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GM
《자립법개론》
Kpc.서유일 Pc.서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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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
서유일을 잃은 지 3달째.
사실, 그보다 더 되었을 수도, 덜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지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서유일이 쥐여 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같은 호흡만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그저 살아 있기에 살아갈 뿐인 삶.
오전 11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서이무
(잠시,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도치 않게.)
GM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띡, 띡, 띠리릭. 누구죠? 이 시간에 당신의 집을.
그것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문을 딸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서이무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문으로 향했다. 아무에게도 알려준 적 없는 비밀번호였으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서유일
집안 꼴이 이게 뭐야?
GM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보다도 익숙한 목소리와 인영이 당신의 눈 앞에 서 있습니다.
맞습니다. 서유일 입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죽었잖아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 서이무, SanC 0/1
서이무
cc<=60 이성체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환각까지 볼 정도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잡담
system
[ 서이무 ] SAN : 60 → 59
메인
서이무
안녕, 오랜만이야.
GM
당신이 그러거나 말거나, 서유일은 집 안을 둘러보며 인상을 가볍게 찌푸립니다.
…
서유일
형… 잘 지냈어?
서이무
유일아.
그걸 네가 나한테 물어보면 안 되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내 안부를 묻더라도 그게 너만은 아니어야지.
GM
서유일은 입을 꾹 다뭅니다. 그저 미안한 얼굴로 주춤이다 가까이 다가와 당신을 집 안쪽으로 꾹 밀 뿐입니다.
뭘 하고싶은 걸까요?
당신의 뒤로 어질러진 공간을, 서유일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봅니다.
그에 따라 당신이 집을 둘러본다면, 엉망인 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긴. 서유일이 죽은 이후로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도 그러했는데 집은 오죽했을까요?
서유일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
먼지와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바닥 ,
잡다한 물건들이 쌓인 서랍장 위,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 이라거나… 말이죠.
서유일은 겉옷을 벗어두고, 소매를 걷어붙입니다.
서유일
안되겠다. 역시 청소부터 하자, 형.
GM
아니아니, 잠시만요.
뭐가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인가요? 그보다 중요한 것들이 잔뜩입니다.
대체 왜 서유일이 자신의 앞에 서 있냐거나, 그간은 뭘 했냐거나.
하여간. 궁금한것이 많지 않나요?
서이무
(지치고 피로한 정신은 당연한 궁금증조차 자아내지 못했다. 본래 궁금증이랄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다만 자신을 밀었던 손길, 그 감각이 실존한다는 것에 잠시 입을 다물 뿐이었다.) 환각이... 실체도 있던가? (뱉자마자 멍청한 질문임을 깨닫는다. 실체가 있다면 그건 더 이상 환각이 아니니까. 그렇다면, 실체가 있다는 것은,)
서유일
(가볍게 네 팔 당기다.)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형? (네 양뺨 두 손으로 감싸 끌어왔다.) 아직 아침이라 잠이 덜 깼어?
서이무
(시선이 마주한다. 아주 오랫동안 마주한 적 없었던 얼굴을 보고 나서야, 느리게 현실감이 돌아온다.) 너 뭐야?
서유일
형, 혹시 할로윈데이의 전설을 알아?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하루 있잖아. (만지작 거리다 놔주고.) 그런거라 생각 해.
서이무
아니, 너 뭐냐고. (낯은 쉽사리 찡그려졌다. 그는 죽은 이의 소생 따위를 믿지 않았으니까. 그러면서도 제 뺨을 감싼 손을 쳐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더라도 어쨌든 자신이 그리워해왔던 것이었으므로.)
서유일
…지금 나 못 알아보는 거야?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간다.) 애인도 못 알아보고, 너무하네. … …사실 나도 뭔지 모르겠어 형. 음 그냥… 그냥 서유일이구나. 해주면 안 돼?
서이무
내가 왜. (그제서야 가슴팍을 꾹 밀어 몸을 떼어냈다. 불쾌한 꿈이다. 깨어나면 거짓일 것이 뻔한 것. 상실을 더욱 크게 느끼게 만들 뿐인, 초봄의 백일몽.) 나가. 이딴 식으로 도피하고 위안 삼으려 한 적 없어. (제 무의식, 꿈을 만들어낸 어떠한 것, 어쩌면 자신의 욕망일 것을 거부하는 태도는 꽤나 까슬거리는 것이었다.)
서유일
혀, 형? (저항없이 밀려서 얼빠진 얼굴로 너 본다. 이내 입이나 삐쭉 내밀고.) 너무해, 난 형 걱정에 정신 차리자마자 얼굴 보러 왔는데! 얼굴 보러 와줘도 나가라 하지. 뽀뽀해주진 못할망정 밀치기나 하고… (꽤 서러운지 무어라 꿍얼였다.)
