니다.

서유일

(상대의 손 꾸욱 힘 줘서 잡았다가 놓는다.) 아니면 형은 여기 있을래? 내가 금방 다녀오면…

서이무

위험한 곳인 걸 뻔히 알면서 널 혼자 보내라고? 유일아,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래서도 안 되고.

서유일

그럼 같이 가자 형. (말을 뱉은 후에도 불길한 분위기에 잠시 망설이다 숲 안쪽으로 발 내딛었다.)

GM

말이 숲의 입구지 오가는 사람이 없어 정해진 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를 찾을 때까지 정처 없이 헤매야 하는 걸까요?

이따금 다리를 긁거나 머리 위를 스치는 가시 선 나무와 수풀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서이무

조심해. 긁히겠다.

서유일

난 형보단 작으니까 괜찮아. 형이 더 조심해야지.

서이무

얼마나 차이난다고. 아직도 네가 조그맣던 어린애인 줄 아나봐. (목소리에는 명백한 웃음기가 담겨있었다. 내내 굳어있던 낯이 그제야 풀린다.)

서유일

난 아직 어린앤데? 형이랑 같이 돌아가서 평생 어린애처럼 살거거든? (비죽 입 내밀고 입구에서 놓았던 손 다시 잡았다.)

서이무

그래, 어린애지. 어린애야. ...그래서 그래. 지금이야 네가 이러지만, 시간이 지나면 너도 생각이 바뀔 거야.

서유일

뭐가? (영문을 모르겠단듯 되물었다. 뭘 뜻하는지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으나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면 형이랑, 하고싶은게 많아.

GM

어느 순간 서이무의 기척과 목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맞잡았던 손 역시 온기 없이 비어있습니다.
걸음을 멈춰서는 순간 풀잎 사이를 헤치고 걷던 발자국 소리마저 뚝 끊기게 됩니다.

▶듣기 판정.

서유일

cc<=70 듣기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0 > 60 > 보통 성공

GM

어디선가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서유일

형… 형? (신음소리 따라 가본다.)

GM

뒤를 돌아 걸어온 길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 …칼에 찔려 쓰러져 있는 서이무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듣기 판정.

서유일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GM

사락.

잎사귀와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멀어집니다.

저 멀리 피 묻은 칼을 들고 달아나는 로브 입은 사람을 발견합니다.

서이무는 고통하며 자상을 부여잡고 어서 이 숲을 빠져나가라는 소리를 반복합니다.

서유일

혀, 형…? 아…! 아, 안 돼. 안 돼! (네게 달려가 무릎 꿇고 앉아 품에 상대 안고서 떨리는 손으로 상처부위 살핀다. 다 자신 때문이다. 하는 생각을 숨길 수 없더라.)

GM

▶현실 인지 판정.

서유일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보통 성공

서이무

일어났어? …갑자기 쓰러져서 깜짝 놀랐어. 아무래도 환각을 본 것 같아.

GM

환각 상태에서 벗어난 당신은 서이무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얼마 걷지 않아 한 무더기의 [보라색 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유일

(안심하며 걷는 것도 잠시 눈에 들어온 보라색 꽃 살핀다.)

GM

[보라색 꽃].

꽃무더기는 온통 무채색으로 얼룩져있는 절망의 숲에서 영롱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한줄기 빛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저 반가움에서 기인한 착각일 뿐일까요.

▶식물학, 자연 판정.

서유일

cc<=10 자연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4 > 44 > 실패

GM

어디서 한번쯤 보았던 기억이 나지만… 그뿐이네요.

▶관찰 판정.

서유일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보통 성공

GM

아, 어쩐지 필요 이상으로 밝게 빛나더라니….

곱게 감싸인 꽃잎을 들추어 보니 그 사이에 다이아몬드가 자라나고 있습니다.

서유일

형! 이거봐! (기쁜듯 네가 있는 쪽 뒤돌아보았다. 다이아몬드 보이고 우리병 꺼내 안에 든 샘물 소량 붓는다.)

GM

다이아몬드 위로 샘물 한 스푼을 뿌리면 곧 휘황찬란한 빛이 터져나옴과 동시에 보석이 잘게 조각납니다.

서이무

너 괜찮은지 봐. 안 놀랐어?

서유일

(눈 꾹 감고있다가 고개 돌리며 반쯤 떠보인다.) 괜찮아. 멀쩡해. (곧 완전히 떠서 웃고 가루 챙긴다.)

서이무

유일아, 형 봐봐. (네 어깨 붙잡고 시선 맞추었다. 염려 섞인 표정이기에 붙잡은 손아귀에도 가벼운 힘만이 들어있을 뿐이었다. 낯을 살피는 눈길이 세심하다.)

서유일

응? 괜찮다니까 혀엉. 봐. (눈 여러번 깜빡이고 동그랗게 떠 맞춰오는 시선 피하지 않았다. 반사적으로 손으로까지 가려가면서 빛 막았기에 말 그대로 멀쩡했다.)

