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GM
∕∕ ∕ ∕∕히스클리프∕∕ ∕ ∕∕
나를 떠나지 마, 유령이든 뭐든 상관없어,
나를 미친 사람으로 만들어도 좋아!
떠나지만 않는다면!
네가 없는 이 나락에 나를 버려두고 떠나지만 않는다면!
_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KPC.루즈코프 레베데프
PC.발렌틴 레베데프
⊹₊꒷︶꒷꒦‧₊˚⊹︰꒷⊹₊꒷︶꒷꒦‧₊˚⊹︰꒷
ㅡ
내일은 당신의 결혼식 날입니다.
네, 상대의 얼굴도 모르고 이름과 그 상대 집안의 명성만 익히 들어 알 뿐인 마음 없는 정략 결혼 말입니다.
이지진한 시대의 결혼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놈의 가문의 명성. 그걸 유지하기 위해 감정을 팔아서…
그러나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저택의 모든 이들은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바쁩니다.
당신을 위한 예복과 함께 저녁에는 결혼을 축하하는 파티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피곤함이 갑자기 극심히 몰려올지도 모르겠어요.
전혀 기쁘지 않은 일에, 당신만을 제외하고 모두가 기뻐하다니.
아니. 모두는 아닌가.
문간에서부터 당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정략 결혼이라는 소식을 접할 때부터 늘 어두운 낯이던 루즈코프 입니다.
봐요. 지금조차.
아주 조금도 기쁘지 않은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잖아요.
루즈코프는 당신의 파티 준비를 돕습니다.
깔끔한 옷을 입히고 머리를 정돈해줍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널 보낸다는게 아직 꿈만 같아.
정말 괜찮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안 괜찮을 이유도 없지. 왜 유난이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야 이런 결혼은 네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으니까.
결혼을 무를 수는 없나…
발렌틴 레베데프
물러봤자 또 같은 식의 혼담이 들어올 뿐이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걸 들어올 때마다 받아주겠다고?
발렌틴 레베데프
거절해봤자 이 상황이 반복될 거라는 거지. (슬슬 짜증이 나는 듯, 콧잔등을 찡그린다.) 왜 그러냐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결혼 상대보다 날 더 사랑하지 않아?
발렌틴 레베데프
(툭, 욕설이 튀어나오는 건 반사적인 것이라. 걷어차고 싶은 걸 참는다는 낯으로 말을 뱉었다.) 지랄하지 마.
루즈코프 레베데프
얼굴도 모르는 결혼 상대보다 내가 못할건 뭐야. 그 사람보다 날 더 사랑한다 해줘. 발렌틴. 응?
발렌틴 레베데프
그래서? 바뀌는 게 뭔데? 지금이야 몰라도 나중에는 너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되겠지. 네가 바라는 게 뭐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 머리칼을 정리하는 손길이 부드럽다. 내려와 뺨을 쓸다가, 자연스런 동선인 양 고개를 숙여 뺨에 입 맞춘다.) 내가 뭘 해도 미워하지 않을거라 해줘.
발렌틴 레베데프
(입 맞추는 이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다.) 나는 이미 널 미워하고 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그랬지. …
GM
심리학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심리학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GM
그저 루즈코프가 퍽 고통스러운 기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준비도 모두 마무리되면,
사용인들이 찾아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말이지, 벌써부터 피곤해질 것 같습니다.
ㅡ
저택의 홀과 거대한 앞 정원에는 사람들이 벌써 모여 웃으며 당신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당신의 곁을 당연하게 지키고 선 루즈코프 만이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숨통이 트일 만한 구석을 선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귀족들이 다가와 왁자하게 무어라 무어라 떠들어댑니다. 당신을 향해 인사를 건네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귀족들
오랜만일세, 발렌틴! 자네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린튼 가와 결혼을 하다니, 이건 정말 경사로군!
그 집안은 예로부터 아주 유명하지 않았나.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쥐었다고 말이야. 남은 건 만사형통이겠어!
GM
있는대로 아는 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양반들, 본 기억이 없습니다.
잘 나가는 것 같으니 일부러 친하게 구는 거겠죠.
주위를 둘러보면 초대된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무어라 대화하고 있습니다.
듣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듣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 > 5 > 대단한 성공
귀족들
그러고보니 린튼 가에서 근래에 실종자들이 늘어났다며?
결혼식 날짜가 발표된 이후에 계속 그렇다더라고. 무슨 마가 껴서, 이 경사스러울 때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지. 그도 그럴게 결혼이잖나.
GM
대화를 듣고 있노라면 당신을 알아본 몇 사람이 웃으며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또 뭐라고 인사하려는 셈일까요.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지만 결혼식의 주인공인 당신을 놔줄 생각인 이가 단 한 명도 없나봅니다.
귀족들
이봐 발렌틴! 결혼하는 소감은 어때?
발렌틴 레베데프
(인상을 찡그리고는, 듣지 못한 양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런, 제 동생이 많이 피곤한가 봅니다.
티냐. 산책이라도 하고올래?
발렌틴 레베데프
(네 말에 반사적으로 반발하고 싶은 것을 눌러 참고는, 고개를 짧게 까닥였다.)
GM
산책을 다녀오려 한다면, 마침 입구 쪽에서 귀족들과 인사를 나누는 결혼 대상 집안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린튼 가.
문득 당신은 린튼 가에 관한 소문을 떠올립니다.
가장 명예로운 집안! 왕족과도 줄이 이어져있다 했던가요.
부와명예를 모두 거머쥔 가문.
그러나 희한하게도 저들에 대한 정보는 많이 개방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가문구성원조차 전부 공개하지 않으니 말 다했죠.
다만 조금 미친 이들이 많다 했던가?
불미스러운 소문은 그 정도입니다.
곁에 선 루즈코프는 린튼 가를 보자마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당신의 친척이 다가와 웃으며 잔을 건네는 순간에도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그냥 가자.
발렌틴 레베데프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를 정확하게 말해. 내 결혼 자체가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닐 거 아냐.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파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둘이 있고 싶어서 그래.
발렌틴 레베데프
지겹도록 붙어있었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꼭 지금 인사를 해야해? 나랑 산책 가던 길이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인사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알았어, …그럼 난 정원으로 먼저 가있을게.
GM
린튼 가 사람들과는 말조차 섞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입니다.
저렇게 싫어할 일인가요?
그래도 장인 어른 될 분도 계시고, 린튼 가는 왕족과 연관된 집안이고… 잘 보여야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건 가문을 위한 일인데.
단단히 불편한 기색의 루즈코프가 결국 저 치들을 마주하는 것조차 질린다는 양 떠나면 당신 혼자 남습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모인 곳에 다가가면 그들은 반갑게 당신을 맞이합니다.
린튼 가
이게 누구야, 우리 새가족 될 사람 아니야!
만나서 정말 반갑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 총명하고 영특하게 생겼군.
GM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9 > 69 > 보통 성공
GM
대부분 눈동자가 흐립니다. 어째서인가 눈밑이 거뭇하고 대다수 낯빛이 창백합니다. 햇빛을 오래 보지 않은 사람처럼. 혹은 잠을 오래 자지 못한 사람들처럼.
얼추 인사를 하고 나면 그들은 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을 부릅니다.
하퍼, 하퍼 린튼!
곧 부부 될 사람끼리 춤 한 번 춰야지 않겠어.
그렇게 나타난, 처음 마주하는 결혼 대상자는 썩 말끔하고 멀쩡한 생김새입니다.
정중하게 당신을 에스코트 하는 모습마저도 귀족답네요.
모든 이들의 주목 속에서 배우자 될 사람과 춤을 춥니다.
미끄러지듯, 물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은 그가 오랫동안 교양을 배워온 사람임을 증명합니다.
사람들의 웃음과 박수 소리. 모두가 이 순간을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한 사람만 제외하고.
하퍼 린튼의 어깨 너머 정원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고요하게 당신을 응시하는 루즈코프의 얼굴은…
무슨 표정인가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입매가 굳은 상태임은 확실합니다.
원하지 않음을, 이 순간을 바란 적이 단 한 번도 없음을 극렬히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하퍼 린튼을 빤히 응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감시라도 하듯이.
찰나입니다. 귓가에 내려앉는 속삭임.
하퍼 린튼
당신의 형이 굉장히 당신을 아끼나봐요.
GM
하퍼의 속삭임입니다.
하퍼 린튼
하지만 관리는 좀 해두셔야겠습니다. 저게 사심이 섞인 거라면 저희 쪽은 썩 달갑지 못하니까.
GM
그렇게 드러내는 웃음은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습니다.
불쾌감이 문득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춤이 끝납니다.
정중히 인사한 미래의 배우자는 곧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갑니다.
당장 내일부부가 될 사이인데 더 함께해주지도 않는다니. 기분이 좋진 않네요.
정원으로 갈까요.
당신의 형이 기다리고 있어요.
발렌틴 레베데프
(아끼는 것 같다는 것에 의식적으로 튀어나왔던 불쾌감은, 관리 운운하는 말에 무의식적인 감정까지 가세에 그 몸집을 불렸다. 이 상황에서 당사자를 마주 했다가는 화풀이를 하게 되고 말 거란 걸 알면서도... 결국에는, 발걸음은 상대가 있을 곳으로 향하고 만다.)
GM
ㅡ
당신이 정원에 나오기 무섭게 루즈코프는 금방 기분이 좋아보이는 기색입니다.
그저 자신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기쁜모양입니다.
저렇게 단순해서야.
하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애정의 크기가 작지 않다는 사실은당신도 알 테니까.
어쨌든 당신은 내일 결혼을 할 몸입니다.
이런 식의 과도한 애정은 두 사람에게 좋은 결말을 내놓지 못할 겁니다.
시간은 밤 9 시고 달은 보름달이네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해 별이 쏟아질 듯 무수히 많습니다.
마침 홀에서 들려오는 음악도 바뀌는 것 같네요.
달빛을 등지고 문득 루즈코프가 당신을 향해 손을 내밉니다.
명백한 춤 신청입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춤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한 번 볼까.
발렌틴 레베데프
(내밀어진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대로 밀어내었다.) 알 거 없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밀린 손은 다시 네게 향한다.) 이제 형아랑 추는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받아주는게 어때?
발렌틴 레베데프
(마지막이라는 말에 시선은 네게 고정된다. 미약한 거슬림이었던 것은 점차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런 곳에서? 마지막 춤을 원했다면 아까 청했어야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알잖아. 저쪽에서 달갑게 보진 않을거란거. …한 번만. 응?
GM
춤을 신청하는, 어쩌면 간절할지도 모르는 그 목소리 끝이 약하게 떨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을 잡아주는 게 어때요.
그래,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왜 그딴 걸 신경 써? (결국에는, 화풀이가 되고 만다. 너 때문이 아니나 너 때문인 짜증을 네게 쏟는다.) 언제부터 그렇게 남 눈치를 보고 살았다고? 네 멋대로 하잖아, 너는.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티냐… 내가 아무리 멋대로 살아왔어도 내 멋대로 네 결혼을 망칠 생각은 없어… (꿋꿋하게 네 쪽을 향해있는 손은 고집스럽다.) 그러니까 나랑은 여기서 몰래. 한 번만 받아줘.
발렌틴 레베데프
네 마음대로 해. 망치면 어떻게 될지야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리고는, 시선을 돌린다. 외면한다.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루즈코프 레베데프
(상대의 시선 안에서 벗어나면 다급해진 이는 성큼성큼 다가가 네 어깨를 쥔다.) 티냐. 내 부탁 한 번 들어주는게 그렇게 어려워? 나는 그냥, 너랑 마지막으로…
GM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보통 성공
GM
옷으로 감춰진 목 부분에 희미한 상처가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팔뚝에도…….
발렌틴 레베데프
(인상을 찡그리고는 목 부근을 죽 내린다. 다른 것에 신경이 쏠리면 곧잘 그러듯이, 네가 닿아오는 것을 밀어내지도 않고.) 뭐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잠시 굳었다가 다시 목티 잡아 올리곤 제 목 더듬거린다.) 이거? 저번에 아버지 잔심부름을 하다가, 자기 여친을 내가 뺏었다고 생각하는 머저리랑 마주쳤지 뭐야. 그래서.
발렌틴 레베데프
(표정은 다른 의미로 나빠진다. 그가 생각하는 네 행실이야 뻔했으니. 네 말을 쉽사리 믿는 것이다.) 네가 뺏은 게 맞겠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그 애한테 분명히 안 된다고 했었어. …날 뭘로 보는거야?
발렌틴 레베데프
아하, 그래서. 안 된다고 말하며 뭘 했는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밀어냈는데, 분명히… …난 억울해.
발렌틴 레베데프
밀어내기만 했으면 그런 식으로 시비가 걸리지도 않았겠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그냥 젠틀하게 굴었을 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젠틀 같은 소리 하고 있네.
GM
그렇게 루즈코프와 실랑이를 하다보면 돌아갈 시간입니다.
파티도 어느 정도 끝무렵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당신은 정말 결혼식에 참여하게 되겠지요.
결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배우자가, 생긴다는 의미입니다.
이 사실은 당신도, 이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도, 그리고 심지어 루즈코프 마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 그만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찰나에 루즈코프가 당신을 붙잡는 건.
왜 저리 애달픈 표정인지.
왜 저리도 서글픈지.
한숨마저 흔들리고 있는 루즈코프가 너무나 간절하게 말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결혼하지 마. 티냐.
결혼하지 말아, 제발.
발렌틴 레베데프
(갉작이는 거슬림은 큰 소음이 되어 귀를 울린다. 고개를 젖혀 한숨을 쉬었다. 답답함이 몰려온다.) ...왜. (늘 이런 식이었다. 너와의 대화는 항상.) 왜인지, 정확하게, 이유를, 말하라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난 널 보내줄 생각이 없어. 혼담 같은거, 그냥 무시하면 되잖아. (한숨을 쉬는 이를 보며 입을 벙긋이다가.) 네 옆에 있고싶어… 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언제는 내 결혼을 망치지 않겠다더니? (시선은 여전히 텅 빈 하늘을 향한다. 아니, 빈 게 아니라 한 가지 색만으로 가득 찬 것이다. 복잡하게 엉켜 얹힐 것 같은 제 속처럼.) 말 바꾸지 마. 이제와서 무를 수 없는 거 알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러고 싶어… 나도 널 보내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 네가 떠나면 나는 어떡해? 티냐, 나는 어떻게 해야해… … 내 곁에 있을 수는 없어? 한 순간만이라도. 단 한 순간이라도.
GM
그런 매달림 끝에서야 루즈코프는 조용히 당신을 놔줍니다.
무시하라는 한 마디와 함께 먼저 등을 돌려 사라지는 게
아닌가요.
어째서인가 그 뒷모습이 묘한 기분을 안깁니다.
왜……. 왜 너는. 왜.
심란함을 안은 밤이 지나갑니다.
이제 곧 당신은 식장에 가게 될 것입니다.
그 곁에 설 이는 루즈코프가 아니죠.
무슨 일이 일어난대도.
ㅡ
결국 도래한 아침입니다.
일찍부터 모든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당신을 향유로 씻기고 몸단장을 해주는 사용인들 사이
이상하게도 루즈코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코빼기조차.
가족들은 연달아 당신의 방을 방문해 결혼을 축하한다 말하고, 인사를 합니다.
축하. 축하라. 축하 받을 일이던가요, 이게.
식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여전히 루즈코프는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전날 밤 그런 말을 했대도 인사는 해야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도착한 식장, 그러니까 린튼 가의 대저택의 분위기가 입구에서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묘하게 풍기는 기묘한 서늘함.
어디선가 나는 미미한 시큼한 냄새에 기시감이 듭니다.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분위기 속,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 것도 같습니다.
결혼식을 할 곳인데 이렇게 장례식 같을 일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발을 들여 내부를 살펴보면 홀 쪽이 소란스러움을 깨닫습니다.
듣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듣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1 > 31 > 어려운 성공
GM
지나가는 사용인들이 경찰이 왔어! 라고 연신 속삭이는 걸 듣습니다.
소란스러운 장소로 다가가면 린튼 가의 부인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부인의 남편 또한 넋이 나간 기색입니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당신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제 마주한 당신의 예비 배우자.