서이무
유일아, (그런 모습에 반사적으로 말투가 누그러졌다. 제 앞의 연인이 꿈 속의 허상이라 생각하면서도, 손을 뻗어 메마른 눈가를 매만지는 것이다. 허상에 불과할지라도 너의 서러움을 묵과할 수는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형이 뭘 해주면 될까. ...청소? 그게 네가 바라는 거야?
서유일
(제 눈가 매만지는 손에 얼굴 부벼댄다. 그리웠다는 양 그리 기대는 것도 잠시 네 손 잡고 떼어냈다.) …형이 나 없이도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청소부터 시작하자.
서이무
지금은 못 살고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서 잘 살고 있냐고 묻는다면 확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허상에게 이런 걱정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오래간만에 봐놓고는 무슨 청소야. 다른 하고싶은 건 없어?
서유일
형… 혹시 몰라서 말해두는건데, 나 헛것 같은거 아니다? (네 손 꽉 잡아보인다.) 봐! 따뜻하잖아. 내가 형 도와주고 싶어서 온건데 하루동안 놀기만 하다 가라고? (손 잡은 채로 너 끌고 거실 중앙에 가서 선다.)
GM
아무래도 서유일은 무언가 큰 결심을 하고 온 듯 보입니다.
원하는대로 따라줄까요?
서이무
유일아, 세상 그 어떤 헛것도 자신이 헛것이라고 말하지 않아. (일견 달래는 듯한 어투였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상냥한 불신이었다. 손에 전해져오는 온기를 느끼며 제 앞에서 선 허상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실제와 다른 점이 하나라도 있을까 해서.)
GM
📚 서유일
당신이 아는 그 모습의 서유일 입니다.
상처라거나… 달라진 점이라거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옷차림 정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옷 정도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서이무
그래, 청소하자며. 원하는 대로 하자. 어디부터 치워줄까? (스치듯 듣는다면 남의 집의 청소를 도와주러 오기라도 한 듯한 태도다.)
서유일
으음, 일단 엉덩이 붙일 곳이 깨끗해야지. (소파 노려보다 어딘가로 가버린다.)
GM
📚 소파
음식 부스러기라거나,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서유일은 한숨을 푹 쉬더니,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 잠시만, 저건…
관찰판정
서이무
(내가 이렇게 지저분하게 살아왔다고?)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7 > 47 > 보통 성공
GM
저건… 약물 주사기의 뚜껑입니다.
이런. 그렇지 않아도 꼴이 엉망인데,
이것까지 들킬 일이 있나요?
어떻게 할까요?
꼼꼼히 청소중인 서유일이 저것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서이무
(굳이 보일 것도 없을 것이다. 집어들어 가져간다.)
GM
민첩판정
서이무
cc<=60 민첩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1 > 91 > 실패
GM
이런, 집어들어 가져가는 와중 서유일에게 딱 걸리고 맙니다.
서유일
(눈 동그래져선.) 형, 그거 뭐야?
서이무
뭐가?
서유일
손에 든거… (슬금 다가와서.)
이거 그거 아냐?
서이무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서유일
아니, 주사기 뚜껑 들고있었잖아!
형 아팠어?
서이무
아니, 안 아팠어.
유일아.
청소한다며?
서유일
어? 엉… (찜찜한 얼굴로 소파 마저 정리하곤 바닥에 웅크려 앉아서 어휴 이게 뭐야… 하고 중얼인다.)
GM
📚 바닥
바닥을 보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에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 당신. 집 관리를 어떻게 한건가요?
서유일은 그런 바닥을 조용히 청소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하나요?
같이 청소를 하나요?
멀뚱히 구경만 하나요?
아무튼, 그렇게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서유일이 입을 엽니다.
서유일
형.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GM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
그러면서도 살짝 들떠있는 것을 숨길 수는 없나 봅니다. 복실복실한 꼬리까지 살짝 흔들리는걸 보면.
…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서유일은 당신에게 조용히 물어옵니다.
당신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다는 것 처럼요.
서이무
괜찮아.
괜찮게 지냈어.
...아니, 괜찮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너를 마주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 않았던 걸지도 모르겠네.
이제 그만해, 유일아. 내일 사람을 부르든지 할 테니까.
서유일
…그럼 그냥 오지말걸 그랬나?
다행이네.
GM
서유일은 당신의 말을 들은체 만체 하며 마저 정리를 이어갑니다.
서유일
형,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지?
서이무
그렇게, 어떻게?
서유일
으음, 자알~?