서이무

(급작스레 쓰러지는 일이 두 번. 이래서야 누가 망자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그 사이 꽤 예민해진 기색을 한 채로 그제서야 네게서 물러났다.) 이제 돌아가자.

서유일

응. 그래도 빨리 찾아서 다행이다… (네가 걱정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작게 헤실거리며 몸 일으켜서 왔던 발자국에 다시 발을 겹친다.)

GM

마지막, 언젠가 우리가 만났던 버스 정류장.

허무의 샘물, 가루낸 연옥의 다이아몬드, 염원의 국화꽃을 유리병 안에 흘려넣으면  <영혼의 녹는 점>주문을 외기도 전에 두 사람의 주변을 환한 빛이 에워쌉니다.

찰나와 같던 빛이 온전히 걷힌 뒤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샌가 두 사람은 길게 뻗어 있는 도로 위에 서있습니다.

먹구름이 걷히지 않아 그저 눈물같은 비가 바닥을 적시기만 하던 적막한 도로 말이에요.

고개를 들어올리면 서이무의 어깨 너머 가깝고도 먼 곳에서부터 버스정류장이 보입니다.

당신이 최초에 연옥으로 들어섰을 때 맞이해주었던 그 버스정류장입니다.

두 사람이 정류장 가까이 다가가면 안개를 헤치고 버스의 헤드라이트가 점등합니다.

당신들을 기다리며 버스는 오래 전부터 이곳에 정차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둠에 동화되어 보이지 않았을 뿐, 이곳에 빛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정류장에 온전히 당도하면 벽면에 붙어 있는 커다란 [시계]와 무언가 적혀 있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서유일

(커다란 시계 본다.)

GM

[시계].

시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정까지 꼭 10분이 남은 시점이네요.

이 10분의 찰나를 남기기 위해 정말 오래간, 힘들고 어려운 길들을 돌아 지나온 기분이 듭니다.

서유일

(표지판 본다.)

GM

[표지판].

빗물이 맺혔다, 떨어지고, 또 그 위를 미끄러져 조각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투명한 물길 너머로 드러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통에 빠진 사람을 고통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사람이다.
사람은 누구든 구원받을 자격이 있으며, 또 구원해야 할 책임이 있다.
많은 고난과 역경으로 마음이 다쳤다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과 우울 속에서도 당신에겐 빛이, 당신에겐 내일이, 당신에겐 메시아가 있음을 기억하라.
그 작은 희망을 믿고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

버스의 개폐구는 닫혀 있습니다.

서유일

(버스 문에 붙어 안쪽 살피다 약하게 두드려본다.)

GM

버스 운전대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고,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서유일

(조금 초조해졌는지 뒤 돌아 상대 눈에 담고서.) 형 우리, 뭐 빼먹은거… 있었나?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본게 떠올라 병에 든 약으로 시선 옮겨 바라보다 대상을 자신으로 지정해두고, 영혼의 녹는 점 주문을 외운다.)

GM

영혼의 무게를 줄이는 약이 완성되면 어두운 사방을 옅게 비출 만큼의 환한 빛이 찰랑임 너머로 새어나옵니다.

서유일

(신기한지 잠시 멍하니 감상하다 이내 정신 차리고 약 상대에게 건넨다.) 형 먼저 마셔.

서이무

네가 마셔야지. 돌아가야할 건 너잖아.

서유일

같이 돌아가는 거잖아. (고집스레 네게 뻗은 팔 거둘 기색이 없다.)

서이무

나는 네가 돌아가는 걸 도운 거야. 그걸 위해서 지금까지 너와 동행했어.

서유일

형! …같이 돌아갈 수 있잖아…!

서이무

그게 무슨 소리야, 유일아. 너는 돌아가는 약을 만들었고 지금 네 손 안에 있어. 뭘 망설이는 거야?

서유일

형이랑 같이 가려고 만든거야! 왜, 나랑 같이 갈 수 있잖아 형…

서이무

고집 부려도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리가 어떻게 같이 가.

서유일

왜, 같이 안 가려 하는데. 형 제발… 나랑 같이 가.
형이 다 마시라는게 아냐. 반 병만 마시고 돌려주면 내가 나머지를 마시면 되니까. 이건 두 명 분이고, 그러니까 같이 갈 수 있어. 형도 나랑 가고 싶잖아.

서이무

(그는 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다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먼저 마시는 건 네가 되어야하고. 두 명 분이라는 것도, 솔직히 유일아, 내가 믿기는 어렵지. 그리고 확실하게 하는 게 좋잖아.

서유일

…형은 날, 그렇게 못 믿겠어? 진짜야. 아까 도서관애서 봤어. (네게 뻗은 팔이 잘게 떨린다. 시계 흘긋이고.) 있잖아 형. 이 약을 만들기 위해 내 영혼도 녹였어. 그러니까 이번엔 나 혼자 안 가.

