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ne Booth
2024. 10. 9. 18:59

메인

GM

0:23 ━━❚━━━━━━ 3:09
⇆ ⠀⠀⠀⠀⠀◃ ❚❚ ▹ ⠀⠀⠀⠀ ↻

‘따르릉-’.

‘따르릉-’.

그 사람을 잃고 삶의 의미마저 사라져 버렸습니다.

우산도 없이 헤매던 젖은 거리에, 누군가를 부르는 듯한 벨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곳에는 낡은 공중전화 부스가 있었습니다.

1
여보세요,

젖은 계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무수한 노크 소리….

끊임없이 세상을 적시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빗소리?

무의미하게 여물어가는 계절?

번져가는 공허?

아니면….

그래요.

어쩌면 그것은 그저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상실이라는 것은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인지라, 되돌아오지 않을 시간만 하염없이 되돌리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잃고 한참을.

또 한참을.

지나간 시간을 더듬으며 버티고 있습니다만….

버텨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예전에는 삶을 놓는 일이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건만, 이제는 억지로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어렵고.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일상이 무겁습니다.

그동안 당신은 어떻게 지내왔나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간 어떻게 지내왔었나 기억을 되짚는다. 매일 아침 일어나 이젠 없는 상대가 깨는 시간에 맞춰서 2인분의 아침을 하고, 먹고, 기다리다가, 남은 음식은 버린다. 그리곤 배부르냐며 혼잣말을 중얼였던 것 같다. 그 외에도 하루하루가 상대만 빠졌을 뿐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GM

겉잡을수 없이 커져버린 우울과 공허가 삶을 집어삼켰습니다.

방향을 잃고 헤매고만 있네요.

그럼에도, 그럼에도 살아가야 합니다.

이유가 없더라도 당신은 살아있고, 아마 그것을 그만두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일 겁니다.

원치 않아도 멀쩡하게 살아있다 보니, 신경 쓸 일들이 있습니다.

삶을 연명하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밤이 되면 어김없이 눈이 감기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말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왜 이렇게도 번거로운 일인가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런 일들이 당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고, 또 당신을 살아가게 합니다.

일을 해야 하니까.

잠을 자야 하니까.

밥을 먹고, 살아가야 하니까.

그래서 살아갑니다.

어쩔 수 없이 해나가야만 하는 일상이 또다시 당신의 발길을 이끕니다.

밖으로 나서면, 소나기라기에는 빗방울이 얇고 긴 시간 그치지 않은 장맛비가 세상을 잿빛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우산을 펼쳐들면, 딱 당신을 감쌀 만큼의 좁은 공간이 생깁니다.

잠시간 당신을 이 잿빛 세상과 분리시켜 주겠죠.

우산 위를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무감합니다.

젖은 땅을 밟으며 걸음을 옮깁니다.

일상적인 풍경들이 스칩니다.

당신에게는 커다란 구멍을 남긴 상실이 세상에는 별다른 일이 아니었음을 실감케 하는 풍경들입니다.

비가 오는데도 우비를 쓰고 짐을 나르는 사람이라던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연인,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알바생, 빗소리에 섞여드는 경적소리, 만원 버스, 온통 발자국이 가득한 지하철 승강장….

한참을 걷다 보면,

민첩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0 민첩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GM

갑작스럽게 돌풍이 스칩니다.

움츠러든 사이에 날아간 우산이 형편없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집니다.

이런….

우산살이 꺾여버렸네요.

못쓰겠는걸요….

비를 막아주던 고마운 우산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차가운 빗방울이 어깨를 적시기 시작합니다.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한참 동안 열이 오르고 내내 고생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목적지가 멀지 않습니다.

조금 서둘러 가기로 할까요.

고장난 우산을 줍든, 버리든….

당신은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듣기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7 > 77 > 실패

GM

비를 피해 달리다시피 발걸음을 재촉하는 당신은 빗소리 속에 묻힌 소음을 듣습니다.

방금, 뭔가 따르릉 하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이 빗속에 잘 못 들었나? 싶어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걸음 옮긴다.)

GM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를 발견합니다.
스치면서 늘 봐오던 부스입니다만… 아직도 통화가 되는 물건이었던가요?

핸드폰이 통용되기 시작되면서 동네에 있던 많은 부스들이 철거되고, 이곳 하나만 덜렁 남아 있었더랩니다.

이제는 쓰지 않게 된 물건인지라 가끔 별달리 있지도 않은 추억이라도 서린 물건처럼 아련한 기분이 들게 하고는 했었죠.

텅 빈 거리에 어째서인지 공중전화 벨 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빗소리에 먹먹히 젖어든 벨 소리가 어쩐지 기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가 건 전화일까요?