서이무
(긴 한숨을 내뱉더니, 연거푸 마른 세수를 했다. 무언가 말하려다가도 다시 입을 다물기를 여러 번.) 방금 말했잖아. 네가 바로 그, '잘' 살지 못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서유일
아니, 형 자꾸 이럴거야? 난 환각같은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해줘야해? (뒤로 아닌 걸 아니라 하지 뭐라 하냐고… 따위의 툴툴거림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서 서랍장에 손 뻗는다.)
GM
📚 서랍장
엉망이 된 서랍장을 정리할 차례입니다.
사실 그 속도 꽤나 엉망이겠지만,
그 위에 얼기설기 놓여진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서유일은 정리를 도와 달라 말하네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의 물건들이니까요.
관찰판정
서이무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3 > 23 > 어려운 성공
GM
당신은 서랍장 위의 어질러진 물건 속에서, 어떤 서류를 하나 발견합니다.
이건… 당신이 일을 할 때에 쓰던 것이네요. 그랬었죠.
왜인지 당신이 온전히 일을 했던 것이 까마득한 옛날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분명, 당신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서유일은 그 도구를 집어들더니, 반갑다는 듯이 웃습니다.
서유일
이게 왜 여기 나와 있어? 그러고 보니형, 요즘도 일 잘 하고 있지?
GM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러한 기억들이 당신의 가슴께를 쿡쿡 찌르는 듯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이 어떠한 감정이던 간에요.
서이무
(서랍장을 정리하고 있는 너의 등 뒤로 걸어가더니, 팔을 뻗어 그대로 감싸 안았다. 고개를 네 목어깨에 묻어 익숙한 살내음을 찾았다. 꿈은 도저히 깰 생각이 없어보이고, 너는 눈 앞에 너무 오랫동안 어른거렸다.) 형 그냥 여기서 살까? 아, 그래. 환각이 아니라고 했지. 그럼 너도 여기서 살자. 여기 머물러있어.
유일아, 집에 가자...
서유일
…혀엉. 실은 나도 형이랑 쭉 같이 있고 싶은데. (얼굴 찌푸리곤 작게 앓는다.) 그것까진 안된대. 그래서 오늘 하루간 내가 해줄 수 있는건 다 해주고 가려고.
그러니까 마저 하자~ 조금 남았어.
서이무
네가 해줄 수 있는 건 이런 청소 따위가 아니잖아.
서유일
그럼 형은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는데?
서이무
(바라는 것은 많다. 여기 계속 머물렀으면 좋겠고, 이게 거짓이 아니라고 해주었으면 좋겠고, 자신이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현실이 되려 꿈이었다고 해주었으면 좋겠다.) 안아줘. (그럼에도 나온 것은 그가 내놓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볼품없는 것이어서.) 유일아, 형 안아줘...
서유일
(네 말에 가슴이 콕콕 찔러온다. 작게 숨 멈춰선 몸 돌려 마주보곤 팔 올려 네 목 끌어안았다. 고개는 숙인 채로, 눈물이 나오려는걸 참는 듯 하순 잘근 깨물었다가.) 있잖아. 나는 형이 아직도 좋다? (그럼에도 잘게 떨리는 목소리는 아마 네가 원하는 것 중 가장 볼품없는 부탁 밖에 들어주지 못하는 미안함. 그쯤 될 것이다.) 그래서, 형이 괜찮았으면 좋겠어.
서이무
나도 여전히 너를 사랑해. (예전보다 한층 더 꽉 끌어안았다. 머리카락 끝에 입술을 대었다. 그 간지러운 감촉은 더없이 익숙하고 그렇기에 섧은 것이었다.) 그래서, 너 없이는 괜찮지 못하겠어.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만나니 알겠다. 나 안 괜찮았어.
서유일
형은, 분명 나 없이도 잘 살거라 생각 했는데. (기뻐하면 안 될 터인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왜일까. 정말 이러면 안 됐다. 그야, 자신은 제가 사랑하는 연인을 자립 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으므로.) 저번엔 너무 갑작스러워서 인사도 못 했지.
이번엔 천천히 인사하자.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서이무
나는 너랑 작별인사할 생각 없어. 인사한다고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그러나 결국, 끝에는 네게 묻고 마는 것이다.) 너에게는 인사가 중요해? (넌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냐고. 다른 걸 바라냐고. 그렇다면, 언제나처럼 기꺼이 이루어주겠다고.)