서이무

뭘 녹였다고? (말은 천천히 소화된다. 네 어깨를 쥔 악력은 전과는 달리 강하고, 그는 금방이라도 제 관자놀이를 짓누를 것 같이 눈가를 찡그린다.) 서유일. 멋대로 행동하지 말라 했어. 네가 지금 뭘 저질렀는지 알아?

서유일

알아. 근데, 말 했으면 하지 말라 했을 거잖아 형은. ……정말 형이랑 같이 안가면 제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랬어. 이대로 돌아가면 어차피 얼마 안 가서 다시 형을 보러라도 여기로 돌아올거야. 형도 그걸 원하진 않잖아.

서이무

너는 정말, (말은 찌푸려지며 끊긴다. 그는 결국 두통이 느껴지는 곳을 짚으며 손아귀에서 힘을 빼내었다.) 돌아가서 보자.

서유일

(또 멋대로 굴어놓고 눈치를 봤다. 그러면서도 이번엔 자신이 잘못한거라 생각하진 않는지 미안하단 말은 밖에 내진 않았다. 대신 네 손에 약 쥐여주고.) …형이 먼저, 마셔주는거지?

서이무

그래. (지친 목소리로 긍정한 이는, 쥐여지는 약을 받아들었다. 목 뒤로 액체를 넘기고는 네게 다시 되돌려주었다.)

서유일

고마워 형… (유리병을 넘겨받아 남은 약을 마셨다. 욕심을 부린걸 알았다. 하나, 제 연인은 자신을 이해해줄 것이라 믿었다.)

GM

가느다란 염원의 끈을 놓지 않고서, 두 사람은 어둠 속을 가르는 빛을 반으로 나누어 삼켰습니다.

암흑 속에서 맛보는 빛은 달고도, 짭쪼름한 맛이었습니다.

설탕의 맛 같기도 하고, 꼭 눈물의 맛 같기도 한 기이하고 오묘한 맛.

뻐근하게 흉부를 짓누르는 것 같으면서도 살아있음을 믿고 다시금 숨을 들이키도록 하는 맛.

기쁨과 슬픔, 고난과 역경, 고통과 절망, 그리고 다시 한 번 구원.

서이무를 바라보면, 그 또한 당신과 같은 것들을 느낀 얼굴입니다.

버스의 입구가 열립니다.

마치 기나긴 아픔 속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졌던 두 사람을 맞이해주는 것만 같습니다.

버스에 오르면 끊임없는 어둠의 구덩이 같던 연옥에 정차되어 있던 차가 빗길을 가르고 움직입니다.

마치 거짓말처럼, 우리가 함께 있음에도 버스는 차가운 도로를 뚫고 달립니다.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는데도요.

함께했기에 함께 아파야만 했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는데도 말이에요….

그러다보면 문득 무거운 수마가 찾아옵니다.

혹여나 이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 잠 이루지 못하는 당신의 손을 잡는 따듯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서이무

괜찮아, 자도 돼.

잘 자, 유일아. 꿈에서 깨어나더라도 다시 만나자.

GM

서이무의 속삭임을 끝으로 당신은 너무나도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눈을 감기 직전… …손에 쥐고 있던 국화꽃잎이 흩날려 사라지는 것을 보았던 것 같습니다.

…덜컹.

몸이 얕게 흔들리는 감각과 함께 꺼져있던 정신이 맞붙습니다.

네, 당신은 버스 안에서 깜빡 잠들어버렸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많은 사람들이 보입니다.

모두 다른 얼굴을 한, 각자 저마다의 고민거리를 품에 안은, 그럼에도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귀가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틈바구니에 서이무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이무를 찾으려 자리에서 일어서면 그와 동시에 운전석에 앉아 있던 운전 기사가 종점에 도착했음을 알립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이 버스에서 하차합니다.

텅 빈 버스를 돌아보면서도 당신은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아직 비가 그치지 않은 것 같아요.

빗물이 한방울 두방울 낙수하는 가운데,

불쑥.

당신의 머리 위로 우산이 드리웁니다.

고개를 들어 올리면 서이무입니다.

서이무가 혈색이 담긴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곳은 비 내리는 밤의 버스 정류장.

더 나아갈 목적지따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의 끝과 같은 공간.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았습니다.

서이무

안녕, 기다리고 있었어.

GM

잊지 마세요.

사람은 누구나 구원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많은 고난과 역경으로 마음이 다쳤다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과 우울 속에서도 당신에겐 빛이, 당신에겐 내일이, 당신에겐 메시아가 있음을 기억하세요.

그 작은 희망을 믿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으니까요.

보세요, 비가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갈까요?

END1.
 이것은 구원의 재정립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서유일 생환, 서이무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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