저 사람은 왜 이곳에 전화를 걸었을까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울리는 전화를 받아든다. 아무말 않고 귀에 가져다 대서 고개만 슬쩍 기울인다.)

GM

당신이 전화기를 들어 올리면 달칵, 하는 소리가 들리고 수화기의 묵직함이 손끝에 잡힙니다.

긴장한 채로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대면,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여보세요?

GM

그리운… 목소리 입니다.

2.
나예요.
들리나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여보세요?

발렌틴 레베데프

뭐야. (목소리는 금세 퉁명스럽게 가라앉는다. 익숙한 것을 금세 알아차린 탓이었다.) 왜 네가 받아?

루즈코프 레베데프

응? 티냐. 네가 공중전화를 쓰는 줄은 몰랐는데. 누구라도 기다려?

발렌틴 레베데프

아니. 그냥, 마침 동전이 몇 개 있길래. 왜 네가 받냐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마침 지나가는데 네가 걸었잖아? 쓸쓸해보이길래 받아줬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아하. 그래, 늘 난잡하게 노는 놈한테는 쓸쓸하겠지. 뭐하고 있어? 끊고 꺼져.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러지 말고 티냐. 오늘 저녁은 뭘 먹을래? 네가 돌아오기 전에 해둘게.

발렌틴 레베데프

뭐야. 나오기 전에 이미 다 말했잖아? (의아한 목소리는 이어 까칠하게 바뀌었다.) 사람 놀려?

루즈코프 레베데프

무슨 소리야. 언제? 오늘은 식탁에서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잖아. 답지 않게.

발렌틴 레베데프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짜증을 내면서도, 공중전화의 알림음에 착실히 동전을 넣는다.) 네 지랄은 없던 일로 치겠다, 이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난 오늘 얌전히 기다려주기만 했잖아? 티냐. 뭐라는건지 모르겠어. (아까도 보고왔던 사람의 목소리가 왜이리 반가운지 알지 못하겠어서 루즈코프는 사랑해서 라는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발렌틴 레베데프

그래, 네 마음대로 지랄해. (전화를 끊으려 내려놓으려다가도, 습관처럼 한 마디를 더 덧붙인다.) 미친놈.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티냐? 내가 무슨 지랄을 했는데. 왜 또 화가 나있어?

발렌틴 레베데프

(제 일을 없던 것 마냥 덮어버리는 작태에 화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끓어넘친다. 때마침 화를 돋우듯 울리는 알림음에 동전을 처넣는 손길은 거칠었다.) 오늘 저녁은 바늘과 실로 준비해. 오늘에야말로 네 입을 꿰매버릴 테니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무리 오늘 아침을 곱씹어 보아도 떠오르는건 똑같다. 네 목소리조차 듣지 못했었는데. 억울할 따름이다.) 왜 그러는데? 말을 해줘야 형아가 사과를 하든 달래주든 하지. 응?

발렌틴 레베데프

창녀가 그렇게 좋으면 나가서 네가 하고싶은 대로 살아. 멀쩡한 사람을 갖다붙여대며 깎아내리지 말고. 나는 이미 따로 살자고 말했었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그런 말을 지금 하는데? 티냐. 네가 뒤끝이 긴건 알아. 괜찮은데. 그 일은 내가 잘못했다 하고 넘어간지 좀 됐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cc<=70 재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2 > 22 > 어려운 성공
매일같이 지껄여대는 거라고는 그딴 것뿐이니까 구분도 안 되나본데, (알림음에 말이 끊어진다. 주머니를 뒤져 동전을 찾아낸 것인지 통화는 이어졌다.) 그냥 꺼지면 되는 걸 왜 질질 끄는 거야?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니. 나는, (다시 한 번 기억을 되짚어도 최근엔 네게 그런 벌언을 한 적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든 별 다른 반응도, 표정변화도 없이 그저 자신을 보기만 했기 때문에. 화난건가 싶어 빌어봐도 소용이 없어서, 저도 바라보기만 한지 꽤 된 것을.) 난 억울해…

발렌틴 레베데프

cc<=70 재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대단한 성공
네가 뭐가 억울한데? (동전이 굴러가는 소리 다음에는 따지고 드는 말투가 이어진다. 이를 악물다시피 하고는 잇새로 짜증을 뱉어낸다.) 야, 말해봐. 네가 뭐가 억울하냐고.

