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방
2024. 10. 8. 22:39

메인

GM

ــہہ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٨ــــــــM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٨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ہ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٨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ـ

진실의 방

ﮩ٨ـﮩﮩ٨ـ♡ﮩ٨ـﮩﮩ٨ـ

하얀 천장에, 하얀 벽.

당신이 바라본 풍경이 그것이라면 실로 고전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야에는 퍽 아늑한 원목 마감재가 있습니다.

난색 조명을 매단 샹들리에가 호화롭게 빛납니다.

이곳은 숨구멍에 가까운 창문만이 나 있는 작은 공간.

유리처럼 일렁이는 투명한 벽 너머로 발렌틴이 보입니다.

그가 벽에 손을 대지만 공기가 일순 일렁이기만 할 뿐입니다.

이 벽에는 두 사람이 아는 물리법칙이 통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괜찮아? (벽에 손 얹어본다.)

발렌틴 레베데프

또 뭘 한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한테 묻지 마. 나도 의문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원인이 아니라는 말에 미심쩍다는 시선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말을 더 붙이진 않는다.)

GM

두 사람의 귓가에 상냥한 속삭임이 들려옵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거야.
단, 거짓을 말하거나 고의로 침묵해서는 안 돼.
시원찮게 대답을 넘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상냥한?

↪︎ 정신력 감소 판정. (1/1d2)

루즈코프 레베데프

1d2 (1D2) > 2

발렌틴 레베데프

1D6 (1D6) > 3

루즈코프 레베데프

1D6 (1D6) > 6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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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렌틴 레베데프 ] 정신력 : 15 → 14
[ 루즈코프 레베데프 ] 정신력 : 0 → 15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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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즈코프 레베데프 ] 체력 : 0 → 12
[ 루즈코프 레베데프 ] 정신력 : 15 → 14

GM

관자놀이가 얼얼할 정도로 무거운 소리였으나 두 사람 모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고 맙니다.

천장의 모빌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며 슬롯머신을 가동할 때와 같은 소리가 납니다.

이내 두 사람이 맞닿은 시야 한 가운데까지 내려온 그것에, 먼저 입을 열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
루즈코프 레베데프
╚═══━━━━━━═══╝

루즈코프 레베데프

음,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고, 기뻐해야하나 이걸?
이왕 만들어진 김에 묻자면, 티냐. 정말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을 만큼 미워?

발렌틴 레베데프

...그래. 그걸 굳이 또 확인하고 싶어?

GM

모빌이 시끄럽게 딸랑이며 눈앞에 떨구어집니다.

처음 말할 사람이 정해질 때 보았던 그것에, 이번엔 다른 문장이 쓰여 있습니다.

╔═══━━━━───── • ─────━━━━═══╗
벌칙 유발자는 발렌틴. 대상자는 루즈코프입니다!
╚═══━━━━───── • ─────━━━━═══╝

허공에서 실에 매단 동전이 내려옵니다.

그것이 당신의 눈앞에서 흔들립니다.

설마 구식 최면술 클리셰인가요? 

아니, 저걸 누가 당해?

바로 당신의 당신이 당했습니다, 루즈코프. 

당신은 몽롱한 시선으로 동전을 바라보다 고개를 뒤로 뉘어 버립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무언가 속삭임이 들립니다. 

당신이 입술을 열어 뻐끔거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술에 취한 것마냥, 말하기 껄끄러운 취중진담이 흘러나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내가 네게 붙어있어도 되는 사람인지를 매일 생각해. 생각을 관두고 싶어도 매번 떠올라서 그때마다 괴로워져. 죽고싶어져. 그러면 너한테 가서 붙는거야. 네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뻔한데. …한심하지.

발렌틴 레베데프

(진실되게 말하자면, 진실만을 말해야된다는 말을 허황된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벌어지는 일련의 일을 당황하며 바라보고만 있다가 지금이 되어서야 입을 차마 열지 못하고 벙긋거리기만 하는 것이다.) ... ...왜, (겨우 나온 목소리는 형편이 없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만, 생각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아. 우울하고 공허해서 네게 가면 죽도록 패줘. 그렇게 맞으면 정신이 좀 맑아지더라. 신기하지. 그 정도로 나는 네가 좋은가봐. 신기하지. 정말 좋아해서 이런 점 만큼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다 망친거지. 그냥 그때 널 깔끔하게 보내주고 혼자 죽는게 나았을지도 몰라.