하퍼의 시체입니다. (0/1)
발렌틴 레베데프
cc<=50 이성체크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system
[ 발렌틴 레베데프 ] SAN : 50 → 49
GM
분주하게 현장을 검거하는 경찰들이 보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꺼림칙하긴 했으나 상대가 죽고 모든 게 취소되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 숨을 한 번 들이켜고는, 주위의 경찰에게 질문을 던진다.) 무슨 일이에요?
GM
경찰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동정의 시선을 건넵니다.
그리고 경찰모를 살짝 들어올리며 힘이 들어간 문장을 내뱉습니다.
경찰
사인은 총살입니다. 두 시간 전, 부엌에서 일하던 사용인들이 총 소리를 듣고 뛰어왔을 때 이미 목숨이 끊어진상태였다더군요.
총살이니 빼도 박도 못하고 살인 사건이라 할 수밖에요.
경사로운 결혼식 날 이런 일을 겪게 되심에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GM
비록 경찰과 린튼 가의 사람들이 있지만 갑자기 배우자를 잃은 새 가족이 충격에 점철된 낯으로 조금 살핀다 하여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죽음에 더 깊게 연루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나, 여기까지와서 그냥 돌아가기도 애매했다. 내키지 않는 걸음으로 시체로 발걸음을 옮겼다.)
GM
현장은 1 층 응접실로, 카펫 위에는 쓰러진 하퍼 린튼-당신의 배우자 될 사람-의 시체가 있습니다.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린튼의 시체] [카펫] [열려있는 창문] 과 [장식장] 정도입니다.
- 린튼의 시체
총살 당한 흔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채입니다.
눈도 채 감지 못했습니다.
확실히 죽이려는 셈이었던 듯 머리 쪽에 피가 흐르는 것이 정확히 머리를 쏜 모양입니다.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체.
린튼의 시체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쥐고 있는 손을 억지로 펴 안의 것을 본다.)
GM
은밀 행동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에러. 목표치는 1 이상입니다.
GM
대인 기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실패
cc<=50 외모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9 > 69 > 실패
GM
경찰이 당신을 이상하게 보고 잡아챕니다. 아무래도 쪽지를 보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네요.
발렌틴 레베데프
(시체에서 멀어지며 피가 배어든 카펫 내려다본다.)
GM
- 카펫
카펫은 핏자국으로 너덜합니다.
그 위에는 여러 사람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흐트러져 있습니다.
딱 봐도 고급 재질, 비싼 카펫 같은데.
관리도 어려울 것이 피로 적셔지다니 이 방면에서도 난감한 일이군요.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어려운 성공
GM
떨어진 탄피를 발견합니다.
매그넘 계열. 리볼버에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딱 봐도 이게 불쌍한 피해자를 죽인 무기겠죠.
발렌틴 레베데프
(주워들려고 허리를 숙였다가, 수사를 방해한다는 명목이 될 수 있음을 의식하고 다시 몸을 펴고 시체에서 멀어진다. 그 끝에는 몸에 장식장이 닿아온다.)
GM
- 장식장
문득 바라본 장식장은 한쪽 문이 미미하게 열린 채입니다.
열린 틈 바로 앞에 존재하는 것은 린튼 가의 가족 사진들이 모인 액자, 입니다만… 뭘까요?
유독 큰 액자 안 사진이 빠져 있습니다.
누군가 억지로 빼간 느낌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아는 얼굴이 모두 다 있는지 본다.)
GM
어제 파티에서 본 얼굴들을 떠올립니다. 몇몇이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발렌틴 레베데프
(시선은 다시금 시체를 향했다가, 그것을 피하듯 창문으로 휙 올라간다.)
GM
- 열려있는 창문
창문 근처에는 마침 경찰이 있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서 살피면, 창가에 신발 자국이 남아있는 것이 보입니다.
크기는 성인 남성의 평균치에서 조금 더 큰 정도네요.
…어쩐지 익숙한 크기입니다.
저 신발 자국도요.
저 멀리 있던 경찰이 탐사자에게 다가옵니다.
정말 심각한 얼굴입니다.
이 망한 결혼식날 당신을 집에 귀가시키기 위해 하인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코앞에 도달한 경찰이 신중하게 묻습니다.
경찰
혹시 루즈코프 레베데프를 아십니까?
발렌틴 씨의 형이라 들었는데요. 어린 시절부터 쭉 같이 지낸 사이라고 사용인들이 말하는군요.
그런데 오늘 하루종일 보이지 않았다면서요? 결혼식을 대놓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정원사가 1 층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인영에 대한 인상착의를 묻고 다니니 모두 그와 비슷하다 증언하길래 말입니다.
혹 오늘 루즈코프가 이 시각에 어디에 있었는지 아십니까?
발렌틴 레베데프
(대놓고 콧잔등을 찡그린다. 구구절절한 말을 모두 듣고도 의심 한 점 피어오르지 않았다.) 나와 있었어요. (그걸로 될 거라는 걸 알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미묘한 웃음을 띤 채로 말을 잇는다.) 너무 범인이 뻔해보이는데. 그럴 수록 돌아가야하지 않을까요? 결혼식을 못마땅해했다는 게 모두가 알만큼 공공연한 사실이라. 나였어도 살인을 할 때 그 행세를 하겠어요.
GM
경찰은 심히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단 수긍하고 돌아섭니다.
아무래도 당신의 집까지 함께할 예정인 모양이네요.
루즈코프를 찾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찜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러나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이 결혼은 이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살인 현장에 오늘의 주인공이 더 머무를 이유는 없습니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날이 바닥으로 추락함에 모든 이들이 슬퍼합니다.
귀가하는 마차가 준비되는 가운데,
하퍼 린튼의 부모님 되는 사람들이 망연히 앉아있다 당신을 응시하는 게 느껴집니다.
무어라 위로의 한 마디라도 전함이 좋을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유감이에요. (짧은 한 마디.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가 피고는, 아까 전 경찰의 말을 의식한 건지 구태여 말을 덧붙인다.) 적이 있을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우리 모두에게 슬픈 일이네요.
GM
하지만 당신이 무어라 말을 해도 그들은 당신만을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습니다.
어쩐지 그 태도가 다소 기형적이라 느껴질 지경입니다.
이만 자리를 뜨고자 하여 린튼 가의 저택을 나설 경우, 어디선가 강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지는 장소는 린튼 가 저택 한구석에 있는 풀숲 속.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보통 성공
GM
하얗고 벌레처럼 생긴 무언가가 당신을 응시하다 사라짐을 발견합니다.
ㅡ
돌아온 집안은 그야말로 난리입니다.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그것도 심지어 결혼 대상이.
당신은 어떤가요? 괜찮나요?
괜찮든, 괜찮지 않든, 지금 이 상황에서 루즈코프가 미심쩍은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당장 경찰이 한 말만 봐도 말이에요.
루즈코프와 닮은 사람이겠거니 하려 해도 여러모로 불안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설마, 루즈코프가?
그렇게 극단적인 성격이었나?
일단 두 사람은 아주 오래 알아온 사이잖아요?
아주 약간의 기시감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방에 들어가 잠시 쉬고 있는 가운데 창밖으로부터 루즈코프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하인과 제 가족이 뛰어나가 도대체 여태까지 어디 있었냐며 소란을 떨고 있습니다.
루즈코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심부름을 다녀왔노라 답하는 게 시야에 잡힙니다.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8 > 88 > 실패
GM
그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만 남을 뿐입니다.
문득 창문 너머로 루즈코프와 눈이 마주친 듯합니다.
당신을 보고 희미한 미소를 띠었던가요.
속을 알 수 없는 저 분위기…….
아무래도 얼굴을 보고 얘기해보는게 낫겠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루샤. (들리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무언가 메인 듯한 목소리가 툭 떨어져나온다. 내려가는 걸음이 느릿하다.)
GM
루즈코프가 있는 1 층으로 내려가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시내에 주문 받은 물건을 사러 나갔고, 그 위치는 린튼 가 저택과 정반대에 있습니다.
물건을 산 영수증과 구매한 상인까지 증인으로 내세우자 의심스러운 낯을 하고 입구를 지키던 경찰 몇이 결국 수긍하곤 철수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어, 티냐.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네. 괜찮아?
발렌틴 레베데프
원하던 대로 됐네.
루즈코프 레베데프
…많이 놀란거 같은데. 쉬지 왜 나왔어.
발렌틴 레베데프
안 놀랐어. 그래서 이제는 어쩌게? 매번 이런 식으로 넘어갈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올라가서 이야기 하자. 피곤해보여. (네 몸 꾹 떠민다.) 둘만 있고 싶어.
발렌틴 레베데프
여기서 해. (괜히, 버티고 선다. 네 말을 따르지 않는 것은 오래된 습관이었므로.)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설마 날 못 믿는 거야? 아까 해명까지 다 했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뭘 못 믿어? (한 순간도 의심해보지 않은 이는 네 말에 되려 의아해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냐. 심부름을 다녀왔더니 내가 피곤해서. 아까 날 모두 못 믿는 얼굴이길래 너도 그런줄 알았어. 가자. (네 손을 잡고 당긴다.)
GM
그럼 그렇죠.
루즈코프가 사람을 죽일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단지 당신이 결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런데 왜이리 찝찝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신만 물끄러미 바라보는 루즈코프는 고요하기만 합니다.
그는 부드럽게 웃을 뿐입니다.
평상시 짓던 그 표정입니다.
언제나와 같이.
다를 바 하나 없이.
당신을 애정하고 있습니다, 저 눈빛은.
방으로 돌아오면 마침내 루즈코프와 발렌틴, 둘만 남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조용히 방 문을 닫는다.) 티냐. …네 결혼을 바라지 않은건 맞지만. 정말 괜찮아? 유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아무렇지 않아. 좋아해야하는 거 아냐? 바라던 일이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도, 사람이 죽었잖아.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지. 아무렇지 않은거 보면 너도 그 사람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나보네.
발렌틴 레베데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건 너에 대해 말한 것 때문일 것이다. 그 점이 못내 자존심이 상해 괜한 말을 뱉어낸다.) 누구라도 상관없어. 나는 네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 테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정말? 너는 내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을까? (작게 웃으며 침대 끝에 몸을 걸친다. 네 손 잡아끌고.) 네가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니란걸 알아.
발렌틴 레베데프
사람 잘못 봤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끌어오는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제가 뱉은 말임에도 뒤늦게 네 안색을 살피곤.)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인지 피곤해 보이는 얼굴은 상대만을 응시한다. 끈질기게 눈에 담으려는듯 눈을 깜빡이는 행위조차 느렸다.) 뽀뽀해줘.
발렌틴 레베데프
(입술을 맞대는 행위는 익숙했다. 몸을 숙인 그대로 가까이에서 너를 바라본다.) 좋아해, 루샤. 네가 바라던 대로 됐잖아. 나는 네 곁에 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응, 잘된 일이지. …정말 다행이야. (네 뺨을 붙잡고 다시 길게 입을 맞춘다. 떨어지며 입술을 핥아올리는 붉은 혓덩이는 입 안으로 넣어진다.) 나도 좋아해 발렌틴.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
발렌틴 레베데프
(예상하지 못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네 어깨를 밀쳐낸다.) 난, (그리고는 침묵. 그는 그 이후로 네가 사랑을 언급할 때마다 그러했다.) 나는 그런 말 필요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손쉽게 밀쳐져선 고개를 기울인다.) 싫어? 내가 이런 말을 네게 하는게, 이상한 것 같아?
발렌틴 레베데프
이상한 것 같은 게 아니라, 이상한 게 맞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잘 아네. 알면서 왜 받아줘?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언제?
루즈코프 레베데프
방금도 뽀뽀 해줬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그건, (멋대로 내뱉은 말은 그 이후에야 생각한다. 받아준 적이, 아니, 그가 기억하기로는 없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었다.) 그건 받아준 게 아니야. (그렇다면 무엇인가? 당연히 하는 것?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은 이제야 희미하게 그 흔적을 드러낸다. 전에는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것을.)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뭔데? (다시금 양 뺨을 붙잡고 이마를 맞댄다. 가볍게 부벼지는 머리칼은 색이 섞인다.) 이상하게 생각 하지 마. 어렸을 때부터 쭉 이래왔으니까 익숙한게 당연해. 나도, 너도.
발렌틴 레베데프
(생각에 잠긴 이는 너를 곧장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혼란에 잠긴 채 너를 바라볼 뿐이다.) 난 너를, 그런 식으로 좋아하지 않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런 말은 마. 티냐 있지. 나 실은, 아까 조금 무서웠어. (꿈질거리며 네 허리를 끌어안는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하인들 조차도 내가 죽였다 믿는 눈치였어…
발렌틴 레베데프
(약하게 구는 이에게 그는 쉽사리 누그러졌다. 여전히 네게 손 하나 대지 않고 뻣뻣하게 서있었지만, 목소리에서 드러난다.) 무시해. 곧 사그라들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날 온전히 믿어주는건 너뿐이야. 그래서, 네 옆에 있으면 안심이 돼. (숨을 들이킨다. 그렇게 폐부를 채운 향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던 인간을 위해 묻힌 것이었으므로 기분이 좋아진다거나 하진 않았다.) …오늘 아침과 지금의 기분은 어때. 지금이 더 낫지 않아?
발렌틴 레베데프
하루 아침에 다 엎어졌는데 좋을 리가. 부산스러워. 느껴지지 않아? 한동안 귀찮아질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시끄럽겠지. 그래도 너만 떠나지 않으면 난 괜찮아. 모든게. (천천히 팔을 풀고 떨어진다. 평소와 같은 웃음을 띄운 낯이다.)
발렌틴 레베데프
언젠가는 떠날걸. 다른 상대가 들어오겠지. 그때도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런 말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GM
루즈코프는 잠시 얼굴을 구기는듯 싶더니 피곤할 테니 차를 타오겠다고 멋대로 방을 나가버립니다.
그에 맥이 빠져 한숨을 쉬며 바닥을 내려다보면,
문득 루즈코프가 짐을 남기고 갔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어차피 다시 오긴 하겠지만 삐죽 튀어나온 신문은 신경 쓰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신문을 집어들어 훑는다.)
GM
신문을 꺼내보면 1 면부터 린튼 가와 당신의 집안의 결혼 소식으로 떠들썩합니다.
이제 내일 신문에는 하퍼 린튼의 부고 사실이 실리겠죠.
신문에 대고 자료 조사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자료조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GM
일정 페이지에 사망, 실종자 명단이 적혀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명단을 보면 꺼림칙한 기분이 듭니다.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뭐해?
발렌틴 레베데프
신문이 있길래.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 신문. (들고왔던 차를 옆에 내려두고 앉는다.) 흥미로운 내용 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그럼 신문은 넣어둬. 오늘은 피로하니까 차만 마시고 일찍 자자.
발렌틴 레베데프
나는 됐어. 마시면 더 잠이 안 와.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내가 다 마셔야겠네-. 이만 나가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됐어. 빨리 마시기나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차가 담긴 찻잔을 흔들어보다 입가에 대고 몇 모금 넘긴다.) 뜨거워서 빨리는 못마시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마시지 말든가, 그럼. 왜 타온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게 피로를 풀어주는 차라길래. …같이 있는 시간도 늘고 좋지 않아?
발렌틴 레베데프
좋은 건, (너겠지, 따위의 말은 채 다 만들어지지 못한다. 그 역시 어쨌든 간에 사랑을 말한 적이 있기에.) ... ... (그는 긍정 대신 침묵을 택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좋은 건 나지. 그래도. (뒷말은 찻잔에 입을 가져다 댐으로 끊긴다. 온기가 담긴 것을 목 뒤로 넘기고 나니 다른 주제가 나온다.) 밀어내는건 상관 없는데, 진심으로는 날 미워하지 마.
발렌틴 레베데프
(이미 미워한다 말했던 것이 화인으로 남은 것일까. 우습게도 그런 생각을 하면 뒤틀린 충족이 차오른다. 미묘한 지배감. 느끼는 것조차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 그렇기에 그의 낯은 한결 풀려있었다.) 상관 없어 보이지 않던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말 했잖아. 난, 네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아픈 곳이라도 찔린 양 미묘한 얼굴로 고개를 떨군다. 그리곤 네 손 붙잡아 만지작 거린다.) 떠나지만 마.