루즈코프 레베데프

난 최근에 네게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어. 내가 뭐라 하든, 날 무시하잖아. 내가 아무리 빌어도 입 하나 열지 않잖아. 서러운건 나야. 그런데 이제는, 보기도 싫어? 지금까진 괜찮았어. 그래도 곁에 있어줬으니까… 그러니까 떠나라고만 하지 마. 티냐. 내 상태 알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cc(-1)<=70 재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1] > 38, 98 > 98 > 실패
(자신은 무시한 적도, 입 하나 벙긋하지 않은 적도 없었다. 저절로 콧잔등이 찡그려진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약 했어? (알람음이 들리나 수중에 남은 동전이 없다. 꺼질 것인지 이미 꺼졌는지도 알 수 없는 수화기에 대고 소리를 친다.) 야, 너 지금 어디-

GM

전화가 끊깁니다.

다시 찾아온 적막에 빗소리가 추적추적 당신의 의식을 현실로 이끕니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들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나버리는 걸까.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 끊겼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오랜만이라, 아쉬워 전화가 끊어진 수화기를 물끄러미 내려본다.)

GM

행운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0 행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00 > 100 > 대실패

GM

공중 전화 위에 백 원짜리 동전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쉬운대로 동전 하나를 넣어 다시 전화를 건다.)

GM

하지만 어디로 전화를 걸어야 하나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모른다…우울…) 어딘지 물어볼걸 그랬네…

GM

지능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0 지능 (아이디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실패

GM

그러고보면, 발렌틴은 왜 당신이 전화를 받냐며 의아해했죠.
그에게 굳이 공중전화를 써서 통화해야 할 상대가 있던가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가는 곳이 없다. 울적해져서 어디로든 전화를 건다. 하나 누가 받는건 싫으니 제가 들어와 있는 부스의 번호를 누른다.)

GM

‘이 공중전화’의 번호를 누르면 통화연결음이 들립니다.

달칵.

누군가 전화를 받습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여보세요.

GM

아, 또다시, 그리운 목소리 입니다.

3
듣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조금 낮게 가라앉아 있습니다.

어쩐지 끝이 갈라진듯한 목소리.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너야?

발렌틴 레베데프

루샤? (따라붙는 호명은 평소보다 빨랐다.) 루샤, 너 맞아?

GM

방금 전까지 통화를 했는데, 어쩐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린듯한 목소리입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그래. 나야 발렌틴. 다행히 누가 놓고간 동전이 있더라.

발렌틴 레베데프

루샤. (이름을 중얼거리는 목소리에는 물기가 차있었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못하더니, 심호흡을 하고는 제법 진정된 어조로 말한다.) 오랜만이네.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울어? (혹여 아까 제가 한 말 때문인가 싶어 사과를 하려던 찰나, 상대는 또 제가 알지 못 하는 소리를 한다.) 이건 무슨 소리야? 티냐. 오늘 네 아침도 내가 차려줬는데.

발렌틴 레베데프

무슨 소리야? (당황한 목소리다. 제가 옳게 전화를 받았나 싶어 수화기를 살피느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난다.) 무슨 아침을 차려? 누구의?

루즈코프 레베데프

잘 안 들려? 네 아침 말이야. 아, 화 풀렸으면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다시 말해줄래? 아깐 내가 미안해.

GM

'뚜- 뚜-'하고 동전이 떨어졌다는 경고음이 들립니다.

발렌틴 레베데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죽었잖아. (제 죽음을 입에 담는 이에게는 거리낌이나 망설임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사후 세계를 생각해본 적 없는 이는 이토록 태연하게 제 죽음을 받아들인다. 별다른 미련도 없이.) 무덤에 넣어주기라도 하게?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장난 치지 마. 아무리 화가 났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 말은 하지 마. (네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인지 어쩐지 전화 너머 속 목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동전이 더 없나 뒤적거리는 행위도 없이 가만 서있다.) 알았지? 형아 속상해. 이따 집에서 보자.

발렌틴 레베데프

뭔... (말을 잃었다. 쿵, 부스를 내려치는 소리가 선연하다.) 끊지 마. 야! 도망치지 말라고! 네가 꼬리 말고 도망친 그 잘난 집에 나는 이미 없어!

루즈코프 레베데프

티냐. 네가 뭐라는 건지 모르겠어… (끊지 말라는 말에 그제야 동전이 없을까 주머니를 뒤적여 지갑을 열어본다.) 날 이런 식으로 놀리기라도 해야 네 분이 풀리겠어?

GM

재력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5 재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2 > 22 > 어려운 성공

GM

동전을 하나 발견합니다.

루즈코프 레베데프

(동전 하나 더 밀어넣는다.)

발렌틴 레베데프

말이 안 통하네. (만나면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해뒀던 것들은 네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헛웃음을 터뜨리며 부스에 머리를 기댔다.) 정신 차려, 루샤...