GM

동전이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이내 당신은 자신의 안에서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를 듣고 최면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은··· 자신의 모든 발언을 기억합니다.

빌어먹을 미지의 최면술사가 '최면 중의 기억을 지운다'는 만고불변의 클리셰를 까먹었군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질문해 티냐. 방금 건, …그냥 잊어도 좋아.

발렌틴 레베데프

또, 네가 뒈지겠다고 설치는데 못 들은 걸로 치라고? 너는 대체 뭐가 문제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야. 안 죽을거야. (머리를 들어 약하게 바닥에 박는다. 길게 숨 내쉬고.) ……그러게. 모르겠네.

발렌틴 레베데프

...됐어, 너에게 하고 싶은 질문 같은 건 없으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한테 할 질문도 없어?

발렌틴 레베데프

질문이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뭘 물어야 해? 너는 왜 그렇게 나한테 지랄을 해대는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까 말 했잖아. 너는 내, …내 도피처야…

발렌틴 레베데프

패달라고 지랄하는 거라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칭찬은 받지 못할거니까. 그런 거라도.

발렌틴 레베데프

더러워.

루즈코프 레베데프

죽어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입을 떼었다가, 이 방의 존재를 인지하고는, 천천히 다시 입을 다물었다. 침묵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한테, 내가 원하는 말은 해주고 싶지가 않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

발렌틴 레베데프

왜 듣고싶은 건데? 왜 나여야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내 우울의 원인이니까. …내게 넌 공허의 도피처이면서 우울의 원인이고, 그럼에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널, (말문이 막힌다. 그야, 너의 모든 우울은 자신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진심으로. 단 한 번의 의심도 없이.) 나 때문이라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난 티냐. 자각한 이후로 줄곧 괴로워 했어. 그래서 네 말에도 어느정도 동의해. …너랑 가족이 아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냥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면.

발렌틴 레베데프

그러니까 지금 네가, 죽겠다고 설쳤던 그 모든 게 나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거냐고 물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맞아. 내 우울과 불안은 네게서 왔어. 네가 따로 살자고 했던 날, 견딜 수가 없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말문이 막혀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제자리에서 서성거리다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고, 숨을 크게 터뜨리며 허공을 바라보았다. 겨우 쥐어짜낸 목소리는 메어있었다.) ...내가, 내가 뭘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 어떻게 해줘야 하는데, 내가.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냥 지금처럼만 지내주면 돼. 너무 어렵게 생각 마. …뭘 어떻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 평소처럼 내가 싫다고, 욕하면서 때리고, 밀어내. 그럼에도 내 옆에만 있어준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해. 살 수 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나는 네가, (또다시, 침묵. 이토록 말을 하기가 어려웠던 적이 있었던가.) 나는 네가 그따위로 초라하게 연명하길 바라는 게 아니야. 제대로 멀쩡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그래, 멀쩡하게 살아가기를. 거기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있다. 사이가 틀어지기 전. 그때로 돌아가기를. 그가 바라는 것은 언제나 일관되었고 그렇기에 허황되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렇지만 너도 알잖아. 그렇겐 못한다는걸. 너는 날 제대로 봐주지 않을거란걸. 내 행복을 바라서 내가 원하는 걸 네게 강요한다면 우울을 옮길 뿐이야. 나랑 있을때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러니까 나는 정말 괜찮아. 좋아. 네가 떠나지 않아서 기뻐.

발렌틴 레베데프

이따위로 구는데 어떻게 내가, (울컥하여 뱉어낸 말은 주워담지 못한다. 그저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을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길 뿐.) 내가 널 보면 돼? 그거면 되겠어? 난 이미 널 보고 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응. 좋든 싫든 날 봐줘. 혐오에 찬 눈길이라도 좋아. 날 바라보고 목소리를 들려줘. 그거면 돼. (예상과는 많이 달라졌으나, 억지로 입꼬리 올렸다. 때로는 추한 모습을 보이고 애원하는 것도 좋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한다.)