발렌틴 레베데프
이미 미워한다 말했고, 언젠가 떠날 수 밖에 없다 말했어. 네가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는 사실이야. 그리고- 미워하며 떠날 사람한테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건 많은 것이 맞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답답한 숨만 내쉬는 루즈코프의 고개는 상대의 반대 방향으로 틀어졌다.)
GM
밤이 늦었습니다.
엉망이 된 결혼식날이 이렇게 저뭅니다.
루즈코프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일 린튼 가 사람들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넌지시 말합니다.
취소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오는 것 같다고.
문득 허공을 응시하던 루즈코프가 중얼거립니다.
잘 된 일이야.
혼잣말 끝에 당신이 무어라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사를 한 뒤 나갑니다.
닫힌 문 너머 그가 무슨 표정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잠을 잘 수 없는 밤입니다.
문득 문틈으로 빛이 비춰졌다 사라지는 것을 밤잠 설치던 당신은 발견합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 무거워진 몸을 일으킨다. 잠시 가만히 문을 바라만 보더니, 문고리를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GM
복도로 나가면 끝에 위치한 루즈코프의 방이 불이 켜진 채 열려 있습니다.
안 자고 여태 뭘 하는 걸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성큼 걸어가 상대의 방문을 열어젖히는 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GM
루즈코프의 방으로 다가가면 내부엔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흐트러진 물품이 바닥에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허리를 굽혀 주워든다.)
GM
- 루즈코프의 방
내부로 들어갈 경우 잡동사니들이 널부러진 장면을 마주합니다.
이 늦은 밤까지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리는 하고 살라 잔소리를 해야 할 대목인가 싶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루즈코프의 자필로 무어라 적힌 수첩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집어든 수첩 팔랑팔랑 넘긴다.)
GM
수첩을 넘기다보면 이름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전부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익숙합니다.
왜?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4 > 34 > 보통 성공
GM
이것이 신문에 적힌 실종, 사망자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수첩을 넘기면 가장 마지막 부분에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익숙한 이름을 발견합니다.
하퍼 린튼.
수첩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발치에 무언가 걸립니다.
탄피입니다.
리볼버의 탄피, 쓰지 않은 탄피가 굴러왔습니다.
근원지를 살피니 침대 밑입니다.
루즈코프가 없는데 멋대로 살펴도 되는 걸까요?
그러나 찝찝함이 가시질 않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침대 밑으로 몸을 구부려 살핀다.)
GM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실패
GM
노트 한 권을 발견합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손을 뻗어 가져와 펼쳐본다.)
GM
손 끝을 약간 다쳤으나 노트를 건져냅니다.
내부를 펼쳐보면 6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거미 그림.
옆에 적힌 글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자.
문득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일어나면 루즈코프가 방으로 들어오다 당신을 보고 놀란 낯을 합니다.
잠옷 차림의 루즈코프는 반팔을 입고 있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팔은…….
온갖 상처로 가득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싶을 만큼 깊은 흉터들입니다.
당신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치 챈 루즈코프가 빠르게 겉옷을 챙겨 입겠지만 이미 늦었죠.
모든 걸 봐버린 뒤인데.
발렌틴 레베데프
뭔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뭐가? 그건 그렇고 아무리 너라 해도 남의 방에 멋대로 들어오면 어떡해.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남이야? 말 돌리지 마.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신경 쓸 일 아니야. 가서 마저 자.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팔이 그 꼴이 됐는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 피곤해. 내일 얘기하자. 응? 막 자려던 참이었단 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그거야말로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날 안 재우겠단 고백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팔 걷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이러면 내가 곤란해. (작게 한숨 내쉰다.) 잠 잘오는 책이라도 읽어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이래서 네가 좆같다는 거야. 너는 내 말이 말 같지도 않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너는 내 말을 들어준 적은 있고? 사소한 부탁 조차도 안 들어주려 기를 쓴게 누구더라. (잠시간의 침묵 후에 낯을 구기고 머리칼을 쓸었다.) 나중에 알려주면 안 될까. 응? 형아가 지금은 진짜 피곤해서 그래.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줘야 하는데? (불합리를 당연한 듯 말하는 태도가 당당하다. 되려 상대를 비웃는다.) 루샤,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네게 다가가 가슴팍을 쿡 찔렀다. 불쾌감으로 가득한 낯이 자리한다.) 날 사랑하는 건 너지, 내가 아닌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 (피로한 눈을 손바닥으로 내리눌렀다가 떼어내며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린다.) 팔만 보여주면 돼? (쉽게 나가지 않을 것 같은 태도에 한 번 굽힌다.) 사랑해서 빨리 마저 잠자리에 들라 하는건데. 왜 내 맘을 몰라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혀 놀리지 마. 굳이 성질 긁지 않아도 이미 기분 좆같으니까. (말하고는, 네 손목 붙잡고는 제 힘으로 팔을 걷어내려 한다. 팔을 걷으라 한 것이 무색하게.)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미 본 것을 굳이 막지는 않는다. 여러곳에 흉터 새겨진 팔이 드러나면 작게 중얼인다.) 사랑하지도 않는다면서 걱정은 왜이리 하는지…
발렌틴 레베데프
(미간과 함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네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하지 않았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어쩌다 이랬는데. 내가 기억하기로는 없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말 하면, 네가 싫어할텐데. (지금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팔을 빼내려 했으나 팔목 붙잡는 힘에 관둔다.) 나에 대해 궁금해 하는게 생겨서 기쁜데. 그냥 평생 말 해주지 말까.
발렌틴 레베데프
관심 못 받아서 애닳은 사람마냥 굴지 마. (여전히,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다.) 여기서 더? 그러기는 쉽지 않을텐데. 그냥 말해. 네가 좆같은 짓 하는 게 한 두 번도 아니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이럴때마다 마음 편히 웃을 수가 없어. …(마음 상한 얼굴 잠깐 비추면서도 붙잡힌 팔은 빼내지도 않고 얌전하다. 그러니 고개만을 돌려 시선이라도 회피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야기 할 마음이 안드네. 역시 빨리 돌아가서 자는게 좋겠어 티냐.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기분이 별로라 그러면 내가 네, 그렇군요. 해야 해? (입매는 점점 비틀린다.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거슬린다는 듯이.) 루샤, 루샤. (숨을 내뱉는다. 인내하듯이.) 적당히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차라리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상대를 내보내길 포기하고 입을 연다.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하기 위해 입을 벙긋인다.) …내가 그랬어. 조금 우울해서, 긋다보니까 자제가 안 됐어. ……뭐라 하지 마. 나도 하기 싫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너는, 어떻게 된 게, (울컥해서 내지른 소리는 끝이 부자연스럽게 뚝 끊긴다. 분을 삭이는 숨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그래서? 목은? 썅, 목도 네가 그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야 그건, 목은 내가 한 게 아니야. 말 했잖아. …봐, 싫어할 거라고 했는데. 내가-… (목소리 끝이 떨린다. 꾸물거리는 느린 형태로 방의 중심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오랜만에 같이 잘까 우리?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아니면 누가 했는데. (네 어깨를 툭 밀친다. 그 편이 더 짜증이 나는 건 사실이라, 그렇잖아도 삐뚜름했던 입꼬리는 점점 더 틀어진다.) 질질 짜지 말고 똑바로 답해. 이제야 대화가 좀 통하는 것 같은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말 했잖아. 일 다녀오던 길에 마주친 머저리가 그런거라고… 나는 네게 되도록이면 진실만을 말해. 알잖아. 그냥 그게 끝이야. 그동안 자제가 좀 힘들었어. 근데, 괜찮을 거야 이제는. 네 결혼도 무산됐고……
발렌틴 레베데프
수첩은 뭔데. (진실만을 말한다는 것은 무시했으나, 실상 그 누구보다도 네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그였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듣는다면 믿지 않는다고 코웃음 치며 말할 것임에도, 그의 무의식 속 본성은 너를 믿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건 그냥 린튼 가에 이상한 소문이 많길래, 궁금하기도 하고, 네 결혼 상대기도 하고… 해서 조사를 좀 했을 뿐이야. 너도 알잖아? 그러니까- (네 손 당겨 침대로 끌어들인다.) 이제 자자. 졸리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납득할만큼 섬세한 설명이 아님에도, 그는 가볍게 넘겨버린다. 그것이 그의 신뢰였다. 순순히 네게 당겨지며 침대로 몸을 뉘였다. 시선은 네 팔을 향한다. 그러고는 이내 보기 싫다는 듯 눈을 돌리고는 네 머리를 끌어안았다.)
GM
작게 웃는 루즈코프의 간지러운 숨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이 잠들기 전, 문득 당신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마지막 순간, 만약 마지막 순간이 온다면 그 때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뒤질 거면 안 보이는 데서 곱게 뒤져.
GM
곁. 내 곁. 루즈코프가 근래에 유난히 자주 언급하는 말입니다.
그는 슬픈 미소와 함께 당신의 품에 얼굴을 묻습니다.
그렇게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이 지나면,
아침이 옵니다.
ㅡ
결혼식 다음날의 동이 텄습니다.
아침부터 집안이 분주하면서도 침잠한 이유는 어제의 살인 사건 때문일 겁니다.
오늘은 린튼 가의 사람들이 오기로 했습니다.
두 집안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함이겠죠.
가족들의 분위기를 보면 좋지 못합니다.
좋을 수 있을리가요.
가문의 위상을 위해 잡은 정략 결혼인데 하필이면 이런
식으로…….
물론 자식의 혼사가 망쳐졌다는 사실이 더해 더더욱 초상 난 분위기일 겁니다.
린튼 가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부엌] [휴게실] [뒷마당]에 갈 수 있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그렇게 곁을 운운하더니, 정작 제 곁을 먼저 떠난 것은 상대다. 왠지 모르게 나쁜 기분에 영 곱지 못한 발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GM
- 부엌
하인들이 모여있는 곳입니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산 자들은 음식을 먹고 살아가기에 맛있는 냄새가 만연합니다.
하인들은 당신이 온 줄도 모르고 저들끼리 무어라 떠들고 있습니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듯이 속닥속닥.
듣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듣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3 > 83 > 실패
하인들
린튼 가 사람들이… …도 공개하지 않는댔잖아? 그런데 …에 따르면 이번에 죽은 하퍼 린튼 씨가 마지막 ……였다더라.
그럼 뭐야? 그 부부만 ……거야?
글쎄, 아직 일가 친척이 몇 …긴 했다는데 전부 ……면 대가 ……는 거겠지…….
GM
요리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진 않네요.
발렌틴 레베데프
(별로 듣고 싶은 얘기는 아니다. 휴게실로 자리를 뜬다.)
GM
- 휴게실
휴게실은 고요합니다.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탁자]와 [벽난로]를 살필 수 있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탁자부터 살핀다.)
GM
탁자를 보면 손님 수에 맞게 놓인 찻잔이 있습니다.
손님용은 두 개.
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신문이 놓여 있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또 신문. 어젯밤의 것이 생각나 집어든다.)
GM
오늘자 신문이네요.
1 면에 하퍼 린튼 살인 사건이 보도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겠죠.
용의자가 몇 추려졌으나 모두 알리바이가 있어 사건은 미궁 속에 빠져드는 중이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루즈코프 레베데프.
머릿속을 스치는 이름입니다. 루즈코프.
발렌틴 레베데프
(신문을 접어, 벽난로에 다가간다. 그리고는 그 안에 던져넣었다.)
GM
벽난로 안에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막 장작을 넣었는지 타닥타닥, 잘도 탑니다.
…응?
문득 벽난로 안쪽에 타다 만 종이조각이 존재함을 깨닫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5 > 35 > 어려운 성공
GM
타고 있는 종이 조각을 보면 기묘한 글자들이 일부 적혀있습니다.
<아이호트의 거래>, <숙주에 관하여>.
…이런 게 원래 있었던가요? SAN(0/1)
발렌틴 레베데프
cc<=49 이성체크 (1D100<=4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system
[ 발렌틴 레베데프 ] SAN : 49 → 48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보통 성공
GM
종이에 써져있는 것들은 몇 가지 띄엄띄엄 적힌 단어만 겨우 읽힙니다.
…전염을 통한… 지배…….
…그리고 그 아래에 그려진 소름끼치는 거미 그림…….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GM
벽난로를 보고 지나칠 때 카펫 아래에서 삐죽 튀어나온 종이를 발견합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종이를 빼어 집어든다.)
GM
어디 책에서 뜯어온 듯한 종이 한 장입니다.
꺼내 내용을 살피면 암호처럼 무어라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부 지역입니다.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
최종적으로 이곳에 머무름.
가장 마지막에 적힌 글자는 명백한 암호라, 확실하게 읽기 어렵습니다.
교육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교육 (지식)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0 > 40 > 보통 성공
GM
암호를 해독해냅니다.
과거 학교에서 배웠는데, 이걸.
그러니까… 해독하자면……. 이름이군요.
낯선 퍼스트 네임과 익숙한 라스트 네임.
린튼.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GM
필체가 루즈코프의 것임을 깨닫습니다.
우선 이 린튼의 이름은 적어도 하퍼 린튼의 부모님의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다른 린튼인가요? 친척? 가문 구성원? 도대체 이걸 왜 적어둔 거죠? 뭘 위해?
그들이 지내는 지역은 왜 알아내는 거고?
발렌틴 레베데프
(그것마저 함께 벽난로에 집어넣어, 신문과 함께 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아예 저택을 나갈 심산인지 뒷마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GM
- 뒷마당
뒷마당에는 마당 정원을 가꾸는 루즈코프가 있습니다.
당신을 보고도 잠잠한 낯입니다.
그저 고요한 미소와 함께 꽃이 참 예쁘다고 이야기합니다.
꽃의 이름은 에리카, 히스.
루즈코프 레베데프
깼네. 잘 잤어?
발렌틴 레베데프
별로. 뭐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꽃이 예쁘길래. 좀 만져주고 있었어. 관심 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너 답네.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 꽃은 에리카인데, 히스라고도 하고 꽃말은… 뭐일 것 같아?
발렌틴 레베데프
알 거라 생각하고 묻는 건 아니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 동생이 알 리가 없지. 꽃말은 고독이야.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꽃말이 붙은걸까. 이리와. 티냐. 같이 보자.
발렌틴 레베데프
누가 너 아니랄까봐, 꼭 너 같이 궁상맞은 걸 집어왔네. 필요없으니 너나 봐.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꽃 말고, 날 보러 가까이 오는건?
발렌틴 레베데프
더더욱 싫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어제는 오랜만에 같이 자서 좋지 않았어?
발렌틴 레베데프
애초에 네가 각방을 쓰자며 되도 않는 일을 한 거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 말대로라면 우리가 같이 있는건 당연한 건데, 왜 자꾸거부해?
발렌틴 레베데프
그건, (뽀뽀를 말할 때와 같은 기분이 된다. 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너는 다른 것의 증거라고 들고 오니. 결국 말문이 막힌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이 꽃을 네게 주는 일은 없을거야. 꽃말이 좋지 못하니까. 아무리 예뻐도-. (여유로운 걸음을 옮겨 너와 거리 좁힌다.)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겪지 않았으면 해.
발렌틴 레베데프
받을, (삐끗하는 목소리에, 목을 가다듬고는 말을 잇는다. 그러하여 본래 날이 서있었을 말은 한층 누그러져버렸다.) 받을 생각도 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도 있잖아, 나는 이 꽃이랑 꽤 잘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 (꺾어온 꽃을 제 얼굴 옆에 가져다댄다.) 어때?
발렌틴 레베데프
말했지. 궁상 떨지 말라고. 일부러 꽃말이 그따위인 걸로 골라오기라도 한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하, 농담이야. 이건 오늘 오는 손님들한테 드릴거거든. 결혼을 안 해도 되니 마음이 좀 편안하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어떻지도 않아. 너야 좋겠지만. 이제 덜 징징대겠네. (네가 들어올린 꽃을 손 등으로 툭 쳐낸다. 보고싶지 않다는 듯이.) 그걸 왜 네가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글쎄, 내가 용의자라서? 위로라도 해드려야지 싶네. (꽃은 아래로 내려 만지작 거린다.) …혹시 몰라서 말 하는건데, 나 말고는 아무나 믿으면 안 돼. 알았지.