서유일
…형. 나는… 형이 날 사랑해주기 이전의 모습도 좋아해.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여기까지 와서 괜히 애처럼 굴면 안 되는 거잖아. (생각처럼 정리되어 나가지 않는 말들에 작게 한숨 내쉬고선.) 인사가 뭐가 중요하겠어…
서이무
너는 가끔 우리의 관계를 짝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유일아,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애였고... (그는 너에게 안 되는 것 따위를 만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네가 의미하는 바에서 비껴나가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태연히 말을 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바뀌지 않는 천성이었으므로.) 혼자만의 짝사랑은, 하더라도 내가 해야지. 버려진 건 나니까. 내가 해야지.
서유일
(귀에 박히는 말들이 듣기 불편했다. 하여 네 가슴팍에 머리통 박았다. 팔을 내려 방금까지 맞닿았던 배에 손바닥 짚어 부드럽게 밀어낸다. 그리고 제쪽에서 두어발짝 물러나서는.) 내가 여기에 온걸 후회하게 만들지 말아주라 형… …부탁이야.
GM
그렇게 말한 서유일은 무거워진 발걸음을 테이블 쪽으로 마저 옮깁니다.
📚 테이블
테이블 위는 엉망입니다.
인스턴트 식품의 용기,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술병과 꽉 차 재가 이리저리 튀어있는 재떨이라던가요.
서유일은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 있네요. 청소합시다.
손놀림/행운 판정
서이무
cc<=55 행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2 > 22 > 어려운 성공
GM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어휴. 평소에 좀 치우고 살걸. 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것이 손에서 미끄러집니다.
재떨이가 엎어지며 손 안 가득 시커먼 재가 묻었네요. 이런…
엉망이 된 손이 보입니다.
서유일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다, 씻고 오는 것이 어떻냐고 하네요.
남은 것은 자신이 할 것이라 하면서요.
화장실로 가 손을 씻고 있자면, 문득 거울에 당신이 비쳐 보입니다.
조금 초췌해졌으려나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게, 당신. 서유일을 잃은 후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전보다 살이 빠진 듯 도드라진 얼굴의 선 이라거나,
그럼에도 다른사람들이 보기엔 조금 과할정도로 단정하게 느꼈다거나...
아, 혹시 강박이 심해지진 않았나요?
서유일
형. 주방 청소도 얼추 끝났어.
GM
서유일이 주방 쪽에서 고개를 듭니다.
정말 열심히 청소했는지 물이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낀 손을 들고 있네요.
그것을 챡챡 벗어놓더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서유일
냉장고가 비어있던데. 장보러 다녀오자, 형.
준비하고 나올래? 기다릴게.
서이무
나가고 싶어? 그냥 적당히, (말은 순간 끊어졌다. 허상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먹긴 해야할 터였지만, 그걸 분명히 알지만, 네가 이 집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싫어서.) 많이 배고파? 하루라며. 하루 동안만 우리 그냥 있으면 안 될까. 견뎌보면 안 될까. (견디는 것이 허기 따위가 아니라는 것쯤은 자명했다.)
서유일
못 본 새에 겁이 많아졌네, 이걸 어쩌지. 으음, 근데 있잖아. 내가 아니라 형을 위해서야. 최근에 뭘 제대로 해먹은 적이나 있어? (고개 기울이곤 지그시 보다가 제가 앞서 네 손 끌어당긴다.)
이리와봐, 내가 형 옷 골라줄게.
서이무
그래, 겁이 많아졌다고 할까. (그렇게 제 거부감에 아무렇게나 성의없는 이름표를 붙인다.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유일아, 네가 날 위하듯이 나는 널 위해. (하고싶은 말은 거기까지라는 듯 그는 순순히 네가 이끄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네가 원하는 것에 구태여 뻣뻣하게 제 의견을 고집하지 않았으니. 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주는 것. 그것이 그의 애정의 형태였다.)
서유일
앞으론 형도 자신을 위해야지. (짧게 말을 줄이곤 옷장 문을 열었다. 마음이 좋지 않아 얼굴을 조금 찌푸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진상손님이 와도 표정관리는 어렵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음처럼 되지 않아 들리지 않을 숨을 작게 내쉬곤 이내 네가 자주 입었던 옷 몇벌 집어 돌아선다.) 이거 어때 형?
서이무
좋아. (시선은 조금 뒤늦게 네가 집어든 옷을 따라왔다. 본래도 눈을 마주치고 말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재회한 이후로는 정말 집요할 정도로 너만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그 짧았던 눈길마저도 이내 관심없다는 양 다시 네게로 돌아온다.) 너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랑 옷이 달라진 것 같은데.
서유일
응? 아, 하루동안 입을거라… 조금 신경을 덜 썼나. 형이랑 오랜만에 데이트한다 생각하고 나도 갈아입을까? (골라온 옷을 네 품에 안겨주곤.) 나도 갈아입고 올게. 내 물건들 아직 정리 안 했어?