루즈코프 레베데프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마. 네가 죽었는데 내가 살아있을리 없잖아. (사실이 아닐거라 말하면서도 기억을 묻어둔 더미는 하나씩 파헤쳐진다.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말이야?

발렌틴 레베데프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하는 꼴을 보니 의미 없겠네. (시선은 제 앞의 허공을 향한다. 마치 너를 보듯.) 내가 죽은 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오히려 방해 없이 편하게 살 수 있으니 좋기나 하겠지.

GM

'뚜- 뚜-'하고 동전이 떨어졌다는 경고음이 들립니다.

재력 판정.

루즈코프 레베데프

cc<=65 재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실패

GM

수중에는 남아있는 동전이 없습니다.
마지막 3분이 되겠군요.

루즈코프 레베데프

왜, 그렇게 말 해? 네가 그럼 안 되지. 네가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는 거잖아.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잖아. (그간 회피해왔던걸 마주보자 눈물이 쏟아진다. 날이 이래서일까. 빗방울이 들어오지 못하는 전화부스 안이라도 제 신발은 젖어있어서?) 티냐, 알잖아……

발렌틴 레베데프

(말문이 막힌다. 습관처럼 박힌 것은 지금에 이르러서까지 상대를 찌르기만 했으므로. 무거운 입을 열어 가까스로 말을 꺼낸다.) ...네가, 언제. 나를 그렇게 사랑했다고. (그리고 네가 자신을 진심을 다해 사랑했다고는 죽은 이후에도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정말 사랑하는 게 맞긴 하냐며 빈정거렸던 것은 되려 확신을 달라는 것과 같아서.) 루샤, (그리고는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꺼내어진 것은 한 마디뿐이다.) ...울지 마.

루즈코프 레베데프

(마음의 준비도 없이 현실을 마주하는건 상당히 견디기가 힘들었으므로 눈물은 그치지 못한다. 훌쩍이는 소리 마저 전화 너머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눈물을 닦아내 보아도 마찬가지다.) 아, …눈물이 안 멈춰. 티냐. 난 어떡하지. 네가 없으면 난… …… 만약 내가 널 따라가면, 그렇다면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니면 난, …죽은 후에도 네가 없이 지내야 하나.

GM

4
이제, 헤어질 시간이군요.

어느샌가 수화기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은 모두 했던가요?

발렌틴이 기적적으로 살아서 당신 곁으로 돌아오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마디라도 더 나눌 시간이 왔었다는 것만으로 이렇게 고마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한점의 온기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이토록 안타깝고 원망스러울 일이던가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소중했던 순간은 덧없이 흘러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다만, 지금 이 소중한 순간을 있는 힘껏 그러안아 기억 속에 담는 것 뿐입니다.

보고싶다고, 그립다고, 왜그랬냐고, 혹은 미안했다고, 고마웠다고 실컷 원망하고 슬퍼했던가요.

이제, 정말로 놓아줄 시간입니다.

서로를요.

한참을 기다려도, 수화기를 다시 들어보아도- 이제 더이상 어떤 기적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완연히 어둠이 깔린 저녁입니다.

부슬거리는 빗방울은 지겹도록, 지겹도록….

그칠 생각도 없이….

그럼에도, 돌아갈 시간입니다.

당신이 행복하길 바랄게요.

당신은 홀로 공중전화 부스를 나섭니다.

그치지 않은 빗방울이 다시금 당신의 머리를 적십니다.

미적지근한 빗물이 마치 눈물처럼 흘러내립니다.

어느새 어두워진 거리를 걸어나가면, 깜빡, 깜빡.

거리에 놓여있던 가로등에 하나 둘 빛이 들어옵니다.

이렇게도 어둡고, 미지근한 세상인데도 옅은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세상을 밝히며 당신이 안전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평소에는 신경쓰지도 않았던 일들입니다.

어둠이 깔린 후에야 그것들이 필요했고.

그 빛들이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렇게 어둠속에서 빛을 ‘발견’합니다.

아직 당신의 삶에 완전한 어둠이라는 것은 오지 않은 모양입니다.

온통 칠흑 같던 삶은 빗소리로, 빛무리로, 당신의 발소리로 여전히 생동합니다.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살아가고 있어요.

아마 당신은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ED.
비록, 그 곁에 내가 없더라도.

루즈코프 생환.
생환 보상
이성 회복 1D10.
당신이 안온한 일상을 영유하길 기원하는 누군가의 마음.

행복하길 바래요.

행복해주세요.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는 날 까지….

'SESSION > LID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네 머리 속에 벌레가 살아  (0) 2024.10.09
감은 네모  (0) 2024.10.09
워더링 하우스  (0) 2024.10.08
히스클리프  (0) 2024.10.08
진실의 방  (0) 2024.10.08