발렌틴 레베데프

그거면 된다고? (고작, 이라는 단어가 형체 없이 따라붙은 것만 같았다. 서성이던 것을 멈춰서고는 너를 응시한다.) 솔직하게 굴어. 네가 그따위 걸로 만족할 리 없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정말인데, 진짜야. 거짓이었으면 반응이 왔겠지. 아까 봤잖아? 무서웠어. 욕심을 부린다면 분명 너는 떠날테니까. 그래서 기대는 미리 버려뒀어. 아주 작은 것도. 그러니까 마음 편히 미워해도 좋아. …이게 내가 해주는 배려야.

발렌틴 레베데프

필요 없어. (네가 준 것들을 밀어내는 데에는 언제나 거짓이 가미되었지만, 이번만큼은 진실이었다. 그런 배려는 필요없었다.) 나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어느새 나는 거짓에 익숙해져 오로지 거짓 밖에 말하지 못하는 자가 된 게 아닌가.) 나는 네 곁에 있어. 네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말을 듣는 이는 잠시 눈을 크게 떴다가 낯에서 웃음기를 감추었다. 다시 입을 열어 내는 목소리에선 물기가 서려있다.) …그럼 네게 기대해도 될까. 입맞춤과 칭찬을 기다려도 되는 걸까. 사랑한다는 말이라던지, 애정 담긴 시선이라던지 하는 욕심을 내가… (버렸던 것들을 다시 집는다. 두려웠으나, 보였다.)

발렌틴 레베데프

(기대한다고 한 것들은 너무나도 연약한 것이라서, 그만 맥이 풀림과 동시에 심란한 감정이 찾아온다. 그리고 지금이 되어서야 되짚어 보자면, 그 자신 역시도 그런 걸 바라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쉽사리 주어졌고 지금의 너처럼 갈망하지 않았으니. 네게서 과거의 자신을 겹쳐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입술은 몇 번이나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한다. 결국 단 한 마디의 말도 입 밖으로 꺼내어지지 못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하, 결국 다 털어놨네. (고개를 돌린다. 발가벗겨진 기분이다. 아니, 실제로 발가벗고 남 앞에 섰을때도 이렇진 않았다. 그럼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인가. 알 수 없어 미간을 좁혔다. 돌아오지 않는 답에 짧게 실소를 터트린다. 우습다. 잠시라도 기대했던 자신이 한심하다. 이 길에는 답이 없을 것 같아 좌절하면서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자신이 어리석음을 안다. 욕심은 버렸으나 포기는 할 수 없었다.) 이름 불러줘. 네 목소리가 듣고 싶어. 응?

발렌틴 레베데프

(수없이 입에 담았던 이름이 무겁다. 바싹 마른 입술이 겨우 단어를 만들어내었다.) 루샤. (금방이라도 기침을 토해낼 것만 같았다. 사막에 서서 모래를 한껏 들이켜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사랑해. (입 안에 가득 들어찬 모래 알갱이를 뱉어내듯,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거짓으로 판별되지 않을 것을 알아서. 그래서 여기까지 와서조차 약간의 비참함을 느끼며.)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날. (말을 잇기 전에 목구멍은 틀어막혔다. 곧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눈가, 뺨, 턱까지 차례로 적신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쇳소리를 몇 번 내었나.) …정말? (사실 어렸을때, 어렴풋이 느꼈을지도 모른다. 발렌틴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는 법조차 몰랐을 시절의 애정은 남다르다 생각했던 적이 종종 있으니까.) 언제부터?