서이무
(아직이라는 단어에 쉽사리 울컥하고 마는 것은, 네가 죽은 이후로 단 한 번도 방문을 열어볼 수 없었던 자신을 기억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외면은 통증을 둔하게 만들고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괜찮다고, 나쁘지 않다고, 견딜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그를 억지로 수면 위로 끌어올려져 직시시킨 것은 너였다. 짓무르고 썩어가는 상처를 들춰내 이렇게 둬서는 안 된다고 말한 건 너였다. 날카로운 둔통으로 심장이 저며지는 것 같은 감각이 이토록 생생한데, 어떻게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괜찮지 않다는 걸 알려준 건 너야. 말을 눌러삼켰다.) 응, 안 했어. (근육이 팽팽히 당겨진 목 너머로 숨을 삼키고는, 짧고 여상한 대답만을 내놓았다.)
서유일
…그대로구나, 알았어. (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선 돌렸다. 예상은 했으나 마음이 좋지 못 했다. 계속 마주하고 있으면 지금까지 참아왔던게 헛수고가 될 것 같아 빠르게 방 문을 열고 네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빼냈다.) 준비하고 나와! 나도 빨리 준비하고 나올게. (문 앞에서 서성이던 인기척 마저 지우고 제 방으로 향해서 어쩌면 먼지 쌓였을 제 물건들과 반갑다 인사를 하며, 한 번씩 훑어봤을 것이다.)
서이무
(시야에서 네가 사라지자마자 툭, 머리를 벽에 기대었다.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했다. 눈을 떴는데 그 곳에 네가 없다면 너무 비참할 것 같아서, 그대로 잠시간 눈을 감고 버텼다.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렸으나 그 곳에는 당연히 네가 없었고, 그 당연한 사실에 새삼스럽게 상처받는다. 네가 집어들었던 옷가지들 중 손에 잡히는 것을 입었다. 이 날씨에 긴 니트가 어울리는지 따위를 고민할 여력은 없었다. 네게 부여받은 할 일이 없어지자 끈 떨어진 인형처럼 다시금 벽에 기대었다. 왠지 모르게 피곤해서.)
서유일
(제가 잠을 청해왔던 침대에 걸터앉아 꾹꾹 눌러보고, 살짝 누워서 머리칼도 부벼보았다. 제 자신도 이 모든게 꿈만 같아서… 그리 폭신함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다. 시간이라면 1분, 1초도 아까운 날이었기에 일어서선 옷장 열어 산책할때 자주 택했던 옷가지들을 집어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면 다시 네 방문 앞으로 향했다. 똑똑, 노트하곤.)
혀엉~ 준비 다 했어?
서이무
응. (그제서야 눈을 떴다. 여전히 너는 없었지만, 문을 열면 네가 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문고리를 눌러 문을 열어냈다. 그리고 잠시 숨을 멈추고 너를 응시한다. 문을 열면 네가 서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와서. 그리고 그것이 비현실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비참해서.)
서유일
이렇게 입고 나가니까 진짜 데이트 가는 것 같다. (일부러 입꼬리는 높은 위치에 두었다.)
그럼 가자.
GM
서유일은 당신을 끌고 밖으로 향합니다.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입니다.
걸어가기에는 제법 먼데. 어떻게 갈까요?
.
서유일
버스 타고 가자, 형 힘들잖아. 그리고… 나랑 붙어있고 싶다며?
서이무
그럼 차를 타야지. 괜찮아, 안 힘들어.
서유일
으음, 싫어~ 형한테 기대서 갈래. 응?
서이무
그래, 그럼 버스 타자. (어깨를 감싸안고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날인 것처럼.)
GM
서유일의 고집에 결국 버스에 오릅니다.
자리에 앉자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서유일은 창밖을 바라보다, 문득 당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뿐이라고 했었죠.
…
당신에게 빛을 안겨주고, 다시금 빼앗아가려는 현실이 야속한가요?
그런 당신을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서유일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울고 있나요?
아뇨. 그보다는 조금 더 암전에 가까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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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당신은 온전한 백색의 공간에 앉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상 · 하 · 좌 · 우 모든 것 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SanC 1/1d2
서이무
cc<=59 이성체크 (1D100<=5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3 > 13 > 어려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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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이무 ] SAN : 59 → 58
GM
지능 판정
서이무
cc<=70 지능 (아이디어)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GM
아, 그러고 보니… 당신은 잠들었었죠. 그럼 여기는 꿈인가요?
그럼 이건 자각몽일까요?
당신이 손마디를 뒤로 꺾든, 숨을 참든.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명확하게 자각이 될 뿐입니다.