발렌틴 레베데프
같잖은 소리 하고 있네. (그렇게 상대를 믿으면서도, 나오는 것은 그에 대한 부정이다.) 너부터 안 믿어. 나는.
루즈코프 레베데프
(부정하는 이를 지그시 보다 소리내어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니 슬픈데, 네가 뽀뽀라도 해주면 좀 나아질 것 같아.
발렌틴 레베데프
슬픈 거랑 무슨 상관이야? (그러면서도 네 뺨을 잡고는 입맞춤을 남긴다. 바로 어젯밤의 일을 잊기라도 했는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좋아하는걸 받으면 슬픈건 어느정도 사라지니까. (짧은 입맞춤이 아쉬운지 고개 빼내어 두어번 더 쪽쪽인다.) 나는 너 때문에 살아.
발렌틴 레베데프
(그만, 반사적으로 표정이 풀어지고 만다. 지배욕이란 그런 것이어서. 한참 후에야 겨우 표정을 추스르며 네 얼굴을 밀어내는 것이다.) 팔은?
루즈코프 레베데프
(떨어질 생각이 없는지 밀어내는 손에도 부벼댄다.) 괜찮아. 약도 꾸준히 바르고 있었고. 얼마 전까진 조금 쓰라렸는데, 이젠 그렇지도 않아. 흉은 좀 남겠지만.
발렌틴 레베데프
약을 바를 거면 애초에 왜 흠을 내는 거야? (이해되지 않는다는 투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자신이 영향을 미쳤음에. 네가 자신의 권역 안에 있음에 만족감을 느끼는.)
루즈코프 레베데프
우울은 가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해. 넌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손에 얼굴을 부비다 곳곳에 입을 맞추고, 손가락 사이를 파고든다.) 신경 써줘서 기뻐. 티냐…
발렌틴 레베데프
(그제야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난다. 밀어낼 수 없음을 그때가 되어서야 알았다는 듯이.) 간지러워, 하지 마. (신경을 썼다는 말에는 부정하지 못하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물러나는 것에 끈질기게 따라붙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 …내가 널 너무 좋아하나봐. 발렌틴. 너는 내가 하지 않을 짓도 하게 만들어.
발렌틴 레베데프
그게 네 증명이야? (비웃음이 떨어진다. 다른 이에 대한 헤아림이 전혀 없다는 걸 입증이라도 하듯.)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가 하지 않을만한 짓을 하는건, 다 너를 위함 이니까… …사랑한다 해주면 안 될까?
발렌틴 레베데프
그게 네 증명이냐 물었어. 내가 요구한 증명에 대한 답이 고작 그거인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고민중이야, 아직… 네가 만족할만한걸 찾고 있어. 그런데 그걸 찾지 못할 것 같으면, 어떡하지. 나는-…
발렌틴 레베데프
그럼 네가 사랑이라 주장했던 건 그만큼 무가치하고 볼품없는 것이었던 거겠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 …아. (목소리를 내는 통로가 좁혀진다.) 그럼 나는, 네 기억에조차 못 남는 걸까. 네가 떠나고 나면, 날 잊어버릴까?
발렌틴 레베데프
(잊는다라. 의식적으로 날을 세우더라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증오든, 애정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그럼에도 그는 제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흠집을 내기 위해 말을 뱉는다. 팔의 상처는 걱정하면서 제 혀로 직접 더 깊은 상처를 내는 모양새다.) 기억할 것도 없지. 내가 뭘로 기억해야 하는데? 값싼 사랑이나 운운거리던 매춘부?
루즈코프 레베데프
날, …날 사랑한다 했던건 거짓말이야? 그저 듣기 좋으라고 한, 날 달래기 위할 뿐인 그런 말이었어? (꽃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에 꽃잎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팔랑임을 남긴다.) 나는 네게 그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본다. 어떻게 해야 너를 확실히 상처 입힐 수 있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입 밖에 낸다.) 널 사랑할 리 없잖아. (스스로에게 되뇌듯 다시 한 번 중얼거린다.) 너 따위를.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내뱉는 단어. 아니, 글자 하나하나 마다 착실히 반응한다. 찌르르 하며 심장이 아릿해져 그 천조각 위를 더듬으며 앓는 소리를 낸다. 그리고 그제야, 주춤거리며 상대와 거리를 둔다.) …역시 그렇지? 잠깐 착각할 뻔 했어. 머저리 같이.
발렌틴 레베데프
(언제나 그랬듯, 그는 너를 상처 입히는 행위에 늘 같이 상처 입었다. 때로는 너보다도 크게. 미련하게 고집을 부리면서. 하늘은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 (다시 한 번 사랑하지 않는다 말하려 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한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상대가 말이 없자 루즈코프도 조용하다. 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해줬다면, 그랬다면 버틸 수 있었을텐데. 그마저도 해주지 않아 서운한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인 눈물을 소매로 꾹 눌러 닦아낸다. 그러다가, 다시 제 쪽에서 먼저 고백한다.) 나는 널 사랑해. 티냐, 값싼 사랑 따위가 아니야. 나한테는…
발렌틴 레베데프
(울음으로 찬 머리가 어지럽다. 상대의 말조차 명확히 들리지 않는다. 제가 상처 입혀놓고는, 상처 입은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고집스레 흐린 허공만을 바라본다.) 듣고 싶지 않아. 입 다물어. (그 목소리에마저도 물기가 서려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 고백은, 들어줄 가치도 없어? (멀찍이 떨어져 초라한 질문만을 던진다. 네 답이 돌아오지 않길 바라며.) 나 좀, 봐줘. 티냐. 여기에, 내가 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꺼져. 네가 있기를 바라지 않아. (그제서야 시선을 네게로 맞춘다. 뭉그러지고 흐려졌으나 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를 알아보지 못할 수가 없었다. 그러하여 네가 원하는 대로 너를 바라보았다. 네가 원치 않을 말만을 뱉으며.) 네가 싫어, 루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가, 나를… (말이 잘 나오지 않아 입술을 잘근거린다.) 나를 싫어해도, 상관 없어. 그저 곁에만 있어줘. 내 곁에만… 그렇다면 난,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증명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떠난다고만 하지 마…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얼마나? (젖은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진다.) 내가 얼마나 더 너를 기다려줘야 하는데? (그것은 언뜻 들어보면, 원망을 하는 것도 같아서. 제게 확신을 주고 자신을 설득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 내가 왜 그래야 해? 그리고, 거짓말은. (겨우 너를 비웃어낸다.) 상관없다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기다리게 해서 미안… (가쁘게 내뱉던 숨을 천천히 호흡하며 진정시킨다.) 네가, 날 싫어한다면 나는 그 또한 받아들일 거야. 내가 네게 못미치는 사람이란걸 알아. 그러니까 괜찮아. 저번에 그랬잖아. 네게 많은걸 바라지 않겠다고.
발렌틴 레베데프
지금 증명해. (사랑하지 않는다 하면서 붉어진 눈가를 하곤 사랑의 증명을 요구하는 꼴이 우습다. 그는 언제나 네 앞에서는 끝없이 모순적으로 굴곤 했다.) 끝을 보자. 그것이 어떤 결말이든.
GM
감정이 서로를 쳐대는 대화에서 루즈코프는 문득 당신을 응시합니다.
말없이 한참이나.
그 눈에 깊게 박힌 애정은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맹목.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
루즈코프가 입을 엽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티냐. 나는, …지금 끝을 볼 수 없어.
나는 해야할 일이 있어.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이곳을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날 만나러 와.
…이따 보자.
GM
무슨 뜻이죠?
의중을 묻는 당신에게 더 의미 모를 문장만 전달할 뿐입니다.
그리고 꼭 방아쇠를 당겨달라고만.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요.
뭘 의미하는 이야기인가요?
루즈코프는 꽃다발을 들고 자리를 떠납니다.
ㅡ
바깥에서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하인이 찾아와 가족분들이 먼저 응대할 테니 잠시 방에 가 있으셔도 된다고 이릅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탕.
총 소리가 울렸습니다.
명백한 총 소리입니다.
근원지는 현관.
현관으로 향하면,
그곳에는 피가 묻은 에리카 꽃다발을 든 루즈코프가 서 있습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경악에 물든 낯으로 루즈코프를 응시합니다.
루즈코프의 손을 보면, 그래요.
리볼버.
리볼버가 쥐여져 있고, 그리고…….
바닥에는 린튼 부부의 시체가 쓰러진 상태입니다.
(1/1d2) ((1/1D2)) > (1/1[1]) > 1
발렌틴 레베데프
cc<=48 이성체크 (1D100<=48)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1d2 (1D2) > 1
system
[ 발렌틴 레베데프 ] SAN : 48 → 47
GM
피가 튄 뺨을 든 루즈코프가 당신을 응시합니다.
어쩐지 이 현상이 익숙한 얼굴.
웃는 낯에는 슬픔이 번져 있습니다.
숨을 뱉은 그가 소리 없이 발음한 건 당신의 이름입니다.
발렌틴. 티냐.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그 중얼거림.
누군가 외칩니다.
날카로운 비명입니다.
살인자! 살인자야!
사용인들이 뛰쳐나가 루즈코프를 제압하고 총을 뺏어듭니다.
경찰에 신고하는 분주한 인간들의 틈바구니에서 루즈코프는 단 한 번의 반항도 없이 순순히 무릎이 꿇렸습니다.
그 상태에서도 오로지 당신만을 바라보는 그 눈은 여전히 간절하던가요.
절박했던가.
추락한 꽃다발이 무참히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에 의해 짓밟힙니다.
망가지고 뭉개진 꽃이 지금의 루즈코프 같습니다.
마침내 고개를 떨군 루즈코프의 어깨 너머 경찰이 들이닥칩니다.
루즈코프를 구속하고 끌고 나가는 과정이 슬로우 모션처럼 펼쳐집니다…….
그 가운데 문득 마주친 루즈코프가 입을 벙긋댑니다.
[권총.]
[침대 밑에 여분의 권총이 있어. 내가 떠나게 된다면 그걸 들고 나를 만나러 와.]
마침내 연행되는 루즈코프가 완전히 시야에서 벗어납니다.
충격은 여전히 당신을 강타한 채 여파를 남겼습니다.
살인마.
루즈코프가 살인마라니.
어떻게 할까요, 발렌틴.
지금부터 당신의 선택이 오롯이 모든 걸 결정할 텐데.
발렌틴 레베데프
(굳은 몸은 손가락 끝부터 덜걱이며 풀렸다. 수많은 증거들이 눈 앞에 들이밀어졌음에도 허술한 변명 하나만으로 손쉽게 외면했더랬다. 진심으로 믿으며. 그의 말이 맞을 거라고. 충격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저 또 나는 너를 사랑해버렸고, 넌 그걸 가볍게 내던졌을 뿐이었다. 이제와서 새삼스럽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래놓고 날 사랑한다고... (루즈코프의 방으로 향하는 걸음에는 미련이 없었다. 그는 네 말대로 할 작정이었으니. 어릴 적부터 꾸준히,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언제나 그러했듯이.)
GM
루즈코프의 방으로 돌아가 침대 밑을 살피면 정말 그가 말한대로 여분의 권총과… 상자를 발견합니다.
상자는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도 하지 못할 정도로.
꺼내 뚜껑을 열려 하면 비밀번호가 걸려 있습니다.
다이얼을 돌려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단 하나의 숫자면 되는데.
뭐라고 입력해야 할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다이얼을 돌려 6에 맞춘다.)
GM
6 을 돌리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내부에 돌돌 말린 양피지가 놓여 있습니다.
꽤나 낡았고, …예사 종이가 아닌 것 같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양피지를 조심스레 집어든다.)
GM
종이를 펼치면 <시간을 돌리는 주문>이 적힌 상태입니다.
그 방법은 타살.
이게 대체 뭐야? (1/1d3)
발렌틴 레베데프
cc<=47 이성체크 (1D100<=47)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실패
1d3 (1D3) > 1
정보
system
[ 발렌틴 레베데프 ] SAN : 47 → 46
메인
GM
잠깐, 그러고보니 루즈코프가 뭐라 했죠.
방아쇠를 당신이 당겨주길 바란다 했던가요.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6 > 56 > 보통 성공
GM
떠오르는 루즈코프의 몸에 나 있던 상처들…….
설마.
설마.
발렌틴 레베데프
단 하나도 곧이곧대로 말하는 법이 없지. (허탈감이 담긴 목소리다. 그러면서도 네가 바라던 대로 리볼버를 손에 쥐고 네가 있을 곳을 찾아 헤매는 꼴이, 우스워서. 웃음이 비져 나왔다.)
GM
ㅡ
루즈코프가 구금되어 있는 곳으로 조용히 향합니다.
당신과 피해자와 결혼할 예정이었던 관계임을 아는 경찰들은 면회를 허락합니다.
철창살 너머에 앉아있는 루즈코프는 그저 웃고 있습니다.
왜 웃는 걸까요.
웃을 상황이던가요, 이게.
루즈코프 레베데프
와줬구나 티냐. 올 줄 알았어.
발렌틴 레베데프
(뭐라 말을 해야할까. 어디서부터 거짓이고 기만이냐고? 무엇이 진실이냐고? 아니, 그는 감정적인 사람이었다.) 재밌어? 이게 네 사랑이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이 모든건 널 위함이야. 발렌틴… …화났어?
발렌틴 레베데프
화났나? 일단 기분은 좆같은데. 우습네. 내가, 존나 우스워...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총은 가져왔어?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내가 왜? 너는 나를 좆으로 아는데, 나는 왜 네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줘야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건 티냐. 널 위한 거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 욕심이기도 해.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겪지 않는거. 그 정도는, …그걸 막는거 정도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지랄하지 말고. 너는 언제나 널 위해 움직이잖아. 그 과정에서 날 위한 거라며 날 명분으로 내세워봤자, 넌 그냥... ...내가 이딴 걸 왜 주절거리고 있어야 하지? 뭐해, 루샤? 내가 직접 여기까지 걸음해줬잖아. 안 빌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번에도 내 멋대로 해서. 지금은 이해 못할지도 몰라. 근데, 있잖아. 나는… 난 티냐. (말은 끊긴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가빠진 숨을 뱉다가 눈은 다시 상대를 담는다.) 이게 내 사랑인가봐.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아니, 아니지. (다시금 고개를 젖힌다. 메마른 눈가는 답답한 천장을 향했다.) ...나는 후회했어. 너한테 그런 말을 듣고도 싫어한단 말을 했던 걸, 후회했다고. 나 때문에 네가 또... ... 그런데 그게, (말은 끊긴다. 이것이 억울함인지, 분노인지, 그것도 아닌 또다른 불쾌감과 반감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어때, 보기 좋았어? 저 때문에 상처 입은 줄 알고 절절매던 꼴이?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야. …아니야… 나는 그런 뜻으로 한게 아니었어. 미안해. 미안… 널 힘들게 하려던게 아니었어. 나는 그저, 그냥… ……내가 용서를 바라도 될까. (가라앉은 목소리는 네 귀에 닿을 만큼의 공간만큼만 채웠다.) …나를 사랑해 발렌틴?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의 상처가 자신으로 인한 게 아니라는 것. 그 사실은 그가 말하는 데 있어 보다 거침이 없어지도록 만들었다. 자신으로 인한 게 아니라면, 인한 상처를 손수 만들어보겠노라하는 반발심일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그는 호흡했다. 겨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놓고 헐떡이듯 숨쉬는 금수처럼. 마른 울음을 쏟아내듯 그렇게 갈급하게 숨을 쉬다가, 얼굴을 손에 파묻었다.) 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결코 진심이 될 수 없는 말을 다시금 내뱉는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상대의 말에 진심이 담겨있든 아니든 지금의 루즈코프는 그런걸 구분할 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저 낯을 굳히고는 떨리는 음성을 낸다.) 내가, 죽는건 되도록이면 너 때문이었으면 했어. 이왕 죽는거, 네가 끝내줬으면 했어. 지금까지 원치도 않는 사람 손에 죽어왔는데. 널 위함이었으니까 그래도 괜찮았어. 하지만 티냐, 이번엔 해줄 수 있잖아. 내 침대 밑에 있던 총, 가져왔지?