발렌틴 레베데프

야, 너...! (우는 것을 보고는 다가와 섰으나, 이내 벽에 막힌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은 막힌 벽을 마주하는 것보다도 막막한 것이어서.) ...정말. (언제부터, 라는 질문에는 입을 다문다. 그는 스스로 너를 기만하고 있다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네가 말하는 사랑과 자신의 사랑은 다르다 믿었다. 그렇기에 입을 다문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다가오는 네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눈물을 말리려는듯 깜빡임은 잦았으나 고개를 돌리거나 하진 않았다. 옅은 웃음이 떠오른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은 같은 사랑일까. 실은 아직 질문 하는게 두려워. 그럼에도 하는건 역시, 내 욕심 때문이야. 대답해줘. 실망 같은건 하지 않을게.

발렌틴 레베데프

네 사랑은 어떤 사랑인데.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그런 질문으로 답을 유예한다. 그는 네가 이럴 때마다 한없이 불안해했으므로.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라있었던 입술은 잘근잘근 씹히며 습기가 더해졌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알잖아.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네가 무슨 답을 하든 난 괜찮을 거야. 정말로.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네가 날 사랑한다는 사실이 날 기쁘게 만들어.

발렌틴 레베데프

(까득, 결국에는 얇은 살이 찢기며 피를 보고 만다. 그는 이럴 때의 너를 시한폭탄 다루듯 대했다. 그러니 제 손으로 핀을 뽑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다른 걸 물어봐. 나에게 궁금한 게 그것뿐이지는 않을 거 아냐.

루즈코프 레베데프

…없어. 네가 싫어할 질문 밖에 없어. 그러니까 이쯤에서 멈출게. 답 하기 싫으면 안 해도 좋아. 나는 이만큼 물어서 네게 답을 받은게 좋아. 만족해.

발렌틴 레베데프

해. (사랑에 대해 추궁당하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쇠맛이 나는 입술로 그는 문장을 내뱉었다.) 너는 원래도 내가 싫어할 말을 하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여기서까지 네가 싫어할 말 하고 싶지 않아. (겨우 관계를 끼워맞춘 것 같은데 말을 잘못 뱉어 틀어지기 싫었다. 다시 낯을 구긴다.)

발렌틴 레베데프

여기가 어딘데? 대단한 곳도 아니야. 그저...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인상을 찡그린다.) 거짓을 말할 수 없는 곳일 뿐이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네가 행복하지 않은 길을 가라해? 사랑의 증명을 하라는 것도 아니잖아. 그저, 네 사랑이 어떤 건지만 알려 달라는데. 그것보단 더러운 얘기나 하는게 더 나아?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더러운 얘기를 입에 담는 건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니까. (그리고는 시선은 물끄러미, 투명한 벽을 담는다. 한결 진정된 기색으로.) 왜, 내가 지금 네 멱살을 쥘 수 없을 때 하는 게 너한테도 좋은 일일 텐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이 정도로 내 생각을 해주는 줄은 몰랐는데. (마음이 들떴다가 가라앉는 것을 반복하면 결국엔 더 깊게 가라앉고 마는 것이다. 목소리는 마음 만큼이나 가라앉았다.) 나랑 몸을 섞을때 정말 싫기만 했어? 앙앙거렸던건 다 연기인가?

발렌틴 레베데프

(인상은 구겨진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해서 오랜 습관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리고 이것은 거짓이 아닌, 진심으로 싫어하는 방식의 주제였다. 차라리 거짓을 고할까. 아니, 거짓을 고해봤자 다 들키고 마니 의미없다. 진실을 말하든 거짓을 말하든 진실을 답한 것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다. 무거운 입술은 걸린 시간에 비해 초라할 정도로 짧은 답만을 내놓았다.) ...아니.

루즈코프 레베데프

(지금의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에서 다시금 우울감이 올라오는 것을 억누른다. 그러면서도 네 답에 안도감이 드는 것은, 제가 고쳐쓰지 못할 인간임을 깨닫는데에 도움을 준다. 무슨 답을 내어도 네 기분을 바닥으로 쳐박을 것만 같아 루즈코프는 다른 주제를 꺼내길 택한다.) 정말 나한테 물어볼거 없어?

발렌틴 레베데프

없어. 궁금하지 않아. (그것은, 무관심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닌- 되려, 관심에서 오는 것이었다. 이미 자신이 상대를 잘 알고 있다는 확신과 오만에서 나오는 것. 멋대로 넘겨짚고 판단하는 데에 익숙해진 이 특유의.)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네가 내게 궁금한 점이 생겼으면 좋겠네, 미래에는. 물론 그렇지 않아도 나는 기뻐하겠지만.