가만히 앉아있어 봐야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마치 죽음처럼 고요해요, 당신은 앞 · 뒤 · 오른쪽 · 왼쪽. 어느 쪽이건 나아갈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서이무
(앞으로 나아간다. 서유일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원치 않아서. 기현상도 하루에만 두 번째다. 놀랄 것도 없었다.)
GM
나아가던 당신의 앞에 어느 순간 하얀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아챈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것은 그곳에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보창 확인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나요?
당신이 모든 내용을 읽은 후, 그것을 머릿속에 새겨 넣고 나면, 백색의 공간이 뒤틀리는 것을 느낍니다.
♬♪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어느 순간 수면 밖으로 끌어내어지듯 급작스럽게 정신이 듭니다.
이건… 당신의 전화벨 소리입니다.
서유일
형… 괜찮아?
GM
당신의 옆에서는 서유일이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전화기는 끊임없이 울리고 있네요.
전화기를 확인해 보면, 당신의 아버지입니다.
서이무
괜찮아.
(잠깐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성의없는 손짓으로 전화를 받는다. 시선은 여전히 제 곁의 이를 향해있었다.)
GM
전화를 받으면, 당신의 아버지는 당신이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다 합니다.
언제건 집으로 돌아오거나, 들러도 좋다는 말도 함께요.
네 삶에 너무 큰 참견을 하는 것 같아서 많은 고민을 하였지만,
너에게는 항상 자신이 있으니 믿어보라는 말 또한 합니다.
전화를 끊을 즈음에는. 고개를 든 서유일이 말합니다.
서유일
다 온 것 같은데, 내릴까?
서이무
그래, 내리자. (자리에서 일어나며 쓸데없는 짓을 했단 생각을 한다. 괜히 받았다는, 관심 없는 헛소리나 해댄다는 감상과 함께.)
GM
.
.
ㅡ
마트입니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는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아무래도 장바구니보다는 쇼핑카트가 좋겠죠?
서유일
형! 나, …카트 타도 돼?
서이무
타. 아직 아무것도 없어서 가벼우니까 엎어지지 않게 조심하고. (카트의 손잡이를 당겼다.)
서유일
(다 큰 몸뚱이 카트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가자!
서이무
(카트를 밀며 평온한 목소리로 일상적인 물음을 던졌다.) 뭐 먹고싶어?
서유일
형이 먹고싶은 거 먹자. 으음, 형이 뭘 좋아했더라?
서이무
나는 널 좋아하지.
서유일
혀엉, 나 장난 아니다? 빨리.
서이무
나도 장난 아닌데.
너 뭐 먹고 싶냐니까.
서유일
(삐쭉.) 형이 먹고싶은 거 먹고 싶은데?
서이무
네가 너를? 그것도 진풍경이긴 하겠네.
왜, 혼자서 해보게?
서유일
형 진짜! (카트 안에서 올려다보곤 얼굴 슬쩍 가린채로 다시 정면 향했다.)
…난 진짜 형이 좋아하는거 사가고 싶거든?
서이무
이미 있는 걸 살 수는 없잖아. (여전히 농담같은 진담을 하며, 카트를 정육 코너로 밀었다.) 고기 먹자. 너 고기 좋아하니까.
서유일
…(이미 카트에 몸이 실린지라 거부는 못하고 뚱한 채로 같이 향했다.) 그럼 간단하게 요리해먹을만한 거랑, 형 와인 좋아해? 집에 있나.
서이무
없을 텐데. 사갈까?
왜 또 기분이 상했지...
서유일
형이 내 맘을 몰라주니까 그런 거 아냐.
난 어차피 내일 없을텐데, 형이 먹을걸 사가야지.
서이무
(그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침묵했다. 네가 아직,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던 그때처럼.) 유일아, 후회할 말은 하지 마.
너는 네가 내게로 돌아온 걸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 달라 했지만, 난 너를 잃은 그 순간부터 매일이 후회였어. 대체 왜 나는 널 잃었어야만 했을까? 나는 왜 너에게 내일의 부재를 직접 네 입으로 확인 받아야만 할까?
왜 그랬어야만 했을까? 나는 모르겠어. 그러니까 말하는 거야. 유일아. 후회할 말은 하지 마.
서유일
…그렇지만 형, 말을 밖으로 안 꺼낸다 해서 바뀌는건 없잖아. 난… 형이 또 외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알려준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맛있는거 많이 사가자고.
서이무
나는 네가 나한테 뭘 바라는지 모르겠어. 내가 너무 멀쩡하게 살아서, 완전히 무너지기를 원해서, 그래서 나한테 온 거야?