발렌틴 레베데프
없어. 없다고 했어! (기어코 소리를 지른다. 머리는 생각하기를 거부한다. 팔에 생긴 상처가 무엇 때문인지. 자신 때문에 괴로워 그어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어째서 생겼는지. 양피지가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지. 그 어떤 진실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고집스러울 정도로 불가능하며 미련스러운 한 가지뿐이었으므로.) 이딴 건 사랑이 아냐. 네 증명이 정말로 이거야? 내가 네 것을 거짓된 것이라 명명하면 돼?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아, 발렌틴… 하지만 나는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어. 네가 목표로 찍혔는데, 그저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었단 말이야. 널 위해 난, 나는… …내가 한 일이 잘못된거라 하지 마. 제발… (애원하듯 떨리는 목소리가, 동공이, 한 사람에게만 향한다. 상대를 놓치기 싫어 손을 뻗고 싶었으나 지금의 제 처지론 제지 당할까봐 그 마저도 참는다. 대신 두 손을 모아 꾹 쥔다.) 네가 내 증명을 거짓이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해… 지금까지 내가 한 일은, 다 헛된걸까. 응?
발렌틴 레베데프
그냥 구경하지 그랬어. 그러면 내 꼴이 이렇게 우스워지지는 않았겠지. 넌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내게 거짓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했으면서, 뻔뻔하게도. 이런데 내가 널 어떻게 믿을 수 있겠어? 너의 어떤 부분을, 무슨 수로? (숨이 탁 터져나온다. 그래, 그는 내내 끝없는 허탈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릿한 배신감과 무거운 허탈감.) 네가 지금껏 한 일은 날 우습게 만들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어떻게, …왜 그런 말을 해. 네가 그 인간들처럼 되는걸 어떻게 구경만 해. 나는 그저, 네가 괴롭지 않았으면 했어. 아니, 실은 나랑 너랑… 우리가 행복했으면 했어. (이것은 저만의 욕심이었을까. 처음부터 네게 얘기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니 자연스레 우울감이 올라온다.) 나는 너랑 평생을 살고 싶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나는 너와 단 한 순간도 함께 있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도 그는 너를 찾아왔고, 아침에 먼저 곁을 떠난 것은 너다. 언행에는 그만큼의 괴리감이 있다. 절대 좁혀지지 않을.) 요지는, 루샤. 왜 거짓말을 했냐고. 어떻게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서는 뻔뻔하게 웃을 수 있어? (대화의 수위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으로 인해 네가 상처 입어왔음을, 죽고싶어했음을 명확히 직시 당한 이후로 생긴 변화이자 한계였다. 너를 비난하는 것이 덜해지니 자신의 감정을 떠내어놓는 것이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포기해. 넌 나를 사랑하지 않아. 그냥 네가 원래 살던 대로 살아. 온갖 연놈들을 떠돌아다니면서.
루즈코프 레베데프
날, 내 사랑을 부정하지 마. 네가 부정해도 나는 여기서 멈출 수 없. 해야할 일이 있으니까. ……이건 필요에 의한 거짓이었어. 나는 널 사랑해. 너도 날 잊지 못할거야. 널 사랑했던 네 형을, 사랑해서 온갖 고생마저 한 인간을, 기억에서 지우지 못할거야. 나는 그걸 함께 하는거라…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 …너도 언젠간 날 이해해줄까.
GM
그렇게 말하는 루즈코프는 고개를 숙인 상태입니다.
표정을 볼 수는 없지만 그 목소리에 깃든 건…
죄책감? 고통? 혹은 후련함? 시원한 복수심? 혹은 그 모든 것?
마침내 고개를 든 루즈코프의 얼굴은 울고 있었는지. 일그러졌는지.
혹은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복잡한 감정으로 얼룩진 낯으로 루즈코프가 묻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네게 믿을만한 사람일까.
너는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있어달라 부탁할 수 있는 사람이야?
얼마 남지 않았어.
GM
끌려가면서 중얼거린 그 한 마디를 연신 반복합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게 마지막이야.
GM
못내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말도 안 돼. 다정함이라니. 다정할 수가 있다니…….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게 마지막이야. 나를 죽여줘. 부탁해.
발렌틴 레베데프
싫어. (드물게도, 진심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때. 거기에는 언제나 네 안위가 연관되어있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며? 기회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입 다물어. 죽더라도 곱게 혼자 뒈지라고 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이미 … 네가 없는 곳에서 몇 번이나 죽어왔어. 외로웠고, …네가 보고싶었어. 티냐. 네가 너무 보고싶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그만 하자. 이젠 지쳤어. (몸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간다. 수그린 고개는 네가 아닌 저 어딘가의 바닥을 내려보았다.) 말해. 네가 말하고 싶은 거 말고, 내가 듣고 싶은 걸.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듣고 싶은 말이 뭔데?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이 짓은 온전히 내 행복만을 위해 한 짓이고 네 생각은 하지도 않은채 내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죽여왔어. 이런게, 네가 원하는 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이제야 좀 들어줄 만 하네. 계속해봐. (언제나 그의 선택은 모두를 상처 입히는 방향이다. 그러면서도 미련하여, 듣기 좋은 말은 모조리 거부하고 아프게 찔러오는 것만을 진실이라 믿는다. 한 번의 틀어짐은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너는 항상, 왜. 아프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어. 왜그러는건데? 내가 널 아무리 사랑해도, 그만큼 티를 내도 주변사람들은 내가 동생을 특별히 아끼는 형이라고만 생각해. 그렇다면 내 사랑을 알아주는건 너 밖에 없는데. 네가 자꾸 부정해. 부정당한 사랑은 어디로 가야할까. 쓰레기통으로 던져질까. 끝에 가선 결국 불태워질까. 그게 맞는걸까. …정말 이게 맞는걸까 발렌틴.
발렌틴 레베데프
(그제야 시선은 너를 향한다. 흐릿한 시야에 너의 일부가 담긴다. 지친 목소리는 진실을 내었다.) 나는 그래야만 해. 나는 너를 증오하고, 밀어내고, 부정해야만 해. 그리고 그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서는 창살 너머의 네게 다가가 다시금 몸을 굽히며 손을 뻗었다. 손길은 뺨의 흉터를 가린 것을 향한다. 그것을 빼내어, 제 손아귀에 쥐고는, 바깥으로 끄집어낸다. 그리고서는 제가 낸 자국을 본다.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진실이리라.) 끔찍해.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그런 말을 내었다. 차마 그것이 자신을 향한 문장이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제가 무엇을 그리 잘못했기에, 왜. 그런 의문을 되뇌어도 답을 찾지 못했다. 이미 알고있는 것에서 답을 찾으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만 해대는 꼴이 한심할지도 모르겠으나 묻어둔 것을 다시 파낼 용기란 있지 않아서, 결국 끝까지 외면한다.) …미안. 흉하지. (네 뺨을 더듬다가 손바닥으로라도 덮어 가린다.) 이거, 싫어하잖아. 다시 줘.
발렌틴 레베데프
싫어. (미약한 웃음소리를 흘린다. 꺼내어 낸 것을 그대로 툭,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발 끝으로 멀리 밀어낸다.) 그 자국을 싫어하는 건 알면서, 왜 내가 널 싫어한다는 건 몰라? 상관 없다 말하면서도 왜 일일히 같은 말을 하게 만드는 건데? 자해라도 하고 싶어? 그래, 팔을 직접 그었네 어쩌네 했지. 제대로 된 말이 하나도 없어... 지금이라도 그을래? 그래서 네가 지껄인 거짓말을 조금이라도 씻어볼래?
루즈코프 레베데프
(장신구가 바닥에 긁혀 멀어지는 소리가 울린다. 낯을 구기고 작게 숨을 내쉰다. 후에 다시 널 올려다보는 얼굴은 평소와 같다.) 거짓에 뒤늦게 진실을 덮어씌우면 네가 만족할까? 그걸로 네가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닐텐데. (말을 이으며 손은 제 옷자락을 풀어헤친다. 툭, 툭. 느린 손길이 단추를 다 풀어내면 안 쪽의 옷을 가슴팍까지 들어올린다. 그 속엔 자잘한 흉터 자국들과, 심장께에 크게 남아있는, 몇 개가 덧대어진 흉이.) 이 정도는 돼야 만족하지 않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시선은 붙박여,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은 사람마냥 곧게 응시했다. 그리고서는 눈을 감아버린다. 깊은 우울이 밀어닥친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입을 다물고 있었다. 네 상처에 괴로워하는 것은 맞지 않다. 옳지 않았다...) 겨우 그 정도로, (목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막힌다. 일그러진 얼굴을 신경질적으로 문지른다. 보고싶지 않았다. 그러나 보고, 비웃고, 조롱해야 했다. 거기에서 밀려오는 괴리감이 무겁게 등을 짓누른다.) 겨우, (힘겹게 입을 열었으나 나오는 문장은 되려 더 짧게 끊긴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죽고 싶어서 그어본 건데. 긋기만 하고, 찌르진 못했어. 한심하지. 차마, 네 생각을 하니까 차마 죽진 못하겠어서… (제 가슴팍을 내려보다가 눈을 맞추려 고개를 든다. 그러나 너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어서, 왜인지 서러워진다. 어금니끼리 맞붙여 갈아보다 길게 숨 내쉰다.) 티냐… 날 봐. 여길 봐줘. 네 성에는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널 위해 낸 흉이야. 어느것보다 눈에 띄도록 노력했으니까. 봐줘…
발렌틴 레베데프
왜. (막힌 목소리가 볼품없이 갈라진다.) 왜 죽고 싶었는데. (그는, 언제나, 제 약점을 훤히 드러낸다. 그는 네게 약했고, 네 우울에 약했고, 네 상처에 약했다. 그러나 동시에 너를 해하고, 우울을 불러오고, 상처를 낸다. 그러니 너의 우울은 곧 그의 우울이 되어 손쉽게 그를 좀먹는 것이다.) 그게 왜 나를 위한 건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 곁에 있지 못해서. …네 곁에 있을 수 없었어. 나는 혼자 떠나야만 했어. 네가 없는 곳에서 죽어야만 했어. 외로웠고. 네가 그리웠어. 그래서, 죽는 대신 상처를 냈어. 네가 그랬던 것처럼. 항상 내게 했던 것처럼. 그러니 이건 널 위한 거야. (미소를 띄웠으나 마냥 기뻐보이는 미소는 아니었다. 따지자면, 슬퍼하고 있는듯 했다.) 이젠 괜찮아. 네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네가 내 곁에 있어주니까.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너무 미워. 견딜 수 없을 만큼. (몸을 웅크리고 고개를 파묻는다. 불안정한 숨소리가 새어나온다.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불행은 너였다. 너를 사랑함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삶에 우울이란 존재하지 않았을 터다. 그 무엇보다 무거우며 차가운 우울은 얼마나 손쉽게 사람을 잠식하는가.) 꼴도 보기 싫어. 꺼져버려.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옷을 내리고 다시 풀었던 단추들을 잠군다.) 네게 미안해. …하지만 날 떠나지 않을 거잖아. 내 곁에 있어줄 거잖아. 이 일이 다 끝나고 나면, …너는 좀 괜찮아질까. 걱정이야. 내가 아니면 누가 널 챙겨주지. 누가 네 성질을 받아주고, 누가 널 달래줄까. ……나는 이 순간마저도 좋아서, 이것도 같이 있는 거라고. 유치장에 갇힌 이 순간도 끝내고 싶지 않은 걸까. (자신이 풀어내지 못한 의문을 던진다. 상대도 알지 못한다는걸 알면서도. 갈증이 도진다.) …여기서 입 맞춰줄 수는, 없겠지.
발렌틴 레베데프
(그는 창살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무엇을 앗아가기 위한 것이 아닌, 온기를 내주기 위해서. 이별을 상정하는 말은 듣기 거북했으나 그것을 따져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생각하는 옳은 태도는 시시때때로 그의 행동을 막아섰으니. 그는 또다시 네게 약해졌다. 한없이 변덕적인 태도다. 다만, 그것이 자신의 감정이 아닌 너의 감정에 달려있다는 점만이 차이점일 것이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뻗어오는 온기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머리를 갖다대어 네 손에 기대고, 부벼댄다. 떨리는 숨을 뱉으며 고개를 파묻고 마른 입술을 붙인다. 길게 잇는 입맞춤은 그 무엇보다 간절하다. 별다른 말도 없이 주인을 오랜만에 본 짐승마냥 제 욕구를 채운다.)
GM
한참 침묵하던 루즈코프가 몸을 웅크립니다.
이내 일어나 빠르게 당신의 옷깃을 잡고, 그 손에 들린 건…
맙소사, 어디서 난 건가요?
칼입니다.
단도가. 단도가 당신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표정은 그저 기껍지만은 못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겠지.
그러니 이렇게 하자.
감정조절을 못한 내가 널 죽이려 했고.
그러면…
GM
당신의 멱살을 잡고 칼을 들이미는 모습에 경찰들이 뛰어옵니다.
마치 찌를 듯이 가까워지는 찰나 철창문을 열고 들어가 루즈코프를 제압하는 경찰과,
단도를 휘둘러 반항하는 루즈코프와…
반항이 극심해지려는 찰나 경찰 한 명이 루즈코프를 향해 총을 쏩니다.
그 단도가 제압을 시도하는 이의 목을 찌른 탓입니다.
피와 폭력이 난무하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총에 맞아 쓰러지는 루즈코프 까지.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 얼굴이.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림과 함께 시야가 암전합니다.
ㅡ
정신을 차리면,
햇살이 들어오는 방 침대에서 눈을 뜹니다.
달력을 살피니 정략 결혼에 관한 통보를 듣던 날입니다.
결혼식에서 한 달 전.
정말 시간이 돌아갔습니다.
정말로 다시 과거에 돌아온 것입니다.
잠깐, 루즈코프는 어디 있죠?
이번에는 또 어디로 간 거예요?
루즈코프의 방으로 뛰어가면 말도 안 되는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깔린 이불과 텅 빈 방 안.
모든 짐이 빠져나간 장소.
루즈코프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관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3 > 43 > 보통 성공
GM
책상 아래 서랍 하나가 아주 조금 열려있음을 발견합니다.
채 닫지 못한 흔적입니다.
서랍 내부를 보면 거미의 얼굴이 그려진 공책이 있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공책을 꺼내 펼친다.)
GM
[ 아이호트의 일족이 지배한 숙주 명단 ]
[ 숙주의 근원지인 린튼 가문원 명단 ]
아이호트의 일족? 의문을 갖기도 잠시입니다.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GM
실종, 사망자의 명단, 루즈코프가 죽인 이들의 이름과 일치함을 깨닫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펼치면 거미 그림과 함께 ‘숙주’에 관한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아이호트의 일족’이라는 작은 거미 같은 생명체가 인간의 몸을 차지하는 내용.
그 수를 늘여가려 한 내용.
수를 늘여 마침내 저들의 신을 불러 모시려 한다는 모독적인 이야기.
그들의 다음 숙주로 점찍힌 이는,
당신입니다.
(1d2/1d4) ((1D2/1D4)) > (1[1]/1[1]) > 1
발렌틴 레베데프
cc<=46 이성체크 (1D100<=46)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0 > 80 > 실패
1d4 (1D4) > 1
잡담
system
[ 발렌틴 레베데프 ] SAN : 46 → 45
메인
GM
그 아래 필기체로 휘갈겨진 한 문장은 루즈코프의 글씨체입니다.
지켜야 해.
루즈코프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어디론가 사라진 그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방을 나가면 사용인이 지나갑니다.
사용인은 루즈코프의 방에서 나오는 당신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합니다.
사용인
루즈코프는 방금 떠났는데, 인사하고 가지 않던가요?
GM
떠났다고? 도대체 어디로? 물으면 사용인은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리 답할 뿐입니다.
사용인
마지막으로 남은 일처리가 있다고 했어요. 그것만 말하고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저택을 나갔습니다.
GM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GM
루즈코프가 마지막 남은 린튼 가의 친척이 머무는 장소를 메모해둔 책장의 종이를 떠올립니다.