발렌틴 레베데프

...하나만 물어보자. (시야 끝에는 네가 걸린다. 이제는 어떻게 대해야될지 모르겠는 이가.) 왜 나를 사랑하는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날 처음으로 밀어냈을 때, 말이야. 다른사람에게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껴버린거야. 후로는 네게 끊임없이 매달렸고 우울해졌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됐고. 그래서 내 추측으론 이 사랑은, 우울감이 만든 거야. 아이러니 하게도.

발렌틴 레베데프

아쉬움을 사랑으로 착각한 거 아니야? 늘 있던 게 사라지는 건 누구나 아쉬워할 수 있어.단지 놓치기 싫은 건, 사랑이 아니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쉬움이라. 글쎄. 첫 발판은 아쉬움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발렌틴. 내게 아쉬움이란 그저 스처지나가는 것에 불과해. 그저 아쉽기만 했다면 이렇게 오래 붙들고 있지도 않았어.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너를, 믿어야해? (마른 세수를 한다. 서성이는 걸음은 다시금 정신 사나웠다.) 증명, 그래. 증명이라도 해봐.

루즈코프 레베데프

…뭘, 어떻게 더? 나는 지금도 충분히 사랑한다 표나도록 티 내고 있어. 네가 날 죽기 직전까지 패도 맞고만 있었지. 네 말이면 대부분 들어줘, 너랑 한 약속은 꼬박꼬박 지켜. 그렇게 싫다며 밀어내도 지금까지 같이 있었는데. 여기서 뭘 더 증명해…

발렌틴 레베데프

(하나하나 짚으면, 말을 잃는다. 지금까지 상대를 견뎌온 게 자신이 아닌 너라는 생각에. 울대가 맥동한다.) 나는, (뱉었으나, 이어지는 말은 없다. 수많은 말들이 만들어졌다가 헝클어지며 사라진다.) 난... 그걸로는 안 돼. 그건 네가 늘 해왔던 거잖아. (그것이, 늘, 사랑했다는 뜻임을 스스로 말하면서도 알지 못하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네 생각보다 성정이 그리 곱지 않아. 의리가 있는 편도 아니고 책임감도 없어. 누구한테 숙여본 것도 손에 꼽는데 네가 그 손가락중에서도 제일 먼저 접혀. 사실 네가 안믿어도 상관 없어. 근데 네가 원한다면, 그래. 하잘 것 없는 목숨이라도 네게 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목숨을 함부로 걸지 마. 그것이 말뿐일지라도. (낯이 그리 좋지 않음은 당연하다. 그는 몇 번이고 네가 죽으려 할 때마다 굽혀준 사람이었으므로. 그리고는, 이번에 역시 포기하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를.) 됐어. 그런 걸로 해. 더 이상 궁금한 건 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사랑의 증명 같은건, 해본 적이 없어서. (지금까지는 자신이 상대를 대하는 모든 행동들이 노력이었으나, 상대가 뱉은 한 마디로 그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다. 루즈코프는 고민한다. 막막하다. 이미 자신은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는데 알아주지 못하니 답답함에 숨을 길게 뱉는다.) 생각해볼게 앞으로. 넘기지 마. 기회를 줘…

발렌틴 레베데프

생각해, 그럼. (천성이 자기중심적인 것은 변하지 못하므로. 그는 너를 한 점 의심 없이 사랑할 때조차 그러하였다. 헤집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 채로 그는 네게서 물러났다.) ...기다려줄게.

루즈코프 레베데프

…돌아가면 양꼬치 구워먹자. 파스타에 아껴놨던 와인도 곁들여서. 배고프네.

GM

대답을 하려는 듯 벌어지던 발렌틴의 입매를 마지막으로, 의식이 끊깁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우리의 집입니다.
곁에는 발렌틴이 누워 잠들어 있습니다.
꿈이 아니라는 걸 말해주듯, 찢긴 입술을 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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