서유일
아냐, 나는… 난, 형이 이제는 내 물건도 정리하고, 내 흔적을 새로운 흔적으로 바꾸고, 나랑 같이 살기 전처럼… 그렇게 잘 살았으면 해서…
…형도 내가 괜히 찾아온 것 같아?
서이무
내가 너를 만나기 전처럼 살았으면 좋겠다고. (네 말을 되풀이하는 목소리는 지치고 갈라져 버석해져있었다.) 널 잊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널 사랑했던 것처럼 다른 놈을 사랑하면서? 넌 헌신짝 버리듯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그게 네가 원하는 거야?
유일아, 다시 생각해. 너를 잊지 않고서 내가 잘 살길 바랄 수는 없다는 건 너도 잘 알 거 아냐. 너는 나에게 떠올렸을 때 행복하기만 한 추억이 될 수 없어.
서유일
(힘이 빠져 카트에 고개를 기댄다. 손을 꼼질거리다 꽤 담담한 목소리로 전한다.) 형이 그래야 멀쩡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면 그래도 돼. 차라리 잊고 건강하게 살아가주는 편이 낫지. (되도 않는 거짓을 뱉었다. 하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은 제 감정 신경써서 무엇하랴. 말 뱉어낸 입에선 쓴맛이 감돌았다. 해가 떨어지기까지 몇시간 정도 남았으려나, 일부러 딴생각 해가며 손가락이나 접어 세어봤다.)
서이무
서유일.
다시 생각하라 했어. 난 이제껏 네가 바라는 거라면 뭐든지 들어줘왔어. 제대로 고민하고 신중하게 말해.
서유일
형, 그거 알아? 난 이미 질문을 세달간 나한테 해왔어. 그리고 답을 정한거야.
그러니 이번엔 형이 몇 번을 물어도 내 답은 같을걸.
서이무
(눈을 짓눌러 감고, 이를 악물었다. 제 분노가 폭력이란 형태로 터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세게 그러쥐어 핏줄이 불거진 손등 아래로, 살갗이 마찰되는 소리가 일었다.) 널 들이지 말았어야했어. (잇새로 씹어뱉은 말은 어떤 면에서는 진심에 가장 맞닿아있었다.) 너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는데.
서유일
(들려오는 말에 눈물이 핑 돌았으나, 지금은 누가 뭐래도 네가 우선이었고 제가 찡얼거릴 타이밍이 아니란 것도 알았다. 그러나 사과를 하기엔 제쪽도 상당히 억울한지라 그냥 소매로 삐져나온 눈물이나 꾹꾹 눌러 닦았다.) …형이 뭘 알아. (결국 한 마디 참지 못한 말이 흐르고.)
나 내릴래.
서이무
가만히 있어, 서유일. (제 분을 눌러삼키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네게 손을 대지는 못했다. 단지 말로써 경고할 뿐이었다.) 울지 마. 뭘 잘했다고 울어. (조금만 서운해하는 기색이 보여도 마른 눈가를 쓸며 달래주던 사람이었으나, 지금은 당장 제 감정에 집어삼켜져 손을 들지 않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네 눈물에 약해지고 만다. 한숨을 내쉬고는 눈물을 손으로 눌러 닦아내었다.) 못 들은 걸로 할 거야. 한 번만 더 그따위로 말해.
서유일
(시선 피하고선 고개 숙였다. 정말 한마디 더 했다간 후회할 일이 생길 것 같아 입 다물었고 낮게 자리한 귀는 제 기분과도 같더라. 작게 훌쩍이고서는.) …고기 사고 채소코너도 가는거다.
서이무
그래, 그러자. (한숨을 내쉬며 제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GM
그렇게 둘은 마트를 한바퀴 돌며 서로를 위한 것을 담습니다.
그렇게 카트에 차곡차곡 물건들이 쌓여갈 때 쯤, 시선도 자연스레 거기로 향합니다.
지능/관찰 판정
서이무
cc<=80 관찰력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3 > 33 > 어려운 성공
GM
당신의 시선에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들이 보입니다.
누가 서로를 더 위하는지 경쟁이라도 하듯 물품들이 쌓여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해야만 합니다.
이 중 서유일을 위한 것은 하루가 지나면 쓸모를 다 할 거라는 사실을.
현실이 물밀듯이 당신을 덮쳐옵니다.
당신의 죽은 연인을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뿐이라는 것
어렴풋이, 오는 길에 보았던 꿈속의 주문이 생각납니다.
당신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서유일은 알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정하게 차곡차곡 준비되어가는 이별을,
이번에는 바로 맞이할 각오가 되었나요?
아니라면…
…
상념에 빠진 당신을 서유일이 툭 건드립니다.
서유일
돌아가자, 형. 이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네.
GM
서유일은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당신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하루가 끝나갑니다.