그래, 씨를 말릴 작정인 모양이죠.
그게 무엇을 위한 것이든.
그 수많은 살인을 거듭해야만 했던 이유는 당신이었을까요?
손에 피를 그렇게 묻히고, 그렇게 죽어갈 가치가 있는
존재였단 말인가요, 그에게 당신은?
몸에 난 무수한 흉터들.
망가져가면서도 지켜야 했던 건가요? 당신을?
사용인이 문득 당신에게 편지를 내밉니다.
사용인
이걸 전해달라 했어요, 루즈코프가.
발렌틴 레베데프
(받아든다. 전해받고 싶지 않았지만.)
GM
편지를 펼치면 간결한 문장이 몇 개 남겨져 있습니다.
[ 다시 돌아올게. 꼭 돌아올게. 네게 올 거야. 그러면 내 마지막 순간에, 마지막 순간에, 내 곁에 있어줄 수 있어? 그래줄 수 있어? 나는 네가 필요했어. 나는 너만 필요했어. ]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
도대체 그 마지막 순간이 뭐길래.
정작 지금 곁에 없는 건 그 자신이면서!
그래요.
그는 당신을 위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나봅니다.
몇 번이고 고쳐 죽어가면서도 이 모든 일을 감내해야 할 정도로 당신을 사랑했나봅니다.
그럼 당신은? 당신은 어때요.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나요?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나요?
못한대도 상관 없을 겁니다.
적어도 그 사람은 할 수 있으니까.
그거면 되는 이야기 아닐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언제 네 말을 들었다고. (그리고, 너도 내 말을 듣지 않잖아. 이어지는 말은 입 속에서만 중얼거렸다. 메모되었던 곳으로 나가 찾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이든.)
GM
지능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0 > 30 > 어려운 성공
GM
루즈코프의 수첩 속 메모 지역을 떠올립니다.
이곳에서 얼마 멀지 않은 지방의 한 호텔이었습니다, 분명. 지금 쫓아간다면 아주 늦진 않을 겁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리볼버 챙겨서는 나갈 채비를 한다.)
GM
당신은 지도를 들고 루즈코프의 발자취를 따라가기로 결심합니다.
기차를 잡아 타고 움직이는 당신을 누군가 만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런 게 중요하던가요?
루즈코프가 향한 장소는 린튼 본가에서 멀리 떨어진 한 지역의 고급 호텔이었습니다.
호텔 안쪽으로 발을 디디면 루즈코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호텔 직원
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남자 하나가 방금 여기에 도착하지 않았나요? 수상해보일 텐데.
호텔 직원
수상한 남자요? 글쎄요… 여기는 다 방을 잡고 머무는 손님들 뿐이라서요.
발렌틴 레베데프
머무는 손님 중에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요. 레베데프라는 이름을 쓸 텐데.
호텔 직원
혹시 루즈코프 레베데프 라는 분 말씀하시는 건가요? 며칠 전에 들어온 분이네요.
발렌틴 레베데프
네, 그렇네요. 어디에 있나요?
GM
대인 기능 어려움 이상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60 말재주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9 > 69 > 실패
호텔 직원
손님의 개인정보는 말씀해드릴 수 없어서요.
발렌틴 레베데프
cc<=50 외모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9 > 49 > 보통 성공
곧 손님이 아니게 될 텐데. 범죄자 은닉은 공조죄예요. 곱게 끌고 나가는 게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내가 널린 문들을 하나하나 다 열어봐야하려나?
호텔 직원
…큼. 그런 사람인줄은 몰랐습니다. 정말이에요. 그 사람은 603호실에 묵고 있네요.
GM
듣기 판정
발렌틴 레베데프
cc<=80 듣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0 > 20 > 어려운 성공
GM
로비 내부에 귀를 기울이면, 마침 룸 서비스를 시키는 전화가 들립니다.
직원이 저들끼리 대화하는 소리네요.
호텔 직원
린튼 가 사람들이야! 또 룸서비스를 시켰대. 901 호실 맞지?
발렌틴 레베데프
(901. 세 개의 숫자가 들려온다. 린튼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루즈코프는 그것에 집착하고 있었으니. 다시금 직원을 바라보며 말에 답하였다.) 곧 알게 될 거예요. (그 자리를 떠나기 전, 생각났다는 듯 말을 덧붙이고는.) 근데, 사람을 굉장히 잘 믿네요. 거짓말을 일삼는 형이 없었나봐요.
GM
901 호실로 올라가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9 층에 발을 딛기 무섭게 탕. 하는 총성이 들립니다.
얼어붙어 있을 시간도 없습니다.
901 호실 문이 열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루즈코프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으니까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 티냐?
발렌틴 레베데프
(성큼 걸어가 네 멱살을 움켜쥐었다.) 기다려? 누굴 네 개로 아나.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왜 여기있어? 아니 그건, 널 이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여기 있으니까. (답은 간단하며 명료하다. 엘리베이터를 향해 너를 끌어당겼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자신을 당기는 힘에 의해 엘리베이터 안으로 몸을 넣어 네게 붙는다.) 그러니까, 날 보고 싶어서? 아, 아니지… 내가 널 보고 싶어 할까봐?
발렌틴 레베데프
무슨 소리야. 네가 날 보고싶어한단 건 모르겠고, 설사 그렇다 해도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지. (1층 버튼을 누르고는 문을 닫는다.) 데리러 왔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하, 마침 보고싶었던 참이었는데. 타이밍이 좋네. (네게 붙어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 흘린다.)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붙는 것 밀어내었다. 여전히 썩 좋지 않은 낯 하고서는.) 평소처럼 굴지 마.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네가 데리러 와줘서 기쁜걸. 말을 안 들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발렌틴 레베데프
넌 좆같이 굴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어. 네가 (다음 말은 약간의 공백 후에 이어진다.) ...시간을 돌렸다고 해서 모든 게 원상복귀되지는 않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지만 티냐, 거기서 죽지 않았어도 나는 사형이었을 거야. 네게 그런건, …그건 미안해. 어쩔 수 없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기대한 적도 없어. 제대로 된 무언가 나올 거라고는. (헛웃음, 그 이후에는 조롱이 이어져나온다.) 네가 그렇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 조롱에도 마냥 좋은듯 붙어온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고.) 뽀뽀해줘.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사소한 것 하나 조차 해내기 어려워.
발렌틴 레베데프
(뭐라는 거야,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지금껏 나 몰래 그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으면서. 그러면서도 멱살을 잡은 그대로 끌어와 입을 맞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아. (입을 맞댄 채 웅얼인다. 루즈코프는 정말 기쁜듯 보였다. 발개진 낯으로 몇 번이고 다시 쪽쪽거리며 더 가까워지려 애쓴다.)
발렌틴 레베데프
(입맞춤을 저지하지는 않았지만, 가까워지려드는 행동에 몸이 밀리자 버티고 서 네 어깨를 짚었다.) 그만, 그만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 말에 쪽쪽이던 것을 멈추고 가만 올려본다.) 싫어?
발렌틴 레베데프
(싫냐는 말에는 답이 늦다. 그리고는 의문을 표한다.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의아한 낯을 한다. 호불호가 있을 행위가 아닌데 왜? 하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상대의 의아한 낯을 담는 눈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돈다.) 티냐. 다른 사람한테도 막, 뽀뽀 해달라는 말에 응해주고… 그런적 없지?
발렌틴 레베데프
짜증나게 굴지 마. (손바닥으로 네 얼굴을 덮어 밀어낸다. 멱살이 잡혔던 목 부근은 이미 구깃구깃해졌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설마 있어? 아니, 읍. (손쉽게 밀려나 발은 두어발짝 뒤로 딛는다.) …아니지?
발렌틴 레베데프
뭐가. (질문 자체가 거슬리는 것인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물어오는 것 자체가 귀찮은 것인지 대답은 성의가 없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 아니야… (한층 시무룩해져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을 본다. 네가 먼저 내리길 기다리는듯 네 쪽 보고.)
발렌틴 레베데프
(자신이 먼저 내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양 그는 바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데스크의 직원을 향해 눈인사를 까닥이고는 웃어보인다.) 협조 고마워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뭐가 뭔진 몰랐지만 일단은 따라 고개 까딱이곤 네 뒤 따라나선다.) 직원이 순순히 알려줬어?
발렌틴 레베데프
너처럼 구니까 되던데. (알맹이 없이 텅 빈 말을 성의없이 던진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문장을 뱉는 폼이 익숙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으음? 그랬구나. (무슨 소리인지 이해는 하지 못했으나 일단은 수긍한다.) 기차표 새로 끊어야하지?
발렌틴 레베데프
(수긍하는 모양새에 콧잔등을 찡그린다. 애시당초 상대처럼 행동하려 든 적도 없거니와, 조롱조에 평탄히 대답하면 수틀리기 마련이었다.) 말 걸지 마. 욕 처먹고 싶은 게 아니면.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네게 욕을 먹어도 좋아. (걸음을 빨리해 네 손을 툭, 건드렸다가 슬쩍 잡아본다.) 뭐든 다 좋지만, 네 말 하나하나에 기분이 달라지는건 어쩔 수 없네.
발렌틴 레베데프
(손을 빼내고는 너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한 걸음을 디뎠다.) 표 끊어. 돌아가는 건 안 샀으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허전한 손을 쥐었다 편다.) …응. 이만 같이 돌아가자.
모든걸 다 끝냈으니까 마지막도 머지 않았네.
GM
ㅡ
기차 안에서 턱을 괴고 당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웃는 루즈코프는 살인마라고 믿을 수 없는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투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덜한, 살해를 거듭한 굳은 살이 박힌 손.
기차역에서 루즈코프가 하나 사온 신문이 보입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저건 왜 사온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신문은 항상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은 주거든. 볼래?
발렌틴 레베데프
(대답 대신 손 내밀었다.)
GM
1 면에는 속보로 뜬 린튼 가 살해 사건에 관한 기사가 적힌 상태입니다.
문득 복도 건너편의 누군가가 루즈코프를 힐끔대는 게 느껴집니다.
기사 내에 서술된 용의자 외관과 비슷하다 생각하는 걸까요?
발렌틴 레베데프
(시선을 정확히 바라보는 이를 향해 맞추고, 묻는다.) 소개해줄까요?
남자
예? 아니, 됐습니다…
GM
당신이 말을 걸면, 상대방은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리다 급하게 역에서 내립니다.
딱히 경찰에 신고할 만한 낌새는 아니죠.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나한테 관심 있어 보였어?
발렌틴 레베데프
그래. 아무리 숨겨도 더러운 냄새가 나나봐. 아, 숨기려는 시도도 안 했던가.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상하네, 잘 씻고 다니는데. 맡아볼래?
발렌틴 레베데프
씻어 봤자 가려지겠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안 되려나-. (여유로운 낯으로 창에 머리 붙인다. 실실 웃으며.) 네가 가려줘 그럼.
발렌틴 레베데프
(마주 웃었으나, 입매가 삐뚜름한 웃음이다.) 지랄하지 마. 네가 몸을 싸게 굴리는 창녀인 걸 나보고 어쩌라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섭섭해. 알잖아. 너랑 약속한 이후로는 다른사람들이랑 안 구른거. 손도 안 잡았을걸?
발렌틴 레베데프
아, 그래. 그래서 남의 여자친구를 빼앗았나보네. 관심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뺏은게 아니라니까. 날 그렇게 못 믿어? (몸은 네 쪽으로 기울어진다.) 억울하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해?
발렌틴 레베데프
듣기 싫어. (비웃음이 얹어진다. 시선을 흘긋 너를 보았다가 창 밖으로 고정되었다. 누군가 너를 흘끔거렸다는 사실만으로 손쉽게 처박히는 기분이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러지 말고 티냐. 응? (네 어깨에 머리통 기대어 부빈다.) 왜 또 기분이 별로일까 내 동생은. 형아가 뽀뽀라도 해줄까?
발렌틴 레베데프
그런 건 너나 원하는 거겠지. (머리 꾹 눌러 밀어내면서도 고집스럽게 창 밖만을 바라보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맞아, 나는 네가 입 맞춰줄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 거짓말 같이. (조금은 밀려나주었으나 더는 밀려나줄 생각이 없는지 네 뺨 감싼다.) 네가 풍경 보는걸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발렌틴 레베데프
적어도 너보다는 좋아하지. (원인 모를 짜증을 삭이는 이의 콧잔등은 어느새 찡그려져 있었다.) 썩은내 나니까 저리 꺼져. 너 때문에 나도 걸레 취급 받으면 어떡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 그래, 그럼 큰일이지. 나도 피곤하니까, 좀 쉬어야겠네… (얌전히 거리를 벌리고 입을 다문다. 시선만은 네게 향한 채로.)
GM
루즈코프는 역에 도착할때까지 눈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기색인데도요.
당신만을 바라보던 시선을 기억할 겁니다.
어느 새 창밖에는 밤이 찾아왔습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저택으로 돌아가자 티냐.
발렌틴 레베데프
(그제서야 뻐근한 목을 돌린다.) 그래.
루즈코프 레베데프
…돌아가기 전에 데이트는 어때?
발렌틴 레베데프
싫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답지 않게 우물거리다가, 네 옷 끝자락을 붙잡는다.) 아쉬워… 조금만. 응?
발렌틴 레베데프
(잠시 침묵하며, 잡힌 옷 끝자락을 바라보았다. 또 이렇게 쉽게 그는 네게 약해진다.) ...뭐할 건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한순간에 밝아져선 입꼬리 올린다.) 근처에 예쁜 호수가 있어. 너랑 같이 가고싶어.
발렌틴 레베데프
(한숨이 입 안에서 빙글빙글 맴돈다. 그러나 입 밖으로 뱉어지지는 못하고.) 그래.
루즈코프 레베데프
손 잡아도 돼?
발렌틴 레베데프
(이번에는 좀 더 망설임이 길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아무런 답도 나오지 않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알았어. 가자. (아쉬운듯 조금 머뭇거리다 먼저 발걸음을 떼어 옮긴다.)
발렌틴 레베데프
(예쁜 호수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위치 역시 몰랐다. 그저 네 뒤나 따라갈 뿐이다.)
GM
조금 걷자 물이 가득 채워진 호수가 나옵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뺨을 간질이며 지나갑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게 여기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여줄 수 있어서 다행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쓸데없이 감성적이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서 별로야?
발렌틴 레베데프
네가? 너는 언제나 별로였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괜찮았던 적은, 정말 없었어?
발렌틴 레베데프
없어. 왜 묻는 거야? 나는 네가 그런 걸 물을 때마다 이해가 안 돼.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불쌍했던 적은?
발렌틴 레베데프
(침묵은 고민의 흔적이다. 싫냐고 묻는다면 싫다 답할 것이다. 그건 명확히 답이 내려져있었다. 그러나 불쌍했냐 묻는다면, 그건, 마치 다른 것에 신경이 쏠려있을 때는 너를 제때 밀어내지 않는 것과 같아서. 혼란스러운 낯으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그럼, 네 기억 속에 남을 수 있을까? (잔잔한 미소는 물결과 같다. 네게 한 걸음 다가가 눈을 맞춘다.) 네게 새겨질 수 있을까.
발렌틴 레베데프
이상한 거에 집착하지 마. (네가 다가오는 만큼 그는 뒤로 물러났다. 여전히 혼란 속에 빠진 채.)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나를 잊지 마. 이게 유일하게 네게 원하는 거야. …지금까지 쭉 같이 있어 줬으니까 이 쯤은, 쉽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내가 해줘야할 이유는 되지 못하지. 나쁜 기억일 수록 빠르게 지워야하는 법이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서, 날 잊고 싶어? 그저 나쁜 기억으로만 치부하면서? (보폭을 크게 옮겨 네 양 손을 붙잡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발렌틴 레베데프
그걸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어이없다는 기색으로 낯을 잔뜩 찌푸린다. 잡힌 손을 몸에서 밀어내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갈망하듯 뻗은 손은 네 허리를 끌어안는다. 그렇게 억지로 끌어안고서는,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잠깐만 이러고 있게 해줘…
발렌틴 레베데프
(밀어내려 머리에 얹어진 손은 약한 목소리에 결국 힘이 들어가지 못한다.) ...나에게 묻는 거냐고. 루샤.
루즈코프 레베데프
미안해. 염치가 없었어. 앞으로는, …내가 더 조심할게. (피곤에 절여진 목소리는 발음이 뭉개져 나왔으나 마지막 말 만큼은 또렸하다.) 네가 좋아. …난 이미 네 거야.
발렌틴 레베데프
필요 없어. (힘이 빠진 손은 아래로 툭 떨어진다. 곧게 서 있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힘을 제외하고는 몸에 힘이 쭉 빠져있다.) 너는 날 좋아하는 게 아냐.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나는 이 감정을 뭐라 칭해야해? 사랑 말고는, 붙일게 없어. (허리를 끌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며 몸은 더 가까이 붙는다.) 왜 자꾸 내 사랑을 부정하는지, 난 …모르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너는 증명에 대한 답을 내놓았고, 그건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기다렸어. 기다려줬잖아? 그 끝에 결론이 난 거 아니었나?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지만 나는, …나는 네가 증명을 요구하기 전부터 사랑을 증명하려 애써왔어. 다른사람과 네 취급이 같지 않은건 너도 모르지 않잖아. 네가 나에게 이러면 (말은 이어지지 못하고 멈칫인다. 이러면 안 된다고? 대체 누가 그러던가. 자신이 한심하여 말 대신 떨리는 숨만을 내놓았다.)
발렌틴 레베데프
내가 너를 취급하는 것도 다른 이와 같지 않아. 답이 뻔히 나와있는 것에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네. 네가 제대로 된 증명을 할 수 없는 게 당연하잖아. 애초에 잘못된 걸, 허상을 증명하려 들었으니까. (콧잔등은 찡그려진다. 그가 못마땅한 것을 마주했을 때 늘 그러듯.) 내가 네게 이러면, 뭐?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야. 그냥, 됐어. 지금은 너 말고 네 뒤에 있는걸 봐야할 것 같아.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너머의 풀이 살랑이는걸 본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결과, 떠다니는 잎이라던가. 그런 것을 관찰한다. 네게 뱉은 말이 이런 직설적 의미이진 않았지만.)
발렌틴 레베데프
넌 날 사랑할 이유가 없어. (한숨 쉬듯 나온 말이다.) 이 얘기도 지겹네. 언제까지 우길 건지 궁금하지도 않아. (축 늘어진 손가락 끝을 가볍게 까닥인다.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며 스쳐지나갔다. 순간 지독한 갑갑증을 느껴 네 가슴팍을 짚고 밀어내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그렇게 느끼는 이유는 내 노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그렇지? …… (루즈코프는 이번에, 밀려나는 대신 상대의 몸을 타고 흘러내린다. 주르륵 하고 내려앉은 몸은 바닥을 짚는다.) …네 앞에서 구질구질하게 굴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 안 되네. (앞에 선 다리에 머리통을 기댄다.) 나는, 네게 얼마나 밑바닥으로 보여?
발렌틴 레베데프
지금 나에게 네가 얼마나 밑바닥 인생이냐고 묻는 거야? (말을 고른다. 네게 상처를 주기 위해. 구둣발로 네 허벅지를 짓밟아누르고는 빈정댄다.) 네가 얼마나 많은 연놈들에게 몸을 팔고 다녔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 왜, 너도 모르겠어? 차마 다 못 세겠나보지? (네가 말하는 것이 이것이 아닐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부러 멋대로 화제를 틀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그런걸 묻는게 아니야… (제 허벅지 위에 올라온 발을 반기기라도 하듯 가까워진 다리에 머리칼을 부빈다. 그러면서도 몸을 굴리고 다닌 횟수를 못 세겠냐는 말에는 반박할 수가 없어서 입을 다문다. 지금 제 꼴이 추하다는 걸 알기에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이다.) …..알잖아. 내가 뭘 기준으로 삼고 있는지. 궁금해하는게 뭔지.
발렌틴 레베데프
그래, 뭐라고 말해줄까? (꾸욱. 허벅지를 누르는 발에 힘이 실린다. 제게 부비는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고개를 꺾어 시선을 맞춘다. 눈동자에 담긴 경멸이 선명하다.) 말할 수 없이 진창으로 보여. 회생불가능한 구정물로 보인다고. 무슨 말을 듣기를 원해서 이러는지 모르겠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려다보는 그 눈에 심장께가 아려오면서도 차마 시선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어져 날카롭게 베는 말에 얌전히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지금 내 모습도 네가 예상하는 범위 내라는거지. …더 이상, 망가져보일 부분도 없고. 맞지? 나는 네 기대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는 거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널 너무 과소평가 하지 마, 루샤. 너는 언제나 내 예상보다도 더 최악을 보여주니까. (쥐고 있던 머리채를 놓고는 발 역시 뒤로 물렀다. 상대해주는 건 끝났다는 듯 네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본다. 그 끝에는 얄궂게도 정말로 네 말대로 '데이트'를 하기에 좋을 만한 풍경이 펼쳐져 있어, 그것에 또 인상을 찡그린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어디까지 아래로 쳐박힐까. (자연스레 고개는 바닥을 향해 떨군다. 그럼에도 시선으로 네가 머무는 곳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네 발 끝이 시야에 걸린다. 그것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가, 입을 연다.)
이만 돌아갈까.
그래,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나랑 함께 히스 꽃을 봐줘.
GM
ㅡ
저택 뒤쪽에 난 정원으로 따라나가면 루즈코프가 그곳에 서 있습니다.
달빛 아래 에리카 꽃무리에 섞인 루즈코프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지치고 상처가 가득합니다.
꽃무더기 사이에 주저앉듯 앉는 모습은 일어설 기운조차 없음을 알립니다.
뺨에는 너덜한 거즈가 붙어 있습니다.
어디서 얻어온 흉터인지 모릅니다.
또 늘었군요.
또… 살인을, 함으로…….
문득 달빛 아래 비춰지는 루즈코프가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아니, 느껴지는 게 아닙니다.
흐릿합니다.
제 몸을 살핀 루즈코프가 느릿하게 말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나는 이제 곧 사라질 거야.
발렌틴 레베데프
지랄하지 마. (말은 반사적으로 툭 튀어나갔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한테 해주고 싶은 말 없어? 이제 진짜 마지막일지도 몰라.
발렌틴 레베데프
지랄하지 말라고, 했어. 루샤.
루즈코프 레베데프
제발 티냐, 마지막으로 듣기 좋은 말을 해줘. …알잖아 내가 원하는 거.
발렌틴 레베데프
(침묵한다. 이 상황을 피하고 싶다는 듯 뒷걸음질을 쳤다. 머리는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가지 마. …가지말고 이리와. 이리와서 안아줘. 발렌틴. 나 좀 안아줘. (담담해보였으나 목소리 끝은 떨려온다. 여러 감정이 겹쳐온다.) 내 곁에 남아줘…
발렌틴 레베데프
(가지 말라는 말에, 발걸음이 붙박인 듯 멈춘다. 그러나 차마 네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눈을 깜박이는 걸 잊은 사람처럼 멀거니 너를 바라보기만 했다. 입술이 소리 없이 달싹인다. 그 끝에는 겨우 갈라지는 소리가 새었다.) 너는 늘, 거짓말만 하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게 사랑을 말한것만은 거짓이 아니었어… (고개를 아래로 내려 흐릿해지는 몸을 보다가, 다시 널 담는다. 그러다보니 어느샌가 시야가 흐려져 소매를 끌어올려 눈가를 눌러 닦아낸다.) 네게 늘 사랑을 갈구했어. 네게 사랑받고 싶었어. 그래서 나는 널 지키기로 한 거야. …끝까지 사랑에 대한 증명은 하지 못한 것 같지만, 널 위한 희생이라는건 부정하지 마. 부탁이야. 그것만은…
발렌틴 레베데프
날 위했다면, (말은 끝맺어지지 못한다. 날 위했다면, 뭐? 네가 죽는 선택은 하지 말았어야지? 무슨 자격으로? 제게 아무런 가치가 없는 양 군 건 자신이었다. 마음이 망가진 사람이 스스로를 아낄 줄 모르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었고. 여전히 현실을 부정하는 이는 입술을 감쳐물었다.) ...양피지를 봤어. 네가 사라지기 전으로 시간을 돌리면, 그러면 되는 거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 안 돼. 그럴순 없어. 티냐. 나는 널 위해 내 존재를 걸었고 그로 인해 네가 살 수 있다면, 상관 없어. 너는 ……내가 이 자리에서 부서져도 잘 살 수 있을 테니까. (계속해서 흐려지는 시야에 미간을 좁힌다. 상대를 향한 제 감정이 진심이었음을, 마지막에서 새삼 깨닫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리와서 내 얘기 좀 들어줄래?
발렌틴 레베데프
(걷는 법을 잊은 듯 네게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어 안는 움직임은 어색하기만 했다. 네 어깨를 움켜쥔다.) 시간이 돌아갔는데 왜 내 기억은 멀쩡했던 거야? (이렇게 되어서도, 그는 네 말을 들을 생각을 않았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물어오는 이가 그저 가까이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지 눈물을 닦고 웃어보인다.) 내가 받은 목숨은 총 일곱개였어. 여섯번째에 네게 주문에 관한걸 흘렸고. 그래서야. 주문을 아는 사람만이 기억을 가지고 돌아오게 돼.
발렌틴 레베데프
그럼 네가 나를 죽이더라도, 너는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하겠네. (그렇게 말하는 이의 낯은 복잡하다. 끝없이 고민하며 고뇌하고 망설인다.) 잊으라고 해도, 잊지 않을 거지?
루즈코프 레베데프
…혹시 몰라서 말하는 거지만, 나는 널 죽일 생각이 없어. 이번에는 네가 성질을 부려도 안 돼. 내가 한 일을 헛수고로 만들지 마… 나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서 내 존재를 걸었던거지, 그 이상한 가문을 몰살하는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게 아니야. …내 목표는 너였어 티냐.
발렌틴 레베데프
내 말에 대답해, 루샤. (품에서 리볼버를 꺼낸다. 너는 제게 죽여달라며 가져오기를 청했으나, 정작 네가 아닌 스스로에게 그 총구가 들이밀어질 것을.) 네 대답에 따라 아주 많은 게 달라지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안 돼, 티냐, 그러지 마. 제발… 제발 그런 짓은 하지 마. 네가 나 따위를 살리겠다고 목숨을 버릴 이유가 없잖아! (소리친다. 이번에도 제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아서 두려워진다.) 네 입으로도 그렇게 말해왔잖아… 그래서 나는, 그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이제와서 왜이러는건데. 그러지 말고, 응? 얘기를 하자…
발렌틴 레베데프
잊을 거냐고 물었어. (네가 평정을 잃을 수록 되려 더욱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너와 대화할 때마다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하는 게, 이제는 질리려고 해.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손아귀에 가득 차는 감각은 낯선 것은 아니었다.) 루샤. 네가 잊지 않겠다면, 나는 그동안 개 취급했던 너보다도 내 목숨을 쓸모없는 걸로 여긴다는 말 밖에 해줄 수 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럴리가, …그럴리 없잖아… 티냐. 자살은, 자살로는 변하는게 없어. 시간이 돌아가지도 않고. 너는, 너대로 죽고 나는 나대로 사라질 뿐이야. 모르지 않잖아… 그런 의미없는 짓을 할 네가 아니잖아… (입술을 짓씹는다. 제가 바라지 않는 결말이 올까 자꾸만 두려워져 삐질거리는 눈물이 새나온다.) 내가 어떻게, 너에 관한걸 잊겠어. 네가 걷는 걸음걸이와 속도, 네가 뱉는 숨결, 피부의 촉감 마저도 잊지 못할 텐데. 네가 박아둔 말을 어떻게 잊겠어.
발렌틴 레베데프
그럼 내가 더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어. 네가 그렇게 고집을 부리겠다면. (강경한 태도로 네 손에 억지로 총신을 구겨넣었다. 그리고는 멋대로 너 자신을 쏘지 못하도록 제 손을 겹쳐 쥔다.) 난 기회를 줬어. 네가 너 스스로 기회를 거부하고 네가 원하던 것을 얻기를 포기한 거야. (겹쳐쥔 손은 네 손등을 짧게 긁어내렸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왜… 내가 뭘 어떻게 했어야 했는데… 네가 한 말들을 잊겠다고 선언 했어야 해? 왜? 나는 티냐, 너에 관한건 단 하나도 잊고 싶지가 않은데. 이것 마저도, 여기에서까지 거짓을 말해야했어? (흘러내리는 눈물 가만두며 떨구다가, 몸을 웅크린다. 그리고선 리볼버를 빼앗아오려는듯 힘을 줘서 제 쪽으로 당긴다.) 내가 한 일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내가 무슨 마음으로 마무리를 했는데. 너를 다시는 보지 못 할 마음을 먹어가며 어떤 식으로 목숨을 소비해 왔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무감한 시선이 네 눈가를 향한다. 그는 한없이 감정적이었으나, 그것이 임계를 넘는 순간 현실을 부정하듯, 혹은 마비되기라도 한 듯 그 어떤 감정의 조각도 내놓지 않고 있었다. 네 손목을 반대 방향으로 꺾어버리고는 남은 손으로 네 목을 짓누른다.) 너는 늘 그래. 거짓말과 기만으로 점철되어있는 주제에 나에게 진정성을 믿어달라 하지. 제일 좆같은 건 그걸 믿는 나겠지만. (문장 사이에 호흡한다. 평소보다 빠른 숨을 쉰다.) 네가 어떤 마음인지 내가 알아야 해? 내가 그걸 헤아려줘야 해? 왜? 넌 그러지 않았잖아? 그런데 나는 왜 그래야 해? 날 사랑하다 한 건 너잖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 아… (꺾인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목을 내리누르는 힘에 맥없이 몸은 뒤로 밀려나 바닥에 등을 붙인다. 심장박동은 여느때보다 빨랐다. 아직은 살아있다는게 느껴져 뱉는 안도의 숨은 두근거리는 소리의 속도와는 반비례한다.) 몰라도 돼… 더러운 마음 같은건, 추악한 진심 같은 것도. 그런건 네가 신경쓸 바가 아니잖아. 내가 멋대로 내 존재를 지우겠다고 해도, 네겐 알 바가 아니잖아. 하잘껏 없는 것을 걸어서 널 구할 수 있다면 값싼 거래인데. 그게 맞는데. …난 그저 하나만을 바랐어. 마지막에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을 바랐어. 그런데 마지막에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웃는다. 그제서야 그는 웃었다. 명백한 미소를 지으며 선언한다.) 난 단 한 번도 네가 바라는 대로 움직인 적 없어! 네가 뭘 바라고 뭘 계획했든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걸로 그만이야. (정작 목이 졸리는 듯한 소리는 그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울음을 참아 억눌린 목소리가 소리친다.) 네가 청사진 따위에는 관심 없어. 그 망할 도면은 찢어졌고, 그 위에는 내가 원하는 게 얹어질 테니까. 그런데, 루샤. 내가 행하고자 하는 바에 반기를 드는 건 사랑이 아니지 않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말을 끝맺은 후까지도 우는 이는 말이 없다. 오히려 훌쩍이기까지 하며 아이같은 울음을 뱉는다. 터져나오는 숨이 가쁘다.) 제발, 제발 이번만 내 말을 들어줄 수는 없어? 나는, 널 위해 이 모든걸 행했어 오로지 너만을 위해서. 내가 그렇게 미워? 네 목숨을 버려가면서까지 내 계획을 망칠 만큼? (빠르게 말을 잇는다.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못내 괴로운듯 네 어깨를 잡아 긁어댄다.) 어차피 나는 사랑의 존재 증명에도 실패했어… 그러니 나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저 나를 위해 널 살린 거야. 너 때문이 아니야. 널 위해서가 아니야. 마지막에서까지 네 말을 들으라 하지 마…
발렌틴 레베데프
(우습게도 반발심이다. 반발심은 네 손아귀에 억지로 쥐여둔 리볼버의 총구를 제 머리에 가져다 대게 만들었고, 그로 인한 충족으로 그가 웃음 짓게 만들었으며, 마침내 말을 토해내도록 만들었다.) 실패한 채로 살아가. 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살아. 나를 잃고 후회하면서 살아. (명령이었다. 지금에 이르러서까지도 네가 자신의 말을 들을 것이라 확언하는 이의. 그리고 깨달음은 무겁다. 제 아래에서 아이처럼 우는 이를 향한 연민을 무시하지 못한 이의 인식.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고 달래주어 입 맞추고 싶다는 충동이 들어서. 그것이 놀라운 것이라, 그는 끊어지는 웃음소리를 뱉었다. 네 목을 조르던 손으로 제 머리카락을 헤집어넘긴다. 방금 제 뇌리에 떠오른 생각을 차마 믿지 못하고. 이제껏 억눌려왔던 것이 흐트러진 틈을 비집고 올라와서.) 내가 너를 사랑하나봐. (기억을 잃겠다 약속하는 이에게 선심 쓰듯이 던지는 말이 아닌, 방금 놀라운 것을 알았다는 투였다.) 내가, 너를... (손은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이제는 제 하관을 매만진다. 마찬가지로 갈피를 잃던 시선도 겨우 네게 향한다.) 사랑해. 알고 있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네가 예상치도 못한 말을 뱉는다. 아니, 과거에는 어렴풋이 예측했던 것을. 이제는 포기하고 접어두었던 말을. 그토록 듣고 싶었던 말을 마지막에야 하더라. 그러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와중에도 상황파악을 하느라 네 상태를 살핀다. 진심으로 놀라워 하는 모습에 잔뜩 물먹어 가라앉은 목소리를 낸다.) 알고 있었을리가, 없잖아… 확신을 가지려 하면, 그 때마다 아니라고, 짓밟혀서. 그래서, 기대도 안한건데… (잠시 숨을 참는다. 조금이라도 덜 추해보이려 울음을 멈추기 위함이었으나 한 번 터진 것은 쉽사리 그칠 수가 없어 낯을 구긴다. 그렇다면 그간의 설움을 참아온 것은 무엇인가. 문득 억울해져서 가슴팍은 바삐 오르내린다. 그러나 루즈코프는 여태껏 자신이 들어왔던 질문들을 상대에게 되묻진 않았다. 그저 간절히 청할 뿐이다.) 입, 맞춰줘. 발렌틴. 네 사랑을 줘…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아니지. (총구에 머리를 기댄다. 생각지 못한 깨달음으로 인해 마음이 붕 뜨는 것은 불가항력이었다. 기쁜 인식이 아니었음에도 심장은 빠르게 뛴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에 대한 발견이란 그런 것이었다. 거기에 늘 있었지만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루샤, 이제 모든 게 명확해. 네가 날 죽여. (사랑을 얘기한 이임에도 여전히 고자세다. 그것이 그의 타고난 천성이었다. 똑같이 사랑을 하는 이임에도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그리고 잊어. 나는 네가 나를 널 사랑했던 사람으로 기억하길 바라지 않으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는 티냐, 내 곁에 내가 있길 바랐어. 그래서 아파도 참고 견뎌서 여기까지 온 거야. 오로지 널 살리려고. 널 사랑해서. (네 고백으로 인해 달라지는 것은 없었으나 제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뒤집히며 바뀐다.) …기뻐. 나를 사랑한다 해줘서. 그게 진심이어서 기뻐 티냐. (무력하던 손에 힘을 주고 리볼버를 빼앗아온다. 그리고선 총구를 네 뒤통수에 가져다 붙인다. 상체를 일으켜 밀어내지 못하도록 뒷목을 붙잡고서 이마를 맞대고 그제서야 웃는다.) 원래는 널 구하고, 네 말을 절대 들어주지 않으려 했어. 근데, 네가 날 사랑한다면, …그러면 나는 널 두고 갈 수 없어.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삶을 수도 없이 생각했어. 그래서 알아. 내가 그 고통을 알아. 그러니 같이 가자. 이도저도 못한다면 함께하자.