.
.
…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저것 여러 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고,
서유일은 냉장고를 꼼꼼히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냉장실, 냉동실, 찬장. 서유일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이 없습니다.
허리를 편 그는, 시계를 한 번 보더니, 주저하던 입을 뗍니다.
서유일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형.
GM
서유일은 엷은 웃음을 내비칩니다.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이대로 서유일을 보낼까요?
아니면, 당신이 꿈에서 보았던 것에 대하여 이실직고를 해서라도 그를 붙잡아야할까요.
그마저도 아니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
서이무
아니지. 네가 돌아올 곳은 여기잖아. 이 곳이 네 집이잖아. (중얼거리는 목소리는 어쩐지 허전했다. 네 손목을 붙든다.) 선택권은 없지만, 들려는 줄게. 아니, 아니다. 너는 또 나를 화나게 만들 게 분명하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너는 바라기만 하면 돼, 그걸 쥐여주는 건 내가 할 테니.
GM
.
서유일
…? 무슨 소리야 형, 이해할 수 있게 말해봐. (불안한 시선으로 올려본다. 느낌이 좋지 않았기에 잡힌 손목에 약하게 힘 주어 빼내보았다.) 오늘따라 이상한 소리를… 형이 뭘 한단거야.
서이무
(아, 그래. 지금 붙잡아야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제가 피를 보면 너는 제게 올 것을 알았다. 그는 순순히 너를 놓아주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사람을 베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칼로 제 손바닥부터 검지에 이르는 긴 선을 그었다. 그리고서는 칼을 개수대에 던져넣는다. 너를 굳이 위험 요소 가까이에 두고 싶지 않았으므로.) 이리 와, 서유일. (그제서야 너를 불렀다.)
서유일
(의문 가득한 낯으로 네 행동 바라보다 말릴 새도 없이 붉게 오르는 것에 당황해선 입만 몇 번 빠끔이다.) 뭐, 하는거야 형! (다급한 발걸음으로 달려와선 네 팔목 붙잡고 살핀다.) 자, 잠깐만 휴지가, 아니 약부터…
서이무
이러면서 나보고 너를 잊고 살아가라고. 유일아, 사람들은 이걸 사랑이라고 불러. (다정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붙잡힌 팔을 빼내지 않았다. 넘어뜨리려는 의도인지 발을 걸어 무릎을 앞으로 쳐내고는, 멀쩡한 손으로 네 머리를 감싼다.)
서유일
(귓가에서 울리는 기분좋은 속삭임에 잠시 굳어있었나. 곧 몸은 균형을 잃어 바닥과 맞닿았으나 다정한 손길이 감싸와 아프진 않더라. 놀라 눈을 크게 뜨고 귀 작게 파닥였다. 작게 떨리는 음으로 형… 하고 뱉었으니. 믿는건지 포기한건지 저항하려는 움직임은 없고.) 뭘 하고 싶은건데?
서이무
네가 나를 위하는만큼 나는 너를 위해. (아니, 거짓말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위했다. 너를 위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자신을 위하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는 거절을 듣고 싶지 않아 너의 의사조차 묻지 않고 네 삶을 멋대로 제 것에 묶으려 들고 있다.) 후회하기에는 늦었어. 나는 이미 너를 사랑하고, 네가 원한다 해도 이걸 무를 수는 없어. (네 팔 안쪽에서부터 손바닥까지, 긴 혈흔을 남겼다. 두 개의 반지는 이미 붉게 변색되었다. 손바닥에 제 이름을 새기는 움직임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서유일. (이름을 호명한다. 수없이 불렀던 세 글자를 다시금 입 안에서 굴린다.) 사랑해. (그리고 그 뒤에 따라오기에는 어딘가 음울한 말이 따라붙는다. 그래서, 라는 단어가 삼켜진 채로.) 넌 아무 데도 못 가.
GM
서유일은 제 손바닥에 이름이 새겨지는 순간에도 저항하지 않습니다.
불은 선이 팔뚝을 따라 그어 내려지고,
그 손바닥에 한 획씩 당신의 이름이 그어 내려집니다.
서유일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 같습니다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유일의 감정은, 체념. 슬픔. 미안함. 그러한 것들입니다.
모든 문자가 새겨지면, 그것은 마치 영혼에 새겨진 각인처럼 피부 속으로 스며듭니다.
당신은 느낄 수 있습니다.
당신의 얄팍한 피부 아래의 고동이,
이제는 오롯이 당신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요.
우리는, 어디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 살아 나가볼까요.
ㅡ
ED 3. F
서유일, 서이무 생환?
보상
1d1000 (1D1000) > 693
서유일과 서이무는 693시간 후에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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