발렌틴 레베데프
나는 네가 아냐. (네 가슴팍을 밀어내었다. 와중에도 손쉽게 총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콧잔등을 구긴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서 살아가지 못하겠다는 마음 따위, 몰라. 그렇게 말하는 널 이해할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같이 뒈질 생각 하지 마. 난 너 살릴 거니까. (다른 사람이다. 그리고 그만큼 다른 사랑이다. 겹치는 것이라고는 사랑이라는 이름 밖에 없는.) 둘 다 죽는다니, 그게 무슨 소모적인 선택이야? (낯에는 여전히 혼란이 잔존한다. 네가 미웠다가, 지긋지긋했다가, 사랑했다가, 역겨웠다. 비록 그 중 어떤 것은 부풀리고 어떤 것은 지워냈다하더라도 그 모든 감정들은 진실이어서.)
루즈코프 레베데프
…싫어. 그러지 마. 그것만은 안 된다고 했잖아. 내가 그건 싫다고 했잖아. (고집스레 네 뒷목을 눌러 제게 붙인다. 밀어내지 못하도록 단단히 고정한 채, 말을 듣지 않았다.) 난 너 없이 살아갈 생각 없어. 괴로워. 우울해… 나는, 이렇게 죽을 듯이 아픈데. ……넌 그렇지 않다면 역시 나 혼자, 사라지는게 맞아. 너는 나 없이도 잘 살아갈 테니까. 그렇지?
발렌틴 레베데프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정작 마주하게 되면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몰이해를 드러낸다. 밀리지 않는 것에 짜증을 내며 네 턱을 밀어젖혔다.) 나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동시에, 네가 싫어. 짜증나고, 역겨워. 이것도 진실이야. 그러니까 나는 네가 뭘 원하든 들어줄 생각이 없어. 내가 네 말이면 덮어두고 따라줬던 어린애인 줄 알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럼 나는, …난 역시 혼자 가는게 맞아. 네가 싫어해도 소용 없어. 이번엔 못 굽혀줘. 자꾸 나를 아프게 하지 마… 네 말을 빠짐없이 기억해. 그걸 곱씹고, 또 되뇌여. 그러면, 그럼 우울감이 차오르고 죽고 싶어져. ……어쩌면 나는 내 삶을 끝내기 위해서 이 짓을 했던 걸지도 몰라. 이제 그만 네 생각은 관두고 싶어. (마주보고 밀어낸다. 처음으로 진심을 담아 널 밀쳐내고 몸을 일으켜 두어발짝 뒤에 선다.)
발렌틴 레베데프
(신음이 샌다. 중심을 잃고 휘청이더니,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는지 뒤로 넘어졌다. 너를 노려보는 눈동자가 선연하다.) 자살을 희망하는 거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그러나 따라붙는 것은 비웃음이다.) 이 악물고 못 뒈지게 만들었을 텐데. 나는 널 사랑해. 그래서 네가 살았으면 좋겠고, 네가 좆같기 때문에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넌 살아야 해. (몸을 일으킨다. 흙조차 털지 않고 네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입술을 맞대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입을 맞췄던 어린 나날처럼.) 내 뜻대로 해.
루즈코프 레베데프
(눈물로 짓무른 눈가 뿐만 아니라 열이 오른 얼굴 전체가 발갛게 달아올라 달빛에 비춘다. 무수한 상처에 닳아빠진 심장은 헐거워서 그리 괴로운 낯을 하고서도 입을 맞춰오는 이를 기껍게 받는다. 눈을 내리감고, 입맞춤 하나에 또 말랑해진다. 그리 마음을 먹었는데. 그렇게나…) …다시 한 번만, 입 맞춰줘.
발렌틴 레베데프
(다시금 입술을 맞대었으나, 다른 무엇도 하지 않고 그저 닿고만 있었다. 다른 것에 무지하지 않으나, 제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하는 것은 뽀뽀였지 다른 것이 아니었으므로. 붉은 살이 닿은 채로 그는 입을 열었다.) 사랑해. (처음 배운 단어를 읊조리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몇 번이고 웃으며 그렇게 속삭였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나도, 나도… (주체 못하고 마구 떨리는 목소리를 낸다.) 나도 사랑해. (마치 꿈 속 같다. 현실이, 믿을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네 박자에 엇박으로 제 고백을 얹는다.) 내가 널 죽이면, 그럼 네가 만족스러울까. 그렇다면, 널 만족시켜 준다면 내 사랑에 대한 증명을 할 수 있어? 내 사랑의 가치는 조금 올라갈까?
발렌틴 레베데프
그건- (상관없지, 라고 뱉으려다가 스스로도 든 의문에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사랑인가? 상대의 요구에 따라 상대를 죽이고 홀로 살아남는 것은 사랑인가? 하지만 만일 입장을 바꾼다면, 그는 네 요구를 비웃으며 짓밟을 것이었다. 그러니 사랑이 아니다. 그의 기준은 그만큼이나 자기중심적이며 편협했다.) 중요한가? (의아한 목소리. 끊임없이 상처 입힌 주제에 그 상처가 네게 깊게 남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까부터 흐르는 눈물은 멈출 기색도 없이 계속해서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또 다시 설움을 터트린다.) …너 같은 인간을 마음에 두는게 아니었어. 조금이라도 이상했을때 그냥 새 집을 구했어야 했어. 아니. 그냥, 어렸을 때부터 네게 관심을 쏟지 말걸 그랬어. 이렇게 이기적이고 편협하게 자랄줄 알았더라면! 그 누구보다 최악이야. 네가 미워……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지, 루샤. (네 입술을 엄지로 꾹 눌러 밀어내며 중얼거린다.) 나는 원래부터 이기적이고 편협했어. 만일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면, 그건 네가 내 전부였기 때문이었겠지. (네 후회는 그에게 아무런 상처도 입히지 못한다. 이미 일은 벌어졌으며,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적도 없고, 성격에 대한 신랄한 평은 결코 드물게 듣는 것이 아니었으니.) 웃기지 않아? 늘 화내는 건 나였는데. 이제 좀 공평해지는 느낌이네. 사랑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다면, 좀 더 일찍 깨닫는 게 좋았을걸. 모른다고 해서 너 같은 걸레를 사랑한단 사실이 지워지는 것도 아닌데.
루즈코프 레베데프
…내가, 다 내가 죽으면 해결 될 일이야. 네가 알아주지 않는다면 더욱 내가 남아있을 이유는 없어. 물론 지금까지, 네 성격을 알면서도 매달린건 사실이야. 네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네가 내 전부인 것도, …맞아. 넌 내 전부야. 하지만 너는 나 따위가 전부는 아니잖아. 나는 널 잃으면 괴로운데. (가쁜 숨을 내쉰다. 목을 더듬거리다, 스스로 목을 죄었다. 손에 닿는대로 긁어댄다. 거슬리는 소리가 미묘하게 진동한다.) …너는 내게만 가혹하게 굴어…
발렌틴 레베데프
나는 모두에게 그리 좋은 사람이 못 돼. (목을 조르는 손 위에 제 것을 겹쳐 얹는다.) 그 중에서도 너에게 유독 너무하다 느꼈다면, 그건 내가 널 싫어하기 때문이겠지. 말했다시피. (후, 숨을 내쉰다. 호흡은 평소와 같았다.) 하나하나 정정하기도 번거롭네. 난 널 그렇게 만든 적 없어. 넌 내가 전부가 아니고. 널렸잖아? (목에 얹은 손에는 힘이 가해졌다.) 네가 스스로 목 졸라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하지 마… 더는, 내게 상처를 주지 마. 그러지 마. 더 이상은 견디기가 힘들어. 나는 그렇게 강하고 뻔뻔한 사람이 아니야. 네가 나에게 이러면 안 돼. (쉴틈없이 손가락을 움직여 피부를 괴롭힌다. 쓸린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르고, 점점 붉어진다.) ……이럼에도 너를 사랑하는 내가 한심해. 싫어… 싫어. 그만두자.
발렌틴 레베데프
지금 끝내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건 너야. 너만 해야될 일을 하면 모든 게 끝난다고. 내가 널 살릴 마음을 먹었을 때 빠르게 해치우는 게 좋을걸.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니. (쥐었던 목을 놓는다. 단순히 상대를 비웃기 위해서였을 뿐 목을 조를 생각은 없었다는 것처럼.) 이럼에도 나는 너를 사랑해. 그것만은 진실이야. 아닌 것 같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날 살리고 싶은데. 나는 당최 이해가 안 돼. 내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네게 수도 없이 들어왔어. 네 바람대로잖아. 나는 결국 널 위해 이런 선택을 한건데. (갑작스레 결이 다르게 느껴지는 통증에 멈칫한다. 목에 고인 것을 훔쳐낸다.) 너는, 내 고통을 바라는 거지. 그렇지?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로, 날 홀리고…
발렌틴 레베데프
(건조한 시선이 네 목을 향한다. 손을 뻗어 상처를 헤집으면서 느릿하게 말을 꺼낸다.) 늘 이래.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해줘야하지. 그래, 나는 네가 괴로웠으면 좋겠어. 내가 괴로웠던 만큼. 그것보다도 더. 그래서 네가 살아야 해. 이게 너를 증오하는 내가 너를 살리는 이유. 그리고, 나는 네가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가 바라는 거니까. 이게 너를 사랑하는 내가 너를 살리는 이유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상처를 헤집는 손길에 반응해주듯 얕은 신음을 흘린다. 괴롭다는듯 앓는다. 눈에 뭐가 낀듯 따끔거리고 시야가 흐리다. 잠도 자지 못한 주제에 눈물까지 쏟아내니 그럴만도 했다.) …네 모든걸 기억할 거야. 네가 내어주던 손길, 품. 네가 웃고, 울고, 화내고… 네가 내게 줬던 상처들, 입맞춤, 증오. 전부. 마지막엔 날 사랑했다는 것까지 다. (떨리는 손을 올려 총구를 네 옆 머리통에 가져다 댄다.) 마지막으로 기억할 사랑을 줘…
발렌틴 레베데프
(눈을 감는다. 숨을 들이킨다. 다시 내뱉는다. 줄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처럼 입술은 다물린다. 한참 후에야 그는 다시 눈을 떴다. 시선은 오래 전 내었던 흉터에 머무른다. 그래, 마지막으로 네가 싫다 해볼까. 마지막으로 보는 낯은 우는 것으로 할까. 한가로운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마지막 기억. 그는 그런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너를 품에 끌어안고는 귓가에 속삭인다. 그것은 소리 없이 입술만을 달싹여, 마주하고 있지 않은 너는 읽을 수 없는 것이었다. 속삭임이나 침묵인 것을 남긴다.)
GM
당신은 주문을 사용합니다.
세계는 루즈코프로 인해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세상은 이제 안전할 것입니다.
당신도요.
당신조차.
이 모든 숭고한 여정의 시작은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향한 무한한 애정이 이러한 결말을 가져온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그렇다면 루즈코프는요?
이 희생은 과연 숭고하다고만 지칭될 수 있는 걸까요.
당신의 루즈코프는 어떻게 된단 말인가요.
루즈코프의 손에 총을 쥐여줍니다.
리볼버.
탄환이 당신의 머리를 관통하면 시간은 한 달 전으로 돌아갈 것이고,
소멸 직전의 루즈코프는 돌아간 시간에 의해 멀쩡한 몸이 되어 살아갈 수 있겠죠.
그 시간 속에 당신이 없다 해도.
이 되돌림의 대가는 당신입니다.
그래요, 당신은 루즈코프로 하여금 당신을 빼앗으려는 것입니다.
당신이 없으면 안 됐던, 오로지 당신만을 필요로 했던 루즈코프 에게 생이라는 잔인한 시간을 쥐여주고 당신을 빼앗는 것입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것을 죄악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뭐 어떻단 말인가요?
이토록 기형적인 맹목과 헌신, 우리는 늘 이런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나요?
방아쇠를, 당기면.
기꺼운 종말이 들이닥칩니다.
누군가의 흐느낌 소리.
그리고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째깍.
END 3. 폭풍의 언덕
발렌틴 로스트, 루즈코프 생환.
'SESSION > LID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Phone Booth (0) | 2024.10.09 |
---|---|
워더링 하우스 (0) | 2024.10.08 |
진실의 방 (0) | 2024.10.08 |
Summer thorn (0) | 2024.10.08 |
炎天下 (0) | 